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오고 바람이 분다.
가을은 벌써 들어왔는데
잦은 비바람은 낯설다.
닭 벼슬을 닮은 닭의 장풀이 자꾸 내 눈에 띈다.
여름 해바라기 지고,
그 자리에 봉선화가 심어져있다.
화려하지 않지만 담백한 연분홍빛이 좋다.
수줍은 아가씨처럼.
꽃잎을 따서 돌로 찧어 손톱에 꽃물 들였는데.
비닐 장갑을 오려 손톱을 감싸고 실로 칭칭 묶어 불편한 하룻밤을 잤다.
다음 날 손가락으로 꽃물이 번졌다.
씻어도 사라지지 않는 꽃물의 흔적
시간이 지나고 꽃물 생각하지 않을 때 어느 순간,
손톱에만 예쁘게 물들어있다.
그 물들임이 예뻐 손톱이 자라도 손톱 깎을 생각이 없었다.
겨울, 첫 눈 올 때까지 물들임이 남아있으면 사랑이 이뤄진다던데.
그 마법의 순간을 나는 어쩌면 기다렸을지도 모른다.
가을 끝무렵, 겨울이 들어오고 무심하게 시간은 지나가고
첫 눈 소식은 없었고,
내 손톱의 꽃물은 사라지고 없었다.
손톱에 꽃물 남아있던 적 없어서 나는 늘 혼자였나보다.
그 때는 혼자였지만, 지금은 같이 있다.
등을 함께 기댈 사람(人)을 만났다.
봉선화 꽃잎을 따서 아비토끼와 딸에게 꽃물들이기 해줄까?
처음 해보는 낯선 풍경에 당황할까?
실로 동여맨 채 아침을 맞이해야 하는데....
생각하니 우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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