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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20.06.18 비 오는 날의 어떤 기억
  2. 2020.06.17 시를 쓰듯 산문을 쓰고, 산문을 쓰듯 시를 쓰다; 詩의 온도
  3. 2020.06.16 방이 훤해졌다^^
2020. 6. 18.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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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온다.

밤부터 내린 비는 지금도 굵은 빗방울 튕기며 온다.

공기가 무겁게 가라앉아서 빗소리가 크게 들린다.

나무에는 살포시 깃들이고 길바닥에는 웅덩이를 만든다.

빗물 고인 웅덩이에 어둑어둑 하늘이 보인다.

달리는 차가 웅덩이를 지나가면 옛날 어릴적 봤던 흑백 텔레비젼의 '신호없음'

수신처럼 울리며 화면에 회색 덧칠을 반복한다.

옥상에 올라가서 안테나를 맞춰가며 신호를 잡았던 기억이 올라온다.

텔레비 나오나? 아니, 안 나와~~~ 어어어... 조금만 더 돌려봐. 어, 됐다 됐어.

다시 빗방울 튕기며 웅덩이에 잿빛 하늘이 보인다.

 

학교 다닐 때 우산 때문에 언니랑 많이 싸웠다.

비 오면 단단하고 잘 펴지는 2단 우산을 쓰고 가면 좋은데,

항상 언니가 먼저 학교 가니 좋은 우산을 차지했다.

뒤에 가는 나는 우산 때문에 한참 문 앞에 서 있었다.

우산 살이 꼬여있거나 뭔가 하나 빠져있거나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렇게 투덜거리며 학교에 간 기억......

아무렇지도 않다고 생각했는데, 30년 이상 된 기억이 내리는 비로 다시 소환되네.

그래서일까 지금 신발장 다른 켠의 우산 넣어두는 장에는 저절로 펴지는 자동 3단 우산이며

빳빳하고 엣지있는 2단 우산까지 골고루 있다. 식구는 3명인데........

 

기름 지글지글 고소함은 비 오는 날에 더욱 맛있고 중독성 있는 냄새이다.

검은 후라이팬에 기름 둘러 굽는 정구지(부추)지짐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전이다.

할머니가 늘 해주신 추억의 맛이다. 그 추억 때문에

비 오는 날 나는 청양고추랑 양파만 넣고 정구지 지짐을 해먹는다.

노릇노릇하게 기름에 구워지는 소리가 빗소리랑 닮았다.

여기저기 사방으로 튕긴다.

연아~ 연아~~ 부르던 할머니가 많이 보고 싶다.

내 이름은 '연희'인데.......

그 많은 손주들 있는데도 할머니는 나를 아끼셨다.

 

비를 좋아한다.

깊은 밤 조용히 방 안을 넘나드는 적막 속에서 내리는 비를 좋아한다.

찰방찰방 내리는 비와 함께 책 읽기를 즐겨한다.

장마가 시작되려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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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빗살무늬햇님
2020. 6. 17.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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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빛나는 것들은 언제나 일상 속에 있다. -문장의 온도 -

시는 계절을 닮는다. 사람의 감성은 계절의 기운을 넘어서기 어렵기 때문이다. -시의 온도-

 

가장 가까운 곳에 마음이 머물고 시선이 간다.

익숙한 곳에서 생경한 다름을 발견한다.

가끔 생각한다. 나에게서 나오는 말이 詩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시가 주는 위로를 알기 때문이다.

 

길게 써도 시가 될 수 있고, 짧게 써도 시가 될 수 있음을 요즘의 시들을 읽으며 느낀다.

일부러 오랫동안 곱씹어 해석하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의미가 통하고 시가 들어온다.

지극히 일상적이며 평범하고 보통의 시로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시인의 정서와 그 시를 읽는 사람의 정서가 통해서 이해되어진다.

잘 쓰여진 시는 2,3번의 생각의 과정을 거치지않고도 가슴으로 받아들여지는 시가 아닐까!

 

18세기 실학자이며 시인, 문장가이며 책만 읽는 바보(간서치)라 불리는 이덕무의 문장에 이어 시를 들여다보았다.

물론 책을 엮은 분의 해석을 통해 조선 최초 모더니스트 이덕무란 인물을 더 잘 알게 된다.

책 <시의 온도>이다. 시의 온도가 있다면 삶의 깊이와 넓이가 다를 것 같다. 삶을 바라보는 시선도 다를것이고.

이덕무의 글은 바라보는 시선이 따뜻하고 좋았다. 웅숭깊은 사람 같다.

 

 

'시는 계절을 닮는다' 말이 이해된다.

편지를 쓸 때도, 카톡에 쪽지를 보낼 때도 늘 계절과 날씨에 대한 인사와 안부를 묻는다.

어색함을 없애고, 부드럽게 대화하기에 좋다.

봄여름가을겨울 속에 이야기가 담겨있다.

내 마음의 상태도 계절, 날씨와 함께 오롯이 전해진다.

자연은 참 좋은 글감이 된다.

마음이 시키는대로 자연스레 글이 쓰여진다.

 

청나라 시인 원매는 창작의 즐거움이 '자득'에 있다고 했다. 스스로 힘으로 깨달아 터득한다.

다른 사람이 아닌 오로지 자신의 이야기를 덤덤하게 써 나가야 한다고 말한다.

그가 말하는 '시 쓰기의 이치'가 많이 공감된다.

"애써 억지로 시를 지으려고 하지 말라. 그렇게 하면 자칫 언어의 감옥에 구속당하기 쉽다.

차라리 감정이 분출하고 영감이 떠오를 때까지 시를 쓰지 말라.

자득한 것이 나를 찾아올 때까지 묵히고 기다리고 또 묵히고 기다려라.

그렇게 하면 비록 한 달에 겨우 한 두 편의 시 밖에 얻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마침내

가장 진실하고 자연스러운 시를 자유롭게 지을 수 있게 될 것이다."

 

새로운 것을 추구하고, 일상의 평범한 사물들에게 시선을 주고, 어디에 얽매이지않는 삶을 살아내고

청빈하고 소박한 삶을 고스란히 살아내어 적어내려가는 시가 어찌 뭉클하며 아름답지 않을 수 있을까?!

시집을 무던히도 많이 읽어냈던 요즘이다. 시가 가만히 가만히 내게로 온다.

의식적으로 읽어냈던 시가 말을 걸어온다. 시인으로 등단한지 8,9년이 되었는데 시집 한 권 없고

계속 시를 써 왔던 것도 아니다. 그동안 뭘 했을까? 봄여름가을겨울도 많이 바뀌었는데....

잠깐 내가 시를 썼던 사람인 것을 잊어버렸나보다. <시의 온도>를 읽다보니 내가 시인이었구나!

어렵게만 생각했던 시, 멀찌감치 거리를 두었던 시를 내가 썼던 사람이었구나!

이덕무의 삶의 철학이 베어든 시 쓰기를 다시 시작해야겠다.

한번 더 읽어봐야겠다. 나도 나름의 정리가 필요한 사람인지라 마음잡기 부터 해야겠다.

책은 이렇듯 한 개인의 삶에 크든 작든 동기부여를 해준다.

잊혀졌던 잃어버렸던 어떤 기억의 순간을 떠올리게 해준다.

소홀했던 나의 글쓰기를 되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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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빗살무늬햇님
2020. 6. 16. 2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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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2학년 딸아이 방에 필요한게 하나씩 늘어난다.

본격적으로 공부를 하려나보다.

지금은 등교 수업과 원격 수업을 병행하고 있다.

학교는 학교대로, 공부방은 공부방대로 과제물이 넘친다.

늦은 밤까지 아이 방에 불이 켜진 날들이 많은 요즘이다.

 

 

작년에 중학교 올라가자마자 사준 노트북이다.

EBS 교육방송 들으며 공부한다고 해서 사준건데,

올해 코로나19로 인해 원격 수업과 공부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독서대와 독서등도 필요하다고 해서 사줬는데 오늘 도착했다.

책상 위가 훤~해졌다.

 

책상 위가 깨끗해야만 공부가 잘 된다는 것을 아이는 이미 알고 있다.

그래서인지 비교적 또래 아이들보다 깨끗한 편이다.

홀로 치우는데도 쉽게 하고.

 

지금은 밤 8시 54분,

아직은 공부모드에 들어가지 않았다.

더 늦은 밤이 스며들면 아이는 오늘 자기 방의 불을 끄고 독서등을 켜며 독서대에 책을 펼쳐놓고

과제나 공부를 할 것이다. 기분이 어떨까?

살짝 엿봐야겠다^^

중학교 2학년 딸아이는 이렇게 몸과 마음, 생각이 자라나는구나!

자기만의 방에서.

버지니아 울프가 유달스레 생각나는 밤이다.

돈도 필요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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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빗살무늬햇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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