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스며든다.
겨울 바람인 듯.
입김이 바람 속으로 흩어진다.
겨울이다.
길가에 나무들은 이제서야 울긋불긋 물들었다.
푸른빛 잎들이 덜 여물은 가을에 떨어져 아쉬웠는데...
11월에 눈 내리는 낯설면서 기분 좋은 이상한 겨울이었다.
집으로 오는 길목에 눈여겨 둔 나무 한 그루가 있다.
둥그런 국그릇 모양처럼 생긴 나무에 잎들이 노랗고 붉은 색감이 섞여있다.
가을이 차암 예쁘게 물들었네!
볕이 나뭇잎 속으로 마구 들어와 색칠해놓았다.
바람에 말려
비에 색감이 옅어지고
추위에 다시 선명해지고...
울긋불긋 수 놓았다.
자꾸 자랑하고 싶었다.
이토록 아름다운 가을이 물든 걸 보라고.
하늘은 또 얼마나 새파란지.
무채색 겨울이 들어온 지금,
표정없이 길을 걷고 있는 내가 있다.
옅은 웃음이라도 마음 따뜻하게 데워줄텐데...
여고생 셋이서 장난치는 모습에 함박 웃었다.
마음도 덩달아 웃었다.
가을의 색이 입혀졌다.
물들어가듯.
♣2023.11.29. 정연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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