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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20.05.21 바람 스며드는 밤은 차암 좋다♥
  2. 2020.05.20 잠잠히 잘 들어준다, 「다람쥐의 위로」
  3. 2020.05.19 「너의 햇볕에 마음을 말린다」뽀송뽀송 내 마음~
2020. 5. 21. 2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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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책만 읽고 싶은 때 있다.

요즘 내가 그런가보다.

딱히 귀찮은 것도 아닌데, 그냥 마음이 그런가보다.

이팝나무 꽃 떨어지고 빨알간 넝쿨 장미가 피었다.

넝쿨장미 아래로 지나간다.

장미는 향기가 없는데, 그냥 그 아래로 걷고 싶었나보다.

걸으면서 무심하게 살짝 건드려본다.

혼자 기분 좋아 베시시 웃는다.

아무데서나 잘 자라고 피는 넝쿨 장미가 좋아졌다.

 

 

정오 12시,

볕과 그늘이 나눠지는 시간인가?

화단에 풀 정리가 말끔하게 되었고, 그럼에도 풀꽃들은 살아서 꽃을 피운다.

내 눈에 포착된 멋진 풍경 하나,

나무 옹이에 괭이밥이 정착해 자랐다. 헉... 뭐지???

보고 또 봤다. 앉아서 한참을 내려다보았다. 뭐야? 정말 거기서 싹 틔운거야?

이 낯선 풍경을 볼수록 눈물이 핑~ 돈다.

말끔히 정리된 화단에서, 베어진 나무 옹이에서 살아내다니.....

살아내는 것은 대단한 일이며, 경이롭다.

크고 놀라운 일은 어쩌면 별로 주목하지 않는 하찮은 곳에서부터 시작될지도 모른다.

펑범함 속에서 꽃을 피워내는 것은 절대 사소한 일은 아니다.

크고 화려함을 기대하는 우리 마음이 작고 보잘 것 없는 것에 마음을 주지 않기 때문이다.

덤덤히 그 자리에서 자기의 일을 감당하는 것이 작은 일이 아니듯....

사람들은 그냥 지나쳐도 내가 눈여겨 본 나무 옹이에 자란 괭이밥은 내 마음을 뭉클하게 했다.

여기저기 사방에서 괭이밥 노랑꽃이 피고 '너, 참 예쁘다' 말했지만,

저 나무 옹이 괭이밥에겐 '너, 참 대단하구나. 볼 때마다 놀라워'라고 말한다.

매일 오며가며 지긋이 볼 수 있어서 좋다.

 

지금 밤 10:17 바람이 들어온다.

루이자 메이 올컷의 「작은 아씨들」 걸 클래식 컬렉션 마지막 책이다.

948 페이지에 압도당하지만, 벌써 500 페이지 이상 넘어갔다.

어렸을 때 본 만화가 파노라마처럼 오브랩 되어서인지 수월하게 잘 읽혀진다.

오늘처럼 바람 스며들어오는 밤에 계속 읽어나갔다.

같이 읽고 있는 책 이도우 산문집 「밤은 이야기하기 좋은 시간이니까요」

이맘때 밤의 풍경과 퍽 잘 어울린다.

낮에는 이야기님 선물, 백희나 작가의 그림책도 읽고 있다.

 

내 마음이 방해 받고싶지 않은 날들인가?

참 이상하다. 이런 날이 별로 없었는데...........

그냥 좋은 시간을 덤으로 선물 받았다고 생각한다.

복잡하지않게 단순하게.

혼자 준비하고 싶은 무언가가 있나보다. 아무에게 말하지 않고.

시간을 물들임해야 하는건가보다.

오랫만에 덩범대지않고 조금 진지한 나를 보니.....

낯설지만, 나름 괜찮다.

밤은 역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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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빗살무늬햇님
2020. 5. 20.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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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는 사춘기인지 말도 잘 하지 않고, 자꾸만 자기만의 방으로 들어가는 날이 많아졌다.
방문을 자꾸 닫으라고 한다. 뭐 이해한다. 사춘기니깐^^
그리고 언제 그랬느냐듯 분위기 살피면서 자꾸 엄마에게 뭘 갖다달라고 시킨다.
'지지배, 지 필요할 때만 헤헷거려' 투덜거리면서도 다 해준다.
어느 날 효진이가 별 중요하지 않은 듯 무심하게 말한다.
'엄마, 내 친구들은 엄마랑 별로 친하지 않은가봐. 말도 잘 하지 않고, 엄마가 잔소리 하거나 신경질 낸데.
울 엄마는 안 그러는데, 내 말 잘 들어주고"
무심한 아이의 말 속에서 나는 뿌듯함을 느꼈다. 자기의 평소 말과 행동을 의식하는구나.
어떤 말이든 잘 들어주는 엄마가 있어서 아이는 불평하면서도 평안함을 느끼는구나....
때가 있다. 그리고 모든 때는 다 지나간다. 단지 그 때를 지혜롭게 잘 넘겼으면 좋겠다.
아이의 말을 평소에 담아두는 성격도 아니고, 그냥 내 아이 있는 그대로 보게 되면 어찌 사랑스럽지 않을까!!!
'잠잠히 잘 들어준다'..... 이 말이 나는 좋다.
내 모든 삶의 모범이 되는 가장 중요한 물들임의 과정이라 생각한다.
자연스레 소통에 관한 책에 관심이 간다.


톤 텔레헨의 책 <다람쥐의 위로>가 그렇다. 저자의 책 중 「고슴도치의 소원」을 읽어 그 느낌 안다.
우화 형식의 어른이 읽는 동화라 할 수 있다.
다양한 동물들이 등장한다. 이 책의 주인공은 다람쥐다.
다람쥐에게는 친구들이 많다. 찾아오기도 하고 찾아가기도 하고, 특기는 '잘 들어주는 것'
친구들을 위해 버드나무 차, 버찌나무 꿀 등 다양한 차와 꿀을 세심하게 준비한다.
특별히 얘기를 많이 나누는 친구는 개미다. 거북이, 코끼리, 고슴도치 등

우문현답으로 질문하고 답하는 그들의 이야기들을 궂이 이해하려고 하지 않는다.
엉뚱하면서도 이상한 질문이기도 하지만 그냥 잠잠히 들어줄 뿐이다.
의견을 물어볼 뿐 해답을 찾지는 않는다.
어떤 문제에 대해 깊이 생각하면서도 오래 심각해하지 않는다.
오히려 친구의 고민에 도움이 못 되었을까봐 마음 아파하기도 한다.


사람들 내면에 웅크리고 있는 외로움과 고민, 자존감 상실을 다양한 동물들의 대화를 통해
더 잘 이해하게 된다. 나는 무엇을 잘 할 수 있을까?(거북이) 내 마음은 지금 평안한가?(고슴도치)
익숙했던 곳을 떠나 낯선 곳으로 가면 그 곳은 낫을까?(개미) 아픈데, 자꾸 습관이 말을 해.
다시 뛰어내려 시도해봐?(코끼리) 다 아는데, 머리속 가득 또 채우려고 하니 머리가 아파. (딱정벌레의 고민)....
하는 일 마다 안 돼, 자꾸 넘어져, 울적해...... 미안해, 어떻게 해줄 수 있는 일이 없네. 그냥 들어줄 뿐이야.
다람쥐에게 고민을 가지고 오는 친구들, 홀로 있고 싶지만 불쑥불쑥 외로움과 그리움, 두려움이 복합적으로 밀려와.
친구들은 많은데 정작 '내 마음은 어떡해? 누가 들어줄까?' 나도 그럴 때 있으니깐.
어찌할 수 없는 허허로움이 찾아올 때..... 내 마음을 돌아보지 않았음에 대한 빨간 경고등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멍하니 있다. 꽤 도움이 된다. 다람쥐의 마음이 이해가 된다.

겨울이었다. 이미 오랫동안 다람쥐는 아무도 만나지 못했다. 창가에 앉아 너도밤나무 가지들 사이로 떨어져 내리는 눈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차를 한 잔 따랐다. 뜨겁고 김이 모락모락 나는 차였다. 다람쥐는 생각했다. '차는 사실 정말 친절해' 차와 담소를 나눌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안녕, 차야"
잠시 조용한가 했는데, 잔에서 "안녕, 다람쥐야" 라고 작고 맑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안녕, 차야" 다람쥐가 다시 말해보았다. 그렇게 차와 담소를 시작했다.
둘은 향기에 대해서, 모락모락 피어나는 김에 대해서, 그리고 겨울에 대해서 이야기는 나누었다.
차는 많은 걸 알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차는 다람쥐에게 찻잔을 비우라고 했다.
"내가 식어버리기 전에 말이야"
다람쥐는 잠시 망설이다가 말했다. '안녕, 차야" 그리고 찻잔을 비웠다. 정적이 흘렀다.
"그런데......... 네가 필요하다면 언젠가 다시 돌아올게, 다람쥐야"


모든 사물과 이야기를 나누는 개미가 다람쥐는 조금 부러웠나보다.
남의 말 들어주는 것도 좋지만, 자기 말을 들어주는 대상도 있었으면 좋겠다는 다람쥐의 소박한 바람이 이해된다.
'담소하다' 말은 말 하기도 하고 들어주기도 하는 쌍방의 대화이다.
웃으면서 가벼운 이야기를 언제나 나눌 수 있는 친구가 있다면 감사한 선물이 될 것 같다.
지금 사춘기를 보내고 있는 효진이와도 때가 되면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는 친구가 되겠지.
그 날을 기대하면서...^^
조금 답답한 날을 보내고 있다. 오랫동안 코로나19로 적응이 되나었 싶은데 담소하고 싶다.
삶에 낯섦과 균열을 낸 사회적 재난은 모든 개인들에게 도전하는 듯 하다. 이겨내라고.....
외로움도 고통도 힘겨움도.... 환하게 웃으며 수다떠는 날이 오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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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빗살무늬햇님
2020. 5. 19.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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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닫혔던 도서관 문이 열렸다.

2월에 빌렸던 책을 반납하고, 대출해야 될 책도 있어서 도서관을 향해 오랫만에 걸었다.

5월의 볕이 뜨거운 날이었다. 해가 저물 즈음에 나가야 했나?

문이 열려서 반가운 마음에, 볕이 좋아서 나섰는데....

역시 도서관 가는 길은 언제나 좋다.

열을 재고 방문일지를 쓰고 손소독을 하고 들어갔다.

집에서 검색했던 책을 찾으면 되는데, 도서관에 오면 욕심을 부린다.

결국 시집 4권까지 데려왔다. 나태주 시인의 책이 많이 보였다. 그리고

유달스레 제목에 마음이 끌린 시집, <너의 햇볕에 마음을 말린다>

햇볕, 햇살, 볕.... 눈이 부시도록 반짝반짝 빛나는 것을 좋아한다.

그 밝음이 주는 느낌이 좋다. 내 삶도 그랬으면 좋겠다.

 

나태주 시인의 시는 밝음과 맑음이 느껴진다.

고운 것을 찬찬히 보고 마음과 눈에 담는다. 그 감수성이 좋아 시인의 글이 차암 좋다.

내 마음이 잠시 머물러가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든다.

어렵지않은 언어들 쓰임대로 빛을 발한다.

더럽혀지고 구겨지고 마음대로 엉킨 내 마음을 어느새 뽀송뽀송하게 해준다.

예쁘고 사랑스런 말은 자주 들을수록 좋다.

 

<너의 햇볕에 마음을 말린다> 시집은 사랑하는 딸에게 보내는 그리움의 편지인 듯 하다.

의미를 확장해서 세상의 모든 딸들에게 보내는 바람의 풀꽃향기가 아닐까!!

세상은 복잡하고 다양해졌고, 마음은 함께 나누기에 팍팍해진 삶을 살아내고 있다.

그래서 더 내 딸아이는 잘 살아냈으면 좋겠다고 기도한다.

품 안에 자식이라고 아직 내 품에 있지만 때가 되면 엄마의 둥우리를 떠난다.

둥우리를 떠나기 전 품에 있을 때 사랑을 마구 표현하고 싶다.

내 아이에게 좋은 것만 주고 싶은 것은 모든 부모의 마음이다.

아울러 내 아이가 밝고 건강하며 마음이 따뜻하고 사랑스런 아이로 커갔으면 좋겠다.

 

멀리 기도

별일 아니야

다만 목소리 듣고 싶어서

전화했을 뿐이야

전화 걸면 언제나

동동거리는 목소리

아이들 밥 먹인다고

아이들 재운다고

설거지하는 중이라고

때로는 운전 중이라고

힘에 겨운 음성

이쪽에서 듣기도 힘에 겨워

그래,

다만 목소리 듣고 싶어서

전화했을 뿐이란다

이따가 시간 나면

전화한다고 그랬지만

그럴 필요는 없어

짧게라도 목소리 들었으니

그냥 그것으로 안심이야

너 부디 거기 잘 있거라

아이들이랑 너무 지치지 말고

너무 힘들어하지 말고

잘 살거라, 잘 지내거라

그것만이 바램이다

멀리 기도한다.

 

엄마의 마음도 지금 이럴까? 엄마의 품에서 나온지 오래되었는데.....

여전히 엄마는 먼저 안부를 묻는다. 잘 지내라는 말 대신,

참기름 있나? 고춧가루는? 땅콩 볶아놨는데... 취나물 있는데 언제 와서 가져가라....

아직도 엄마는 결혼해 살고 있는 어느새 40중반을 넘긴 딸을 걱정한다. 나도 그럴 것 같다.

효진이가 우리의 둥우리를 떠나 새로운 관계 속으로 들어가더라도 여전히 아이의 행복을 멀리서 빈다^^

 

너 가다가

너 가다가

힘들거든 뒤를 보거라

조그만 내가

있을 것이다

너 가다가

다리 아프거든 뒤를 보거라

더 작아진 내가

있을 것이다

너 가다가

눈물 나거든 뒤를 보거라

조그만 점으로 내가

보일 것이다.

 

어제 읽어 좋아서 밑줄 긋었는데, 오늘 다시 읽어보니 감흥이 어제만 못하다.

글은 잘못이 없다. 매번 널뛰기하는 내 마음이 그렇다.

반면에, 다시 읽어봐도 마음을 동하게 하는 글이 있다. '너 가다가' 詩가 그렇다.

부모는 속 눈물로 아이를 키운다. 내색하지도 않는다. 아이의 마음이 약해지고 불안할까봐.

그렇게 부모는 속으로만 담아둔다.

 

쥐똥나무

낯선 고장 낯선 골목

잘 모르는 아파트

울타리 가에

조로록 열매를 맺고 있는 쥐똥나무

초라하기 이를 데 없는 나무

그래도 생각한다

이 나무에게도

봄은 또다시 왔다 갔구나

꽃피는 시절이 있기는 있었구나

지나는 사람들

나를 보고서도

그렇게라도

생각해줬음 좋겠다

우리에게도 사랑하던 시절이 있었지

아니 나는 지금도 사랑하고 있지

사랑받고 있기도 할 거야

누구나, 누구에게서는 그런 것처럼.

 

늘 맞이하는 봄여름가을겨울이 낯설었으면 좋겠다.

내 마음자리가 화안했으면 좋겠다.

사랑하는 마음이 점점 더 커졌으면 좋겠다.

빗살무늬 햇볕에 마음이 뽀송뽀송해지면 오늘은 선물받은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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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빗살무늬햇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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