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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11. 14.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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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커피를 옆에 한 잔 놓고 마시면서 향도 음미해야 하는데,

나에게 온 커피는 언제나 식어있다.

괜히 뜬금없이 집중해서 식어버린 커피를 씁쓸하게 마신다.

일상이 되다보니 나는 찬 커피도 잘 먹는 사람이 되어있다.

아이스커피가 아닌 그냥 찬 커피, 한꺼번에 입 속으로 꿀꺽~~

분위기 차암 없는 사람이 된다.

 

지금 울 아파트는 외벽 재도장 공사가 한창이다.

페인트만 벗겨내고 실리콘으로 균열을 보수(크랙)하는 작업부터 시작하더니

스프레이로 하얀 바탕 칠하네.

다음주에는 본격적으로 지정된 색 입히는 작업이 시작될 것 같다.

주차된 차들이 비닐 옷 입었다.

먼지도 날려서 창문을 다 닫았다.

오늘 볕이 너무 좋은데.....

 

도서관 가서 책 반납하고 빌려왔다.

도서대출카드를 스마트폰 지갑형 껍데기에 늘 꽂아두었는데,

어디에 흘렸나보다. 교통카드와 함께.

카드 발급 대신 편하게 도서관 앱을 깔았다.

오늘은 그냥 반납만 하고 돌아서려고 했는데,

도서관 직원분이 연체되어도 5권 더 빌릴 수 있겠네요.

이 말에 마음이 흔들려 자동반사되어 신간 코너 쪽으로 걸어갔다.

 

 

어떤 책을 읽을지 검색해 캡쳐해두지 않았지만 찬찬히 보고 선택해서 좋았다.

딱 그 시간에 내 마음이 가는대로 고르기!

책은 읽는 것도 좋지만, 책 주변을 어슬렁거리는게 좋은 것 같다.

책 냄새만 가득한 그 곳에서.

그래, 도서관 가면  책 빌려오는게 당근 의무이지^^

언제라도 그 의무를 망각하면 안 돼~~~

 

빨래 널어놓은 베란다 창으로 볕이 수시로 드나든다.

창문은 닫아도 반짝이는 볕은 가둘수는 없지.

반짝반짝 가을볕에 마음이 뺏긴다.

자주 밖을 내다본다.

우리 라인에 칠 하는 아저씨와 생뚱맞게 눈이 마주쳤다.

헉....... 얼릉 책으로 눈길을 피한다.

광려천 물도 햇빛에 반짝반짝^^

평안한 주말의 오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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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빗살무늬햇님
2020. 11. 13. 2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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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만으로도 마음이 아려오거나, 쓸쓸함이 묻어나는 시집이 있습니다.

이상하게 그런 시집은 나도 모르게 끌립니다.

사람의 감정은 다양한데, 어쩌면 하나님께서 이 사람에게 이 감정을 더 심어주지 않았을까?

그냥 생각해봅니다.

 

외로움의 깊이와 쓸쓸함의 농도가 마음을 아리게 할 때 있습니다.

내가 겪은 일은 아니지만, 누구의 슬픔을 들었을 때는 마음이 무겁습니다.

정말 좋은 사람인데,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 내 마음이 아픕니다.

사랑하는 마음은 참 애타게 합니다.

 

 

이병률 시인의 신작「이별이 오늘 만나자고 한다」

시인의 책들을 통해 그 분위기를 조금 알고 있어서 그의 시집에 눈이 멈추고 손이 갑니다.

아는게 참... 무섭습니다. 아는 익숙함에서 벗어날 수 없네요.

특히, 마음 쓰이게 하는 것은 슬픕니다.

詩에서도 마음 쓰이게 하는 감정들이 나옵니다.

무슨 말인가 싶으면서도 다시 찬찬히 읽어보면 내재된 슬픔과 아픔이 교차합니다.

그 감정을 느끼기엔 여전히 어렵고 또 어렵습니다.

살아가는 이야기라서 좀 더 수월하게 이해 될까 싶다가도

머릿속은 되는데, 마음은 좀처럼 낫아지지 않습니다.

이해하지 말자고..... 다시 생각합니다.

이미 내 마음에 생채기가 남았습니다.

남의 이야기인데 왜 그렇게 아플까요?!

여기저기 삶 가장자리에 흩어져있는 모든 슬픔들을 꺼내온 것 같습니다.

밀려오는 슬픔은 힘이 세서 상대하기가 참 버겁습니다.

마음 약한 사람들은 쉽게 슬픔에 지겠구나!

슬픔이 만나자고 할 때 무슨 수로 피할까 싶기도 합니다.

 

오늘 이병률 시인의 시집은 고독도 외로움도 아닌 슬픔입니다.

보통의 날에 슬픔에 대해 생각하는 것이 나쁘지는 않습니다.

겉으로 표현하지 않지만 누구에게나 슬픔은 속으로 품고 삭이고 있으니까요.

너무 좋아서 슬프고, 깊은 고난의 시간을 견뎌왔는데도 아무 일 없듯 살아냅니다.

그 속사정을 듣고 나면 슬픔이 아린다는게 어떤건지 이해됩니다.

 

 

아홉살 인생, 영화도 있지요.

하물며 14살은요?

몹시 빠르게 부는 바람과 무섭게 소용돌이치는 큰 물결에 정신 없어요.

가만히 놔두면 지나가겠지만, 잘 살펴봐줘야 합니다.

바람의 세기가 차이날 뿐, 누구나 그 바람을 겪습니다.

그래서 조금 아주 조금 위로가 됩니다.

 

그런데 오늘은 나한테 인생이 찾아왔다

굉장히 큰 배를 타고 와서는

많은 짐들을 내 앞에 내려놓았다

이제 앞으로 그 많은 짐들을 짊어지고

높은 산으로 올라가 하나하나 풀어봐야 한다고 했다

 

오늘은 시집을 읽었습니다.

슬픔에 대해 한참동안 생각했습니다.

슬픔은 참 희한합니다.

가슴 속 뭉클함이란 감정이 슬픔도 됩니다.

그런 낯선 풍경들을 마주하게 되네요.

그래서 은근하게 따뜻해집니다.

이 시간,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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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빗살무늬햇님
2020. 11. 12. 2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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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저씨를 안지 꽤 시간이 흘렀다.

수더분한 외모에 꼭 옆집 아저씨처럼 푸근한 인상을 풍겼는데......

입담은 더 장난 아니다. 박식한 척 하는건지 허풍쟁이인지 난감하기도 하다.

우리 주변에 쎈 언니가 있다면, 모르긴해도 이 아저씨는 분명 쎈 아저씨 축에 들어간다.

절대 말에서 꿀리지 않는다. 재담꾼이라 하지.

까칠하면서도 할 말, 하고 싶은 말 다 풀어놓는 여행작가 빌 브라이슨의 쌉싸름한 영국 여행기

책「빌 브라이슨 발칙한 영국산책」이다.

까만 글만 있는 여행기는 이 아저씨 책이 독보적이라 생각된다.

그래서 나름 편견을 가진다.

사진이 글보다 많은 분량을 차지하는 책은 여행기가 아닌 카탈로그 아닌가?

사진에서 주는 위로가 있고 감흥이 있는데, 내가 너무 재단했다.

자기만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방식일 뿐인데.

여행 작가의 책을 읽음으로 함께 여행하는 착각을 한다.

보이는 사진 속에서 시각화됨으로 여행에 대한 로망에 불 지피고, 쓰여진 글을 통해 상상한다.

여행 작가와 더 깊이 밀착된 느낌을 받는다.

미국 횡단과 유럽 산책을 이미 함께 동행한터라 빌 브라이슨의 익살맞은 이야기가 더 기대되었다.

물론 다른 책들도 빌 브라이슨의 해박한 지식을 덤으로 얻을 수 있다.

 

미국 아이오와주 출신의 작가가 유럽을 여행하다 유럽의 매력에 빠져 20살때 부터 20년간 영국에 거주했다.

그리고, 본국으로 돌아가기 전 영국의 구석구석을 여행하면서 쓴 책「빌 브라이슨 발칙한 영국산책」이다.

1975년에 처음 와서 1994년 20년이 지나고서야 영국을 제대로 둘러본다.

처음 밟은 땅, 남부 지역 도버에서부터 시작이다. 20년이 흘렀지만 옛 모습 그대로인 곳도 있고,

많이 개발되어서 흔적없이 사라진 곳도 있다. 20년 만에 제대로 자유로운 영혼이 되어 영국 곳곳을 누빈다.

"나는 심란한 마음으로 거리를 걸었다. 내 기억 속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던 곳이 이렇게 낯설어졌다는

사실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나도 이 발칙한 아저씨를 처음 알았을 땐 30대였는데, 지금은 40중반이다.

같이 나이 먹어가는 처지가 되었다. 그 때 읽었을 땐 마냥 웃겼는데, 지금 읽으니 느낌이 조금 다르다.

이제 제대로 같이 여행하는 느낌이다.

 

낯선 땅에 와서 낯선 사람들과 부딪히고, 같은 영어 문화권인데도 언어의 결도 조금씩 다르고,

무엇보다 삶의 방식이나 문화가 다르니 당황스러운 일이 발생하는 것은 다반사이다.

그럼에도 특유의 입바른 소리와 익살맞은 이야기로 감정을 하나씩 풀어나가는 모습이 곳곳에 담겨있다.

여행하는 지역에 대한 호불호가 분명하다. 더 좋아진 곳은 엄지 척, 더 나쁘게 변한 곳은 아쉬움이 묻어난다.

지도 하나만으로 20년 전의 기억의 흔적을 찾아가는 모습은 당당하기까지 하다.

빌 브라이슨의 책을 제법 읽었으면서도 전혀 느끼지 못했던 그가 진정 도보여행자라는 사실에 감탄이^^

책 곳곳에서는 몇 마일(몇 Km) 걸었다는 언급이 계속 되었다.

하루에 기본적으로 적게는 5,6마일(8Km~10Km)를 걸었음은 그를 '걷기 예찬론자'로 불러도 될 것 같다.

물론 빠른 교통수단을 이용해서 편하게 되도록이면 여러 군데를 두루 보고 싶은 마음은 누구에게나 있다.

그러나, 여행자들은 대개 주머니 사정이 넉넉치않다는 것을 감안하면 빌 브라이슨의 사소한 행동들?도 이해된다.

그 마음 중심엔 하룻밤이나 며칠 지낼 곳으로 싸고 안락하고 부족하지않게 잘 구비된 방이 있다면 금상첨화~

하루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힘들었던 여정을 제법 그럴듯한 선술집에서 시원한 맥주 한 잔으로 하루 마무으리~~~

여행작가 빌 브라이슨이 몸으로 겪고 체험한 소중한 여행기이다.

 

대한민국이란 나라에 살지만 자기가 태어난 곳 이외의 지역은 평생 가보지 않은 낯선 곳이다.

부산에서 태어났지만 부산을 떠나 다른 곳으로 가본 적이 없었다. 아비토끼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이방 여행자가 우리나라 구석구석을 더 잘 아는 것과 통한다. 빌 브라이슨이 그렇다.

이방인의 눈으로 보고 체험한 영국은 영국 사람들보다 더 영국적인 느낌이 들었다.

20년이란 시간 너머 여행지의 민낯과 장점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날 것 그대로의 여행기라 재밌다.

   다시 한번만 더 '영국 최대' 라든가 '영국 최고'라는 표현을 사용한 전단지를 보면 당장 그 곳으로 달려가
   방화를 저지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놓고 제공하는 서비스들은 지독하게 조촐하다.
   장황하게 늘어놓은 특색있는 명소라는게 '공짜 주차장' '선물가게' 그리고 늘 빠지지않는 창의력을 위한
   '놀이공원' 같은 것이었다. (그런데 꼴랑 정글짐 하나와 스프링 달린 플라스틱 동물모형 두어 개가 전부인 사진을
   실어놓는 아둔함을 보이는 것도 잊지 않는다. 그런 곳에 대체 누가 가지? 정말 알 수가 없는 노릇이었다.
   (p193~194)

특히, 빌 브라이슨의 모든 책에서는 발음과 억양에 관한 이야기들이 많다.

영국식과 미국식으로 조금씩 다르기에 언어적인 해학이 많은 것 같다. 빌 브라이슨식 유머!!

능청스럽고 익살맞고 넉살이 좋을만큼 음흉하기도 하고,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고....

언어에서 오는 억양의 차이다. 자존심 센 영국인들의 비위를 건드리기도 한다. 위험한데??

아마 영국인이 이 책을 읽는다면 분명 빌 브라이슨을 욕할지도 모른다.

뭐 욕해도 우리의 까칠하면서도 발칙한 아저씨는 귓등으로 듣겠지만....

그래도 영국에 20년 동안 살았다고 영국에 대한 애정이 많이 묻어난다. 그래서 달콤쌉싸름하다.

사람이 칭찬하는 소리는 잘 잊어버리고 듣기 싫은 말은 귀가 뻥~ 뚫리는 법이니까^^

 

빌 브라이슨의 여행지 중 '버지니아 워터'가 있다.

작가도 버지니아 워더가 재미난 곳이고, 매력이라고 했다. 무엇이 그렇게 매력적이었을까?

그 곳은 이상하면서도 마음이 닿는 곳, 특히 그 곳 사람들이 그냥 좋은 느낌! 특별한 이유가 있다.

   당시 버지니아 워터에 특별한 마력을 더해준 건 따로 있다. 정신병자들이 마구 돌아다닌다는 점이다.
   제 아무리 머리가 혼탁하거나 걷는 모양새가 엉성하고 주춤거려도, 혼자 뭐라뭐라 중얼거리고 다녀도,
   잘 가다가 갑자기 허리를 굽혀 인사를 해도, 완전히 정신이 외출한 사람이 보이는 징후 수백 가지를 해도,
   대부분의 환자들은 마음을 헤매고 다니다 얌전히 요양원으로 되돌아올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매일 예상치 못한 재미를 주며 싸구려 담배나 사탕 종류를 사고 있는 정신병자를 만날 수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차를 마시거나 가냘픈 목소리로 힘없이 뭔가 항의하고 있는 정신병자를 만날 수도 있다. 이런 까닭에
   버지니아 워터는 영국에서 가장 특이하고 별난 지역으로 손꼽히게 되었다.
   미친 사람들과 부유한 사람들이 똑같이
섞여 지내기 때문이다.
   상점주인들이나 지역사람들이 이 문제에 대해 보이는 태도 역시 정말 존경스럽다.
   그들은 하나도 이상할 것이 없다는 듯 지냈다. (p113~114)

우리는 상상할 수도 없는데..... 정신병원을 짓는다하면 피켓 들고 현수막 걸고 난리날거다. 땅 값 떨어진다고.

특수 학교가 들어선다고 하니 거세게 반발하는 지역주민들, 그리고 무릎 꿇은 장애 아동 엄마들의 호소.......

저 부분을 읽으니 생각이 많았다. 성숙한 인간과 인간의 격이란 것이 있구나!!!

사람 사는 세상은 어디든 다 비슷비슷하지만, 많이 다른 곳도 있구나 싶다.

최소한 인간의 기본적인 도리와 양심이 있는 곳은 특별하고 다르네. 그 마인드 자체가 부럽다.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것에 대해 생각해본다.

 

"영국 특유의 이슬비는자욱하게 허공을 메우고 있으면서 암암리에 사람들의 정기를 빼내가곤 한다.

성공적인 도보여행의 비결은 언제 멈춰야만 하는지를 정확히 아는 데 있다."

변덕스런 영국 날씨는 여행자들을 힘들게 한다. 햇살이 좋은 날도 있지만 갑작스레 내리는 빗줄기에

황당한 경우가 여러번이다. 이 낯선 곳에서 비를 영접하는 일은 여행자들로서는 매번 적응이 되지 않는 모양이다.

그럴 땐 잠깐 걷기를 멈추고 빠른 교통 수단으로 대체해 머물 곳을 찾아야 한다.

도보여행자들의 융통성이 필요할 때이다. 오래 길게 재미있게 여행을 끝까지 하려면.

아,.... 늘 500페이지의 긴 이야기를 보고 있는 발칙한 도보여행자의 '찐팬'으로서 그의 이야기는 매번 흥미롭다.

배꼽 잡으면서 이제 웃지는 않지만, 흐뭇하게 킥킥거리면서 본다. 몇 페이지 남지 않음에 아쉬워한다.

그래서 또 다음을 기대한다. 어떤 이야기를 들고 나올지 궁금해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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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빗살무늬햇님
2020. 11. 11. 2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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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1 빼빼로 데이, 가래떡 데이......

또 무슨 날일까?

그냥 아무 생각없이 검색해서 찾아봤다.

농업인의 날, 농민의 수고를 격려하고 일손을 지원하기 위해 기념하는 날이라 한다.

달력을 보니 보행자의 날이라고도 쓰여있다.

보행자와 보행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숫자 1이 네 번 등장해 사람의 다리가 연상되는.

정부 부처 주관의 법정기념일로 제정되었지만 별로 느낌이 없다.

000 온라인 쇼핑몰에서는 십일절 페스티벌~~

상술을 위해 만든 날은 며칠 전부터 대대적인 홍보를 하고 있는데,

법정기념일로 제정된 의미있는 날들은 그 의미조차 모른다.

다음번에는 빼빼로 데이가 아니라 농업인의 날, 보행자의 날을 먼저 기억했으면 좋겠다.

 

 

해마다 돌아오는 빼빼로 데이라 하더라도 올해 오늘은 빼빼로를 받기 전까지 몰랐다.

역시 아무 생각이 없었다.

코로나19로 인해 아이는 집에서 원격수업을 하고 아비토끼도 직장 아닌 곳에서 연수를 받으니

전혀 모르는 것 같았다. 집순이 나도 그렇고.

그냥 다른 날과 같은 평범한 날이었는데.

 

학교에 갔다가 댄스 선생님께 빼빼로를 받았다.

투명 비닐 포장지에 리본 꽂아 깔끔하게 포장된 4개 들이 빼빼로다.

누드쵸코와 아몬드 2개씩 들었다.

효진이가 공부하면서 먹는다고 아몬드 하나를 슬쩍~~~

빼빼로 종류가 꽤 된다. 그리고 저렇게 옆면에 글귀가 있다.

예전에는 없었는데 신기해서 찍어봤다.

일단 맹숭맹숭한 것보다 글귀가 있음으로 좀 다른 느낌?

'좋아해요' '내 마음 알지' '지금 행복하지 못할 이유 없다' '행복은 멈출 줄 아는 능력'

저 글귀대로 따뜻해졌으면 좋겠다.

 

저번주는 날이 갑자기 추워졌는데,

이번주는 날이 좋다. 가을 내음이 여기저기에.

바쁜 일도 마쳤고, 다시 숨 고르기~~~

학교에서 짬이 나 책도 읽는데, 집중하기가 쉽지 않다.

모과는 이제 옅은 노란빛으로 서서히 변하고 있다.

잎이 많이 떨어진 엉성한 나무에 달린 모과가 도드라지게 보인다.

팔을 뻗으면 닿지 않는데,.....

설마 저것도 누가 따가지는 않겠지?!

주문을 외워본다.

떨어져라, 떨어져라. 내가 보이는 곳에 떨어져라.

찬 아스팔트 아닌 푹신푹신한 잎들 속에 안겨있으라.

초저녁 잠이 자꾸 오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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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빗살무늬햇님
2020. 11. 10.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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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에는 많은 이야기가 숨어져있다.

보는 사람에 따라 여러가지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동시대의 사람이 아니라면 화가의 그림을 짐작할 뿐이다.

가장 그럴듯한 해석을 정설로 믿게 된다.

여전히 의문이 해소되지 않은 채..... 아니 영원히 묻히게 될 진실이다.

이름과 그림만 남겨져 있으니까.

그림에 대해 몰라도 보는 것은 좋다.

화가의 작품에 대한 책을 읽고 계속 반복적으로 보니까 그림이 익숙해진다.

그렇다고 그림 속 내막을 잘 아는 것은 아니다.

모른다고해도 그림 보는 것만으로도 좋다.

 

그림을 좀 볼 줄 아는 사람들은 그림에 대해 칼럼도 쓴다.

그 사람들이 쓴 그림 이야기는 꽤 재밌다.

대중적으로 덜 알려진 그림 속 이야기들도 들을 수 있으니 궁금하고 호기심이 번진다.

덩달아 이해하기도 쉽다면 몰입도가 올라간다. 

책 <다락방 미술관> 이다.

 

 

그리는 것 말고 보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 나 말고 이 책을 쓴 저자도 그렇네.

미술관 특유의 냄새를 좋아해서 어느 미술관에 누구의 전시회가 있다면

전시마다 관련된 책을 읽는다고 했다. 꼭 전시회까지는 아니더라도

어떤 책에서 읽은 화가가 인상깊이 남는다면 그 화가에 대해 더  깊이 알고 싶어서

화가의 삶, 작품들까지 연달아 읽는다. 관심이란게 그렇다.

문학과 미술, 예술과 역사와 같은 강의를 듣고 공부를 했다는

저자의 열심이 어쩌면 책을 내는데까지 닿지 않았나싶다.

사람을 향하는 그런 이야기, 무조건 반긴다.

 

그림을 좀 봤다고 화가와 작품 이름도 꽤 익숙하다.

그림의 사연을 따라 가보면 자연스레 화가가 추구하는 화풍도 이해된다.

학창시절 땐 작품 따로, 화가 이름 따로, 화풍 따로 전부 따로 외웠으니 연결이 안 되었는데,

눈에 익숙한 그림이 정말 누구의 작품이란 걸 알았을 때, 시대와 시대적 배경도 알게 된다.  

작품 속 사연과 맞아떨어질 즈음에 화가를 다시 보게 된다. 편견이란 옥의 티를 벗는다.

왜 그럴 수 밖에 없었는가에 대해 이해하게된다.

   화가는 하나의 인격이다. 그림을 그리기 때문이다. 루소는 이상한 그림을 그린다.
   우리가 모르는 그림이다. 그러나 우리가 모른다고 해서 꼭 조롱할 필요는 없다.(....)
   규격에서 벗어나는 건 현대인들을 혼란스럽게 한다.(...)
   자신이 이해할 수 없으면 몽땅
미친 짓, 바보 짓이라고 밀어두면 속 편하기 때문이다.
   루소는 사회의 어리석은 편견의 제물이 되었다. (p158)

상처와 부재, 그리움, 사랑, 미움, 아쉬움..... 많은 감정에 대해 연민을 가진다.

올려다보는 사람이 아닌 같은 눈높이로 보게 되는 그들도 우리와 같은 사람이구나!

27명의 화가들의 삶은 특별하지도 평범하지도 않았다.

대신 그 삶을 선택했을 뿐이다.

매순간 선택의 길 위에서 품었던 생각, 살아낸 삶들이 작품이 되었다.

그래서 모든 세상의 작품들은 감히 세상 속 잣대만으로 평가할 수 없는 부분이다.

 

예술가로서 사람과 사람이 연결되는 일은 작품 활동을 하거나, 인지도(명성)에 많은 영향을 끼친다.

전시회에 작품을 꾸준히 출품하더라도 사람과의 접점이 없으면 작품 활동이 위축될 수 밖에 없다.

화가들은 특히 다양한 부류의 사람들과 교류했다. 시인, 음악가, 작가, 꽤 잘 나가는 화가들.....

신예들이 이름을 각인시킬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이 인맥이란 것을 알게 된다.

이 인맥의 영향으로 화가가 자신만의 독자적인 화풍을 구현하기도 한다.

아니면 완전 새로운 것으로 재탄생되기도 하고.

화가들의 알려지지 않은 사연을 들여다보니 이런 연결고리가 더 두드러지게 보였다.

한참 지난 후 별로 주목하지 않았던 화가들의 사연들이 어느 책 속에서 또 접하게 된다면

그것 또한 반갑지 아니한가! 생경한 듯 신선한 듯....

 

에곤 실레가 항상 예술인지 외설인지 논란이 되는 그림만 그린 것은 아니다.

여자 남자 어린이 풍경 초상화 등다양한 그림을 그렸다. 그는 회화가 진실,

즉 본질을 보여주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그 강박이 수많은 자화상을 탄생시켰다.

여느 자화상과 달리 그의 자화상은 비틀거리고 잘리고 일그러져 있다.

미화하거나 포장하지 않고 자신을 드러내고 해체시킴으로써 '나'라는 본질에 다가가고자 했다. (p206)

 

늘 불안했던 젊은 천재 화가 에곤 실레가 꿈 꾼 삶이 아주 평범한 것이었음을 알았을 때,

비단 에곤 실레만의 삶이 아니라 많은 화가들의 삶과 비교해봤을 때,

지금 나는 얼마나 평안한가? 자유로운가!

툴루즈 로트렉 말이 들린다.

"산다는 것은 충분히 슬픕니다. 그래서 그것을 사랑스럽고 즐겁게 나타내야 하지요.

그것을 그리기 위해서 푸른색과 붉은색 물감이 있는 것입니다."

 

그림에 관한 책을 읽고 있노라면 아쉬운 부분이 늘 있다.

에피소드는 흥미로운데, 작품을 많이 엿볼 수 없다.

지면상의 문제가 아니라면 책에 싣어줬으면 좋겠다. 작품을 많이 넣으면 책 단가가 올라가려나?

언급된 작품들은 폰으로 검색해 찾아본다. 스토리를 읽으면서 작품을 보면 이해가 쉬우니까.

없는 작품들도 있는데 덜 알려진 아주 희귀한 작품이다.

그런 희귀한 작품들에 대한 스토리도 꽤 흥미로울 듯 한데.......

 

화가 이야기가 끝나면 세계의 미술관이 소개되어있다.

화가의 작품들을 품은 미술관들, 자국의 화가를 기념하기 위해 화가의 이름으로 세워진 미술관들.

여행이 계기가 되어 미술관 나들이로 계획을 세워도 좋을 듯 싶다.

친절하게 약도까지 수록되어 있어서 가지 않으면 후회할 것 같은 느낌도 드는데.....

갈 수 있을까? 싶다. 그림을 실물 영접하려면 미술관이 딱인데, 가고 싶다. 아쉬움을 남긴 채,

책「다락방 미술관」잘 읽었다. 다락방에서 보물찾기 하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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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빗살무늬햇님
2020. 11. 8. 2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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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아주버님이 계신 사천에 갔다왔다.

코로나19로 추석에 올라가지 못하고 6개월만에 만난다.

지난 5월에 가서 맛있는 회를 대접받고 왔는데, 이번에는 소고기를 사주셨다.

 

 

마산에서 함안을 지나 산인....사천

쭉쭉 뻗은 도로와 파아란 하늘 아래 사방으로 울긋불긋 가을이 들어섰다.

오랫만의 외출이고 가을이라 기분이 더 좋았다.

콧노래가 저절로~~~

오늘 날씨가 따뜻하고 청명한 가을이라서 더 마음에 들었다.

 

 

아주버님 숙소로 쓰고 있는 원룸 근처 사천 향촌동 행정복지센터에서 기다렸다.

행정복지센터 옆에 비닐하우스 안과 밖엔 저렇게 꽃들이 피어있다.

길가 도로 위 예쁘게 핀 꽃들을 여기에서 다 키우나보다.

목욕탕 갔다온 아주버님이 자전거 타고 데리러 왔다.

숙소에서 조금 시간을 보내고, 소고기 맛집에서 맛있게 점심을 먹었다.

 

 

다 먹고 근처에 바다가 있는데, 산책을 했다.  역시 바다는 실망시키지 않아.

그 유명한 삼천포 아가씨 조각상이 있었다.

하염없이 사랑하는 사람을 기다리다 그대로 망부석이 된 전설....

기다림이 깊은 그리움이 되어... 참 처연하게 느껴진다.

 

바다로 둘러쌓인 이 곳 노산공원 안에 박재삼 문학관이 있고,

공원 전체가 동백꽃 나무로 심어져있다. 봉우리가 맺혔고, 겨울에는 활짝 다 피겠네.

박재삼 시인은 삼천포 출신으로 1960년대를 대표하는 문학가이다.

토속적 미학과 음률을 되살린 서정시인 이라는데, 잘 모른다.

아쉽지만, 다음에 다시 올 계기가 된다면 한번 들르고 싶다.

박재삼 시인의 시를 찾아보았다.

 

나는 아직도 ▶박재삼

나는 아직도 꽃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찬란한 노래를 하고 싶습니다만

저 새처럼은

구슬을 굴릴 수가 없습니다.

 

나는 아직도 놀빛 물드는 마음으로

빛나는 사랑을 하고 싶습니다만

저 단풍잎처럼은

아리아리 고울 수가 없습니다.

 

나는 아직도 빈 손을 드는 마음으로

부신 햇빛을 가리고 싶습니다만

저 나무처럼은

마른 채로 섰을 수가 없습니다.

 

아, 나는 아직도 무언가를

자꾸 하고 싶을 따름

무엇이 될 수는 없습니다.

 

 

따뜻한 커피를 테이크아웃해서 아주버님이 자주 찾는 공원(용두공원)에 왔다.

해발 800m 되는 산으로 둘러쌓여 있다.

오랫만에 자연 속에서 힐링을 한 듯^^

 

볕이 좋아서 돗자리를 깔고 커피를 마시면서 이야기를 나눴다.

단풍나무 색깔이 너무 잘 물들어져서 예쁘니까 찰캭~!!

공원에서 풀어놓고 키운다는 토실토실 검은 토끼도 만났다.

풀을 오구오구 뜯어먹는게 우습고 귀여웠다.

가까이서 본 모습이 처음이라 신기했다.

풀어놓고 자라는 토끼라서 그런지 더 건강하게 느껴졌다.

 

 

여기까지 왔는데 둘레길을 걸어줘야되겠지.

효진이는 싫은 티는 못내고ㅋㅋ, 터벅터벅 걷는다.

풍경이 예술이었다.

펼쳐진 물빛과 하늘빛이 똑같다.

호수를 가운데 두고 둘레길을 걷는데 숲 사이로 바람이 들어온다.

가을 바람이다.

 

아주버님 숙소까지 갔다가 오후 3시, 집으로 향했다.

사천 갈 때는 1시간 걸렸는데, 집으로 올 때 2시간이 걸렸다.

차가 밀렸다. 멋진 가을이라 많은 사람들이 가을 나들이를 갔었나보다.

어둠이 밀려왔다. 그래도 마음이 넉넉한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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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빗살무늬햇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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