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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20.10.07 「예술가와 사물들」내 삶이 거기에 있다
  2. 2020.10.06 계속 자라는 중, 천천히 답을 찾아가~~「귤의 맛」
  3. 2020.10.05 잎 하나, 바람 한 점
2020. 10. 7.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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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과 도구 사용은 시대를 같이 살아낸다.

자연물은 인간이 있기 전부터 거기 있었지만, 도구/사물은 인간의 발명품이다.

인간에 의해 만들어진 사물은 인간이 살아내기에 편리함과 빠름을 선물했다.

늘 인간의 삶과 함께 해온 사물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지 않았다.

예술가들은 인위적인 사물(책, 붓, 연필, 타자기, 카메라, 호미, 자전거, 가방, 구두 등)로

무위의 자연물을 찬양함으로 작품을 만들어냈다.

문장노동자이면서 '대추 한 알'의 장석주 시인이 펴낸 사물에 대한 고찰 책 「예술가와 사물들」 이다.

 

   사물들은 생의 불가피한 동반자이다. 산다는 것은 우리의 필요와 욕망에 부응하는 사물들과 함께 하는 여정이다.
   사물은 한시도 떼어놓을 수 없는 생의 필요조건이다. 우리 생애주기와 사물들의 사용주기는 포개진다.
   어떤 사물은 과거의 기억을 여는 끄나풀이다.

시대를 주도했던 많은 유,무명의 예술가(화가,시인,작가,음악가,철학자 등)에게도 아끼는 사물이 있었다.

그 사물은 예술가들의 삶을 규정하기도 한다.

작품 활동을 할 때 꼭 필요한 것, 즐겨했던 것, 추억과 기억의 소산물이기도 했다.

이 책을 통해 120명 예술가들의 삶을 고스란히 볼 수 있었다.

얼마나 많은 예술가들을 만났을까? 직접 또는 책을 통해서.....

「예술가와 사물들」 의 정리 작업이 만만치 않았을 것이라 생각도 해봤다.

 

   우리는 물건의 집합 위에 삶을 세운다. '나'와 '내 것(물건)' 사이를 가르는 경계는 흐릿하다.
   내 물건과 '나'는 하나다. 물건은 그 소유자의 감수성, 취향, 지위를 드러낼 뿐 아니라 욕구와 필요의 흔적,
   때로는 자아를 대신한다. 물건은 미적 감수성과 취향에 연관된 경험의 중요한 부분이고,
   우리 내면의 보이지 않는욕구를 증언한다.

여기서 만난 예술가들의 삶은 왜 이토록 한결같이 지랄맞을까? 싶다.

제대로 피어보지 못하고 이 세상을 빨리 등졌거나, 평생 아프거나, 가난에 허덕이거나......

고단하고 뜻대로 되지 않는 삶을 겨우 살아내는 그들의 불운함을 탓해본다.

대신 그 자리에 그들과 함께 했던 사물만 남았다.

사물은 예술가들의 삶을 연결하는 고리가 된다.

결국 사물과 자연도 인간과 관계를 맺을때에 비로소 본연의 의미를 갖는다.

 

곁에 두고 아끼는 물건은 피붙이처럼 친근해서 더 애착을 갖게 된다.

누구나 애착을 갖는 물건이 한두 개씩은 있다.

박완서 작가가 감탄하며 도구적 완벽성에 거듭 놀라는 '호미'가 그렇다.

호미를 사용하는 것은 땀 흘리는 자발적 노동에 대한 예찬이며, 우리 삶을 보람되게 세우는 근본이라고 말한다.

 

아비토끼에게 아끼는 물건 있냐고 물어봤다.

3형제 중 막내이고 어릴 적 추억이 많지 않았는데 형들과 찍은 사진 한 장만 남았다고.

본가에서 앨범 정리할 때 발견한거라 소중한 기억의 한 부분이고 기분이 새롭다고 말한다.

충분히 그럴 수 있겠다고 말해주고, 잘 보이는 곳에 올려둔 사진을 한번 더 닦았다.

 

그리고 나에겐 어렸을 때 사진도 없지만 대신 지금의 나를 규정해주는 사물이 있다.

중,고등학교, 대학교 때까지 쓴 일기장 3권이 남아있다.

그 속에는 내 학창시절의 삶과 정서가 들어있고, 우리집의 분위기가 고스란히 들어있다.

별로 행복하지 못했던 기억들, 일기를 적음으로써 혼자 겪어내야했던 아픔들도 있었다.

마음이 잘 견뎌왔고 커 왔음을 알 수 있다. 새삼 잘 견뎌왔던 10대,20대의 내가 고맙다.

 

나와 함께 해왔고 앞으로도 나와 함께 할 사물에 대해 애착을 가져야겠다.

그 사물은 내 일기장처럼 흐른 시간만큼이나 나를 많이 지지해 줄테니까.

예술가들과 함께 한 사물들처럼.

내가 노트를 자꾸 사고, 아끼는 이유를 알겠다.

지금 내 삶의 시간 흐름을 쌓아가는 기도노트가 있다.

눈물이 있고 아픔이 있고 감사가 있고 기쁨이 들어있다.

나 뿐 아니라 타인을 향한 기도도 적혀있다.

지금 가장 나와 가까이 있는 아끼는 사물이 되었다.

삶의 아주 작은 변두리지만,

거기에 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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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빗살무늬햇님
2020. 10. 6.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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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따스한 귤빛 석양이 나무 사이사이로 넓게 퍼져 나갔다.
  소란은 동그랗고 탱탱한 귤 하나를 따서 돌려 가며 소매에 문질렀다.
  먼지가 닦이자 까먹기 아까울 정도로 귤껍질이 반짝거렸다. 은지의 말이 머릿속에서 맴돌았다.
  초록색일 때 수확해서 혼자 익은 귤, 그리고 나무와 햇볕에서 끝까지 영양분을 받은 귤.
  이미 가지를 잘린 후 제한된 영양분만 가지고 덩치를 키우고 맛을 채우며 자라는 열매들이 있다.
  나는, 그리고 너희는 어느 쪽에 가까울까.

 

책 <82년생 김지영>의 조남주 작가가 쓴 책이라 망설임 없이 읽었다.

조금 안면 있는 작가 찬스를 쓰면서 책을 고르는 경우가 많다.

책「귤의 맛」이다. 딱 우리 효진이 나이 또래의 끼리끼리 여자 아이들의 성장 소설이다.

그래서 더 관심있게 읽었고, 요즘 아이들의 생각을 어렴풋이 엿볼 수 있었다.

 

초등학교 때 여자 아이들은 친구들과의 관계가 중요하다.

관계의 무리 속에 들어가지 못하면 아이들 말로 학교 가는 일이 피곤하다.

두각을 드러내는 것도 안 좋지만, 존재감 없는 것은 더 안 좋다.

삼삼오오 관계가 맺어지면 그 속에서 다시 더 친한 애들과의 끼리끼리가 형성된다.

관계의 무리는 조금은 느슷하지만 이탈되면 안 되고, 끼리끼리 묶인 관계는 끈끈함이다.

아이가 초등학교 때 친구 관계로 인해 힘든 시기가 있어서 더 잘 알게 된 사실이다.

그리고 중학교도 같이 올라오면서 아이들은 무리에서 2,3명의 마음 맞는 관계를 형성한다.

함께 같은 반이 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제각각 떨어져도 아이들은 물살을 거슬러 올라가는 연어처럼

집이 멀거나 가깝거나 상관없이 한 곳에서 만나 등,하교를 한다.

이제 좀 컸다고 반에서의 반 친구와의 관계도 소홀하지 않는다. 아무리 친밀한 그들이 있더라도^^

하루의 모든 시간이 교실에서 이뤄지니까.

그래도 속내를 알고 고민을 함께 나누며 각자의 집을 오며가며 자유러운 영혼처럼 노는 아이들은

마음이 한결 여유롭다. 복잡한 친구 관계로 마음이 힘들어하지 않아도 되니까.

그들에게는 끼리끼리의 소울메이트가 있으니까.

 

중학교 2학년, 코로나로 인해 올해는 학교에 간 날 보다 가지 않은 날이 더 많았다.

반 친구들보다 친밀한 3년지기 두 친구들과의 관계가 더 옹골차다.

늘 붙어다니니 공부방도 같이, 학교에서 동아리도 같다.

3명 트라이앵글~ 아이들은 더 잘 안다. 상처받고 상처주는 일을 서로가 은연중에 겪어봤기에.

친구의 기분도 헤아릴 줄 알고 풀어주기도 한다. 몸이 자란만큼 마음도 자랐다.

「귤의 맛」처럼.... 제한된 영양분으로 덩치를 키우고 맛을 채우며 자라고 있다.

 

책에서는 4명의 아이들, 소담 해인 은지 다윤 이야기를 하고 있다.

중학교 1학년때 영화동아리와 학교 축제 준비를 하면서 아이들은 서로에 대해 알아가기 시작한다.

늘 아픈 동생 때문에 부모님의 사랑과 관심이 고픈 아이, 아빠의 사업 실패로 쫒기듯 서울에서

변두리 신영진으로 이사온 아이, 맞벌이 부모님으로 인해 늘 마음이 허기진 아이,

부모님의 이혼 그리고 바쁜 엄마로 인해 홀로 있는 아이......

사는 환경도 성격도 다른 아이들 무엇보다 어릴 적 친구들과의 관계로 인해 크고 작은 상처받은 아이들이었다.

친구라고 해서 모든 말들을 주고받는 것은 아니었다. 혼자만의 비밀도 있다.

그것으로 인해 의심을 하고, 받고 관계가 틀어지기도 한다.

아이들의 속사정이다. 공유하는 것은 마음껏 하되, 나를 건너뛰는 정보만은 공유하고 싶지 않다.

뒤에서 호박씨 깐다는 아이들의 말은 아프게 들린다.

 

책은 성장기 청소년들의 이야기를 담았지만 관계라는 틀 속에서 우리나라 교육에 대한 민낯이 보인다.

중학생인데 고등학교(자사고, 특목고, 외고...)에 대한 고민을 시작하고 그에 맞춰 공부를 하고 학원을

다녀야 하는 아이들의 일상이 그려져있다. 좋은 고등학교를 많이 보내기 위해 경쟁적으로 아이들을 코치해주는

중학교와 아무런 거리낌없이 위장전입 문제 등 모두 대입을 위한 전략이다.

이런 와중에 아이들도 고민을 한다. 함께 같이 갈 것인가? 아니면 나중을 위한 선택을 할 것인가?

제주도에서, 은지네 집에서의 파자마 파티 때 한결 같았던 그들의 마음도 변했을까?

고등학교 입학식 때 강당에서 '축 입학' 표지판 옆에서 소담 해인 은지 다윤이는 환하게 웃고 있었다.

그리고 또 한 번 그들의 관계를 위태롭게 할 변수가 오겠지. 대입이란 크고 막막한 산~~~

4명의 아이들이 어떻게 고등학교 3년 이야기를 엮어낼지 궁금하기도 하다.

제 맛을 끝까지 키우며 자란 귤처럼 생각들이 꽉차 영글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절박하고 뒤틀리고 아슬아슬한 약속. 그 선택으로 인해 대학이, 진로가, 미래가, 인생이 뒤집힐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았다.
  알지만 감수했다고 할 수는 없다. 그냥 순간의 여러 감정과 계산이 빚어낸 결과였다.
겨우 열여섯, 밤이었고.
  충동적 판단... 그렇다고 해서 아무것도 아닌 것은 아니었다. 진심이 아닌 것도 아니었다.
  각자의 계산과 계획이 있었다........... 모두 스스로에게 최선의 선택을 했을 뿐이다.

 

아이는 아직 혼란스럽고 당황스럽지 않은 날들을 보내고 있다.

지나가는 말로 고등학교 어디로 가야할지 살짝 고민은 내비친다.

집과 가까웠으면 좋겠다고 말하는데..... 집 가까운 곳에 여고가 한 군데 있지만 뺑뺑이 돌린다.

1지망으로 지원해도 그 곳에 못 갈 수 있다.

공부로 순위 매겨 가지 않아서 다행이지만, 친한 친구들과 같이 갈 수 없음에 염려하는 듯 하다.

그렇지만, 아이가 지금이란 시간을 소중히 잘 보냈으면 좋겠다.

친구들과 만나 수다떨고 먹는 즐거움에 기뻐하고, 함께 이야기하는 이 순간에 행복했으면 좋겠다.

숱한 시간을 보내면서 좋은 날도 있겠지만 우울하고 답답하고 힘든 날도 있을 터....

그 때의 고민은 그 때 족하다.

엄마, 나는 겨울이 제일 좋아. 입동이 언제야? 귤은 또 언제 쏟아져나와?

제주도에서 바로 올라온 귤의 맛은 먹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제주도 감귤 농장에서 바로 따서 먹는 그 톡 튀는 과즙의 싱싱함을 모르듯이.....

초록색일 때 수확해서 혼자 익은 귤이든 나무와 햇볕에서 끝까지 영양분을 받은 귤이든

계속 자라는 중이니, 천천히 답을 찾아갔으면 좋겠다.

효진이에게 넌지시 읽어봐라고 말해봐야겠다.

물론 효진이는 거의 안 읽겠지만^^

사춘기 청소년기 아이의 마음을 읽기에 딱 이 책만한게 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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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빗살무늬햇님
2020. 10. 5.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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잎 하나 떨어지니 시월

볕에 반짝반짝 붉음이 도드라져

바람 잠깐 스치면 우두둑 떨어지겠네

그 바스락거림이 쓸쓸함이여

 

볕에 눈부신 잠자리 그늘 속으로

살포시 앉았다 휘이익 날아가네

사람 발걸음 낯설어 놀라고

바람에 떠밀려 바스락거리는 잎에 놀래고

밋밋한 잠자리,

볕을 더 많이 쬐어야겠다

 

내가 좋아하는 단풍나무

아직 가을이 영글어지지 않았다

봄여름가을겨울 매일 만나는 단풍나무

어느새 정이 들어서

친구가 되고

 

그 단풍나무는 가을에 가장 멋져

파아란 하늘에 구름도 밀어내는 바람 한 점 불면

붉은 잎 팡파레처럼 날려

가을에 크리스마스

깊숙이 가을만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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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빗살무늬햇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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