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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20.06.01 정호승 시집 「당신을 찾아서」이 무거운 느낌은??
  2. 2020.06.01 잠시 잊었던 책 3권, 마음이 풍성해졌다
  3. 2020.05.31 「장수탕 선녀님」& 요구르트 2
2020. 6. 1. 2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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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날들보다 도서관에서 시집을 많이 빌려온 날이었다.

벌써 시간은 3주가 흘렀다.

시도 읽고 다른 책도 읽고 쓰고 여전히 혼자 바쁜 척 했나보다.

항상 도서관에 가면 뭐에 홀린 듯 무리하게 책을 모셔온다.

검색한 책보다 도서관 책장에 꽂힌 책들을 보면서 마음 가는대로 가져오는 때가 훨씬 많다.

정호승 시인의 시도 그랬다.

시에서 받은 느낌이 밝고 좋았는데... 빌려온 시집 <당신을 찾아서>는 이전의 시들과 달리

결이 다른 느낌을 받았다. 어둡고 무거웠다.

성당에서 고해성사를 하는 듯 고백적인 시들이 많았다.

죄를 회개하고 참회함으로 용서를 비는 얼핏 참회록의 느낌이 들었다.

시인 윤동주의 '자화상'과 '참회록'이란 시가 연상되기도 했다.


 

묵념

봄길을 찾아가다가

허리가 잘린 개미에게

숲길을 찾아가다가

온몸이 으깨어진 달팽이에게

빗길을 찾아가다가 결국

꿈틀꿈틀 땡볕에 말라 죽어가는 지렁이에게

끝내 하늘의 길을 찾지 못하고

날개마저 찢어져

길바닥에 떨어져 죽은 매미 주검에게

인간의 모든 발걸음을 멈추고 묵념하다

먼 지평선 너머

십자가에 매달린 한 청년의 미소가

저녁놀이 될 때까지


 

시인의 마음을 짓누르는 것이 무엇일까?

시인의 시를 읽으면서 살아낸다는게 참으로 고단한 일이구나 싶다.

깨끗하게 정직하게 살아가고 싶지만 내 양심이 자꾸 가만두지 않는걸까?

거울을 보면서 자기를 때를 닦아내는 시인의 고통이 느껴진다.


 

모란을 위하여

아직 태어나지 않았는데 피어났구나

아직 피어나지 않았는데 아름답구나

아직 아름답지 않은데 향기롭구나

아직 향기롭지 않은데 먼 데서

나비떼가 날아와 꽃이 지는구나

아직 봄이 지나지 않았는데 온 천지에

기쁨의 슬픔이 찬란하구나


 

때는 아직 이르지 않았는데 모란은 서둘러 피고, 아름답고, 향기롭고, 지고, 찬란했다.

봄이 아직인데 바빴다. 봄은 지나지 않았다.

김영랑 시인의 '모란이 피기까지는'의 분위기와 마지막 역설이 자연스레 떠오른다.

....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 테요. 찬란한 슬픔의 봄을.

 

새똥, 해우소, 먼지..... 사람들이 피하는 소재물을 기꺼이 받아들인다.

자연을 의인화해서 친구로 맞아들인다. 기꺼이 자신의 삶에 합류시킨다.

낯설게 보기가 아닌 친밀함으로 다가간다. 그리고,

약자에 대한 따뜻한 시선이 어두운 시집이란걸 상쇄시키는 듯 하다.

그래서 이 시집의 따뜻함을 느꼈다. 온기가 필요하고 온기가 있는^^


 

시각장애인이 찍은 사진

시각장애인이 사진을 찍을 때는

파도는 찍지 않고 바다만 찍는다

능선을 찍지 않고 산만 찍는다

나뭇잎은 찍지 않고 나무만 찍는다

인간은 찍지 않고 사랑만 찍는다

 

시각장애인이 혼자 사진을 찍을 때는

그저 웃는다

시각장애인이 찍은 사진을 보면

온통 웃는 풍경뿐이다

 

골목도 웃고 지붕도 웃고

하늘을 나는 새도 웃고

골목의 개도 웃는다

보이지 않던 아기 부처님도

슬며시 골목에 나타나 미소 지으신다

 

시각장애인이 찍은 사진을 보면

비어 있는 하늘이 충만하다

흘러가버린 구름이 꽃을 피운다

침묵의 그림자가 노래를 부른다

달그림자가 따뜻하다


 

살아가면서 때론 한번씩 나의 지나온 삶에 대해 돌아보게 된다.

특히 그 때는 정말 힘들고 어려웠는데 시간이 지나니 어느새 어려웠던 삶이 시간 속에서

어떤 기억의 한 장면으로만 남아있음을 알게 된다. 그 때 잘 지나온 것에 대해 감사한다.

부끄럽고 참 얄밉게 행동했던 고약한 마음 심보도 어느새 동글동글해졌다.

매일의 시를 쓰야한다. 나에 대해서.

미주알고주알 오늘의 나에게 말을 건네야한다.

나를 잃어버리지 않도록,.....

나를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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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빗살무늬햇님
2020. 6. 1. 2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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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기 편한 전자책도 있는데 자꾸 나는 종이책을 산다.

사실 익숙하지 않을뿐더러 익숙하고 싶지 않은게 전자책이다.

스마트폰 앱만 깔면 종류별로 다양한 책들을 접할 수 있지만...... 그렇게 하고 싶지 않다.

그냥 종이책만 계속 읽고, 책장은 책으로 쌓여간다.

정말 도서관을 만들고 싶은가보다!

 

하루에도 수많은 책들이 쏟아져나온다.

그 책들 가운데 책 읽는 사람들의 선택을 받는 책도 극히 드물다.

입소문 나서 베셀이거나, 특정 작가에 대한 끈끈한 신뢰로 이어져 책을 구매하는 경우가 많다.

책 읽는 사람도 적고, 책이 불티나게 팔리는 것도 어려운 속사정이 있다.

출판계의 불황은 하루 이틀 사이에 일어난 일이 아니니깐.

어떤 경로로든 읽는 사람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북카트에 쌓아두고 한꺼번에 같이 사는 일이 흔하다.

중2 아이가 내일 모레 등교 개학하는데 책을 학교에 가져가서 읽어야겠다고 하길래

원하는 책을 사면서 내 것도 같이 구매했다.

이 어미와 달리 책 안 읽는 아이인데, 한번씩 책 사달라고 할 때는 기분이 너무 좋다.

그 책이 아이 취향에 맞게 로맨스이건, 스릴러이건..... 다 괜찮다.

읽는게 중요하니깐^^

엊그제 주문했는데 오늘 바로 배송되었다. 완전 빨라서 놀랬다.

 

★인생에서 너무 늦은 때란 없습니다: 모지스 할머니 이야기

애나 메리 로버트슨 모지스 저/류승경 역 | 수오서재 | 2017년 12월 16일 | 원제 : Grandma Moses: My Life's History

시의 온도: 얼어붙은 일상을 깨우는 매혹적인 일침

이덕무 저/한정주 편역 | 다산초당 | 2020년 02월 17일

★혜성이 다가온다: 토베 얀숀 무민 연작소설 1

토베 얀손 저/이유진 | 작가정신 | 2018년 03월 16일

 

 

읽을 책이 쌓여간다.

도서관에 내일 모레 빌린 책 반납하면서 찜해뒀던 책 1,2권 더 빌려올 예정인데.....

행복하다. 시간에 얽매이지않는 책 읽기 시간이 좋다.

경쟁적으로 읽고 써야된다는 부담감이 없어서 더 좋다.

그 책에 관해서 진정 내가 도움받아야 될 마음씀씀이가 무엇인지 찾아보는 것도 재미다.

이공간에서 읽고 쓰는 재미가 진심 컸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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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빗살무늬햇님
2020. 5. 31. 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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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초등학교 들어가던 날부터 이듬해까지
학교 학부모 명예사서로 일주일에 2,3번 도서관에 들락날락했다.
사서가 없는 작은 학교라 1,2학년 엄마들이 돌아가면서 도서관 자원봉사를 했다.
그 덕에 나는 아이에게 일년에 거의 3,4백권의 그림책을 빌려와서 읽어줬다.
열심히 읽어준 덕분에 아이는 방학이 끝나면 다독상도 꾸준히 받았다.
아이가 3학년이 되고, 마산으로 이사를 오게 되었다.
집 옆에 학교가 있는데, 규모가 1400명 이상인 곳이라 도서관에 사서도 있었다.
그 이후 도서관 출입을 거의 하지 않았고 아이에게 책도 읽어주지 않았다.
이제 그림책과의 인연은 없구나 싶었는데..........
2년 동안 아이에게 꾸준히 읽어준 약 1천여 권의 그림책 효과였을까?
오히려 내가 그림책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되었다.
그림책 읽어주는 엄마가 아니라 그림책 읽는 아줌마가 되었다.
아이의 눈이 아닌 오롯이 어른의 눈에 비친 그림책은 달라도 너무 달랐다.
점점 어른의 시선으로 읽게 되니 뭐랄까...... 그림책이 주는 위로를 더 많이 받는 듯 했다.
그림책과 사랑에 빠진다는게 이런 느낌일까?!!!
다른 책도 좋지만 그림책 읽는 시간은 마음이 뽀송뽀송해지는 것 같았다.
콕 찝어 '이 책 너무 좋다'는 한 권의 그림책을 꼽는 것은 참 어렵다.
모든 그림책에서 받는 위로가 다르기 때문에.
그럼에도 시간이 흘러 기억에 남는 그림책은 있다.
추억과 기억이란 이야기가 오브랩된다면 그 책은 내 것도 된다.
백희나 작가님의 그림책 <장수탕 선녀님>이 그랬다.


집에서 조금 걸어 올라가면 '목욕합니다' 간판이 적힌 목욕탕이 있다.
일주일에 한 번 엄마는 언니와 나를 데리고 목욕탕에 갔다.
엄마와 언니와 달리 나는 목욕탕 가는게 너무 싫었다.
일단 이것저것 목욕바구니에 준비해 챙기는게 귀찮았다.
뜨거운 김이 폴폴 올라와 숨막히고 답답한 그 공간이 싫었고,
엄마가 이태리 타월로 때를 빡빡 미는게 너무 아팠다. 온 몸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그래도 목욕탕에 가면 냉탕(찬물) 있는데, 냉탕에서 노는게 마냥 좋았다.
작은 물동이를 배에 안고 물장구치며 둥둥둥~~~
샤워기에서 찬물이 솟구칠 때 폭포수처럼 시원함은 그 밑에 있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기분이 날아갈 듯 좋고, 목욕탕 오기를 잘했다고 그 때 조금 느낀다.
엄마는 때도 불리지않고 찬물에 간다고 잔소리를 했지만..... 엄마의 그 때 그 잔소리가 그립다.


목욕 다 하고 나오면 당근 바나나 우유~~ 요구르트는 집에서 많이 먹는다.
우리집은 아빠가 이발소를 하니 이발소 작은 냉장고에 요쿠르트가 언제가 떨어지지 않으니깐.
그래도 목욕탕에서 마시는 요구르트는 확실히 맛이 다르다.
꼭 먹어줘야 될 것 같은 목욕탕의 요구르트다.

이런 목욕탕의 기억은 어느 누구나 있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장수탕 선녀님>의 풍경은 전혀 낯설지 않다.
내 어릴 적 추억의 단편이라고 말할 수 있다.


장수탕에서 덕지가 만난 선녀와 나뭇꾼의 그 선녀님을 만나지는 못했지만.....
우리네 동화 '선녀와 나뭇꾼'에서 나무꾼이 선녀님의 옷을 가져가는 바람에 하늘집으로 올라가지 못한 선녀님이
시간이 엄청 흘렀는데도 날개옷을 찾지 못해 이 땅, 장수탕에서 살고 있었다는 설정도 기발하고 좋았고
특히 다른 사람도 아닌 덕지의 눈에 보인것도 신기했다. 어여쁜 선녀님이 할머니시다.
아주 오래된 목욕탕에 사는 선녀님이라니.... 이름값 제대로 하는 목욕탕 '장수탕'이다.


덕지도 아마 목욕탕에 가기 싫은가보다. 엄마의 꾐에 넘어간게 요구르트 였다.
울지 않고 때 잘 밀면 요구르트 사준다고...... 그런데 신기한 경험을 했다.
장수탕에서 이상한 할머니를 만나고 할머니와 재밌게 놀았다. 냉탕에서.
폭포수 아래에서 버티기, 바가지 타고 물장구치기, 탕 속에서 숨 참기~~
냉탕에서 노는 법을 너무 잘 아는 할머니.

그리고 할머니 눈에 비친 요구르트, 할머니는 분명 요구르트를 먹어본 적 없으시다.
덕지는 울지 않고 때를 밀었고, 숨도 꾹 참았다. 요구르트를 위해서....


엄마가 사준 요구르트, 덕지는 할머니께 드렸다. 착한 덕지!! 자기도 요구르트를 먹고 싶었을텐데, .....
자기와 잘 놀아준 할머니에 대한 고마움일거다.
그리고 다음번에도 장수탕에서 할머니와 신나게 놀았으면 좋겠다는 마음도 있을거고.
찬물에서 놀았더니 감기가..... 꿈에서? 할머니가 '요구룽 고맙다. 얼릉, 나아라 덕지야^^'


지금은 목욕탕 가는 일이 거의 없다. 욕실이 있는 집에서 사니깐.
매일 또는 이틀에 한번씩 샤워를 하니깐.
그래서일까? '장수탕 선녀님' 책을 읽으면 어릴 적 목욕탕 자주 갔던 일들이 생각난다.
명절 되면 특히 새벽에 일찍 일어나 목욕탕에 가서 씻고 큰 집에 갔던 시간들이 엊그제 같은데........
명절 때 새벽의 목욕탕은 얼마나 사람들로 북적였는지, 일찍 나서지 않으면 탕 주변으로 자리가 없어서
낑겨서 앉아 씻었던 기억도 생생한데.....
이 책은 지금 아이들에게 읽어주면 잘 와닿지 않을 듯 하다.
오히려 우리 어렸을 적 엄마 따라, 아빠 따라 목욕탕 갔던 세대만이 공유하는 추억이랄까.
시간이 참 많이 흘렀다.
그래서 더 특별함으로 다가오는 그림책이다.
새삼 삶을 살아가면서 어떤 힘겨움과 자주 또는 종종 마주하는데, 그 때마다 기억나는 추억이 있다면
위로를 많이 받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이런 좋은 기억을 만들어주는 것도 어른의 몫이란 생각도 들고.
요즘 아이들은 어떤 식으로 힘겨움의 때를 넘어갈까?
가장 가까이 있는 내 아이도 힘들다, 힘들다 할 때 엄마인 내가 뚝딱 해결해줄 수 있는 위로가 없는데....
그냥 들어줄 뿐인데..... 그들의 삶을 생각하면 마음 한 켠 짠~~하다.
오고가는 인연들 속에서 장수탕 선녀님을 만나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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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빗살무늬햇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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