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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한 뼘 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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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22.08.19 어느 책 수선가의 기록
  2. 2022.08.15 「책들의 부엌」소양리 북스 키친에서 쉼표!
  3. 2022.08.04 「아몬드」에서 '이방인'의 뫼르소가 보인다
  4. 2022.07.30 바람이 불면 바람이 부는 나무가 되지요
  5. 2022.07.21 바람이 분다, 살아야겠다 3
  6. 2022.06.29 강신주의 감정수업
2022. 8. 19.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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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부터 책이 모이기 시작했다.

지금 거실 전면 한 켠 책장엔 책이 빼곡하게 진열되어있다.

이사오고 난 후 정리의 수순을 거쳤는데도 다시 책장 책은 채워졌다.

분리수거 할 때 몇 박스의 책을 수시로 정리했음에도 줄어든 느낌은 들지 않는다. 

한 번 읽은 책은 다시 읽지 않는 편이고, 손 때 묻은 표시보다 줄 긋은 자국이 많다. 

볕이 잘 드는 거실에 책장이 있다보니 먼지가 쌓이고, 책등은 누렇게 변색이 되었다. 

출간된지 얼마되지 않은 책인데도, 변색으로 인해 낡은 책처럼 보인다.

책을 정리할 땐 겉으로 보이는 책 상태를 먼저 보고 결정한다.

나에게 얼마나 의미있었던 책인지를 판단한다. 

이렇게 판단이 끝난 책들은 안도의 한숨을 쉬며 살아남았구나!

다시 책장에 가지런히 꽂히는 행운?을 누린다. 

 

여간해서는 다시 읽지 않는 책인데, 다시 읽게 된다면 그 책은 아끼는 책이 된다. 

아끼는 책은 시간이 많이 흘러도 쉬이 버리지 못한다. 시간의 때가 쌓여간다.

추억 속 이야기도 시간 속으로 묻힌다. 그리고 어느 날,

시간이 숨겨 둔 보물을 발견한 것 처럼 추억의 책이 보였을 때... 뭉클해지는 마음!

중,고등학교 때 긁적거렸던 일기장을 펼쳤을 때의 그 마음.... 빙고!!!

나름 감수성 짙었던 그 일기장, 내 마음 상태가 고스란히 담겨진 풋풋한 10대의 그 일기장.

낡았지만 소중해서 더 오래 간직하고 싶다. 

이 책  「어느 책 수선가의 기록」을 읽기 전에는 계속 책장 한 켠에 덩그러니 있었을텐데,

망가진 책에 담긴 기억을 되살리는 '재영 책수선'을 알고 나니 가치있고 의미있는 것을

더 빛나는 소장품으로 바꿔주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수선해서 나만의 책으로 만들고 싶다. 

 

 

옷 수선, 구두 수선은 익숙한데.... 책을 수선한다?! 낯설다. 

하지만 말 그대로 낯설 뿐이다. 

낡았다고 버리는게 아니라 다시 재활용한다는 의미이니까. 

옷도 구두도 아끼고 애정하는 것이라면 잘 버리지 못하는 것처럼,

책도 한 개인에게 의미있는 애장품이라면 쉬이 버리지 못할 것 같다. 

쓰는대로 닳아 없어져 못 쓰게 되는 소모품이 아니라 일상적으로 늘 갖춰 두루 쓰게 되는 비품이 된다. 

진정한 수선의 의미가 아닐까!

 

책 「어느 책 수선가의 기록」은 뭔지모르게 참 신선했다. 

책 수선도 낯설지만, 수선을 통해 재탄생된 책은 사물 그 이상의 가치를 품고 있는 듯 하다.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고, 추억과 이야기로 되살아나고, 다양한 감정을 일으키는 등 

고전의 깊이를 생각하면 될 것 같다.

 

 

책 수선을 의뢰하고, 수선하고자 하는 책의 사연을 듣고, 수선을 하는 그 일련의 과정 속에서 

책은 비로소 의미가 된다.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비로소 꽃이 되었다'는 김춘수 시인의 詩 속에 담긴 꽃처럼.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은 /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 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 무엇이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한 권의 의미있는 책이 탄생하기 위해 책 수선가와 의뢰인 사이에 오고 간 대화들.

어쩔 땐 뭉클함으로, 먹먹함으로, 아픔으로, 슬픔으로, 기쁨으로, 뿌듯함으로.

소설 <츠바키 문구점>의 포포가 마음을 잘 표현하지 못하는 손님들의 편지 대필 작업을 하는 것처럼

책 수선가도 종이를 매개로 사람과 사람, 사람과 사물을 이어주는 의미있는 일을 하고 있음에

참 복되고 귀하구나! 멋지다...

 

'이런 하늘색 어떠세요? 예쁘죠! 따님이 이 책을 많이 아끼고 좋아한대요. 알고 계셨어요?

기억 나실지 모르겠지만 따님이 어릴 때 한 여기 이 낙서들은 그대로 둘 거예요.

동백꽃은 여기에다가 찍을건데 마음에 드셨으면 좋겠어요.'

 

'각각의 책이 쌓아온 시간의 형태를 정돈하고 다듬어주는 일이 책 수선가로서  나의 역할이라 생각한다.

책은 그 안에 이야기가 오랫동안 안전하게 살 수 있도록 해주는 집과 같다.

책을 만든다는 건 안전한 종이를 내장재로 써서 튼튼한 제본으로 골조를 쌓아 올린 뒤

아름다운 인테리어로 마감을 하는, 한 채의 집을 짓는 일과 비슷하다.

그런 의미에서 책을 수선한다는 건 오래된 집을 보수하거나 리모델링 하는 것과 비슷할지도 모르겠다.'

 

이야기가 안전하게 살 수 있는 집의 비유와 책 수선의 의미가 쉽게 이해된다. 

처음부터 튼튼하게 지은 집은 세월의 흔적은 남지만 무너지지 않듯이, 

아끼는 책의 상태가 좋기까지 한다면 금상첨화다. 그러나, 변화를 주고 싶을 때도 있다.

면지는 그대로 두되, 표지와 덧싸개 꽃천(헤드밴드)과 가름끈의 리모델링이라면 새로울 것 같다. 

흔한 보통의 책이 수선을 한 후 특별한 책이 된다는 것에 공감했다.

 

「어느 책 수선가의 기록」을 읽으면서 곰곰히 생각한다. 

책 뿐 아니라 아주 사적인 일기장이나 메모장, 추억이 담긴 좋아했던 스타의 브로마이드 모음이나

결혼 또는 아이 성장 앨범, 차곡차곡 해마다 써왔던 가계부, 액자나 수첩 등

모든 지류는 수선이 가능하다고 했으니 내가 수선 맡기고 싶은 책은?

시간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말씀 설교노트가 제법 된다. 

표지 디자인만 변경해도 아주 귀하고 멋진 책이 되겠구나 싶은데... 

내 삶의 성실함의 지표가 될 수 있는 글들을 참 많이도 적었구나 싶은게 스스로 대견해~!!!

재영 책수선을 이렇게나마 책을 통해 알았으니, 앞으로 책 수선할 기회가 있을지도.

아무리 생각해도 참 귀한 일을 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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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빗살무늬햇님
2022. 8. 15.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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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에서 타관대출한 3권의 책이 도착했다.

생각보다 좀 늦게 도착했는데, 며칠동안 기다린 보람이 있었다. 

빨리 읽고 싶은 그 설레임의 감정도 퍽 오랜만이다.

매미 울음 소리에 미세한 귀뚜라미 소리가 들리듯,

아직 여름 한가운데를 지나면서도 마음은 가을을 기다리듯,

계절의 변화를 쉬이 느낄 수 있음은 읽고 싶은 책이 있다는 것!

마음이 항상 앞선다. 앞설 때, 즐기는거다^^

이런 마음은 항상 날마다 뒤따라 오는 건 아니니깐.

책 「책들의 부엌」이다. 소양리 북스 키친에서 잠시 쉬어가세요~~~

 

"북스 키친은 말 그대로 책들의 부엌이예요. 

음식처럼 마음의 허전한 구석을 채워주는 공간이 되길 바라면서 지었어요.

지난날의 저처럼 번아웃이 온 줄도 모르고 마음을 돌아보지 않을 채

살아가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더라고요.

맛있는 이야기가 솔솔 퍼져 나가서 사람들이 마음의 허기를 느끼고 

마음을 채워주는 이야기를 만나게 되었으면 해서요.

그리고 누군가는 마음을 들여다보는 글쓰기를 할 수 있으면 더 좋겠다고 생각했고요."

 

자기만의 동굴이 필요할 때가 있다. 숨어서라도 숨 쉴 수 있는 곳.

사람들 속에서 어울려 살아간다고 하지만, 얼마나 힘든가!

이런저런 이유로 몸과 마음이 피폐해지고, 녹록치않은 삶은 자꾸 그림자처럼 따라온다.

어디에 있든지, 어디로 가나 고단한 삶의 연속이다. 

그냥 생각과 마음이 쉬고 싶을 뿐인데,........

목적지를 정해놓지않은 그저 발길 닿는대로, 마음 이끄는대로 길을 나서니

소양리 북스 키친을 만났다. 북 카페를 겸한 북 스테이.

궁금함에 자석에 이끌리듯 들어가겠지. 

이런 곳은 꼭 인적이 드문 곳에 있고, 주변 풍경이 아름답기까지 하다. 

딱딱한 도심의 아스팔트 거리와는 많이 다른 흙 내음과 풀벌레 소리에 이미 마음은 풀어지고.

그 곳에서 힘겨웠던 지난 날의 내 마음을 돌아보고, 토닥토닥 할 수 있다면

다시 치열한 세상 속으로 들어갈 때 불안하고 힘들어하는 나를 든든하게 지켜줄 수 있지 않을까!

 

# 메이브 빈치 [그 겨울의 일주일]   #오가와 이토 [츠바키 문구점]   #델리아 오언스 [가재가 노래하는 곳]

#L. 프랭크 바움 [오즈의 마법사]   #루시 모드 몽고메리 [빨강머리 앤]   #에쿠니 가오리 [나비]

 

 

책 「책들의 부엌」 들어가기를 읽으면서 메이비 빈치의 책 <그 겨울의 일주일>이 생각났다.

삶에서 지치고 힘든 사람들이 잠시 쉬어가는 곳,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사람,

무엇을 하지 않아도 그냥 힐링되는 계절과 자연과의 만남,

내밀한 사연을 털어놓지 않아도 전혀 불편하지 않은 자연스러움이 그 공간 속에 다 있었다. 

고민에 대한 답을 일부러 구하지 않아도 된다. 그냥 답은 내 속에 있다.

일상의 시간을 보낼 때, 나에게 시간을 내어주지 않았을 뿐이다.

매 순간마다 힘겨워했을 나에게 관심을 주지 않았음을 알게 된다.

 

저마다의 고민과 사연을 가지고 소양리 북스 키친에 온 사람들은 자신을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진다. 

책을 통해 따뜻한 사람과의 소통과 공감을 통해서 자신을 알아가고, 보듬어 안는다.

늘 시간과 타인에 나를 맡겼는데... 시간이 지나 서서히 삶에 변화가 온다.

남들이 인정하는 삶이 아닌, 나에게 초점을 맞춘다.

내가 선택하는 진정 나의 시간이 펼쳐진다. 소양리 북스 키친에 온 사람들처럼.

 

위로하고 격려받는 비밀스러운 동굴이 있다는 것,

담없이 내 마음 누일 수 있는 곳이 있어서 언제든 찿아갈 수 있다는 것....

여기에 가면 분위기 너무 좋고 음식까지 맛있어서 후회하지 않는다는 누군가의 추천처럼

맛있는 음식과 함께 책을 추천받고 마음까지 쉬어간다는 그 곳,

소양리 북스 키친으로 오세요!^^

 

소양리 북스 키친에서 따뜻하게 처방을 내려준 책들은 역시~~~ 강력추천!

에쿠니 가오리의 그림책 <나비>만 빼고 읽었던 책들이다. 

좋아서 선물을 해줬던 책들이기도 하다. 반응도 좋았다. 

아울러 작은 개인 서점이나 독립 서점(대형서점의 도서 출판 및 유통방식 차별화된 방식으로 운영되는

소규모 책방 또는 서점주의 취향을 담은 공간에서 특색있는 서적을 판매하는 곳)의 주인장들은

얼마나 많은 고민을 하게 될까? 다양한 책들 속에서 가장 탁월한 책을 선택해야 하니까.

소양리 북스 키친의 주인장 유진이 더 돋보였다.

북카페와 북스테이를 함께 운영한다는 것은 보통 이상의 노력과 열정, 센스가 필요할 것 같고

무엇보다 사람 자체가 품고 있는 바른 인성과 온화한 성품이야말로 사람을 품고 곁을 내어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봤다. 억지로 일을 하는게 아니라 함께 즐기는 모습 또한 특유의 여유로 느껴졌다. 

 

오랫만에 마음이 환해지는 책「책들의 부엌」을 만났다. 

나와 코드가 맞는 책인지 빠른 속도로 읽고, 정리했다. 

볕이 났다가 구름 속에 숨었다가... 매미는 줄기차게 울고, 한낮 오후 32℃

에어컨과 선풍기는 계속 열일 중,

내가 있는 여기가 「책들의 부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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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빗살무늬햇님
2022. 8. 4.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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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머릿속에 아몬드를 두 개 가지고 있다. 그것은 귀 뒤쪽에서 머리로 올라가는 깊숙한 어디께, 

단단하게 박혀있다. 크기도, 생긴 것도 딱 아몬드 같다. 복숭아씨를 닮았다고 해서 '아미그달라'(amygdala)

라든지 '편도체'라고 부르기도 한다. 외부에서 자극이 오면 아몬드에 빨간 불이 들어온다.

자극의 성질에 따라 당신은 공포를 자각하거나 기분 나쁨을 느끼고, 좋고 싫은 감정을 느끼는거다. 

그런데 내 머릿 속의 아몬드는 어딘가가 고장 난 모양이다. 자극이 주어져도 빨간 불이 잘 안 들어온다.

그래서 나는 남들이 왜 웃는지 우는지 잘 모른다. 내겐 기쁨도 슬픔도 사랑도 두려움도 희미하다. 

감정이라는 단어도, 공감이라는 말도 내게는 그저 막연한 활자에 불과하다. (29쪽)

 

'오늘 엄마가 죽었다, 아니, 어쩌면 어제, 모르겠다....'

알베르트 카뮈의 책 <이방인>의 첫 문장이다. 어머니 장례식에서 보인 무덤덤함.

아무렇지도 않은 듯 남의 일인 양 주인공 뫼르소의 말과 행동이 서늘하면서 강렬해 기억한다.

이 행동으로 인해 뫼로소는 위기에 처하고 결국 사형 선고를 받는다. 

카뮈는 “우리 사회에서 자기 어머니의 장례식에 울지 않는 모든 사람은 사형 선고를 받을 위험이 있다”라는 말을 했다.

피도 눈물도 없는 모질고 냉정한 사람으로 규정된다. 전혀 감정의 동요가 없다면 사회 생활하는데 문제가 된다.

책 「아몬드」를 읽으면서 계속 <이방인>의 뫼르소가 생각났다. 

그렇다고 책「아몬드」속 주인공 윤재가 뫼르소는 아니다. 윤재의 머릿 속 아몬드는 어딘가가 고장났다.

좋고 싫음의 감정과 공감을 느끼지 못한다. 남들과 다름은 금방 표가 나서 쉽게 표적이 된다. 

 

인간은 태어남 그 자체로 감사하고 축복이다. 기쁨이다.

주인공 윤재의 생일날, 크리스마스 이브에 늘 그랬듯이 엄마와 할멈, 윤재는 밥을 먹으러 나갔다.

특별히 눈 오는 화이트 크리스마스라서 분위기는 고조되고 기분이 좋아 마냥 웃었다. 

망치와 칼, '오늘은 누구든지 웃고 있는 사람은 나와 함께 갈 것입니다.' 세상을 증오한 남자. 

분노를 다스리지 못하는 사람의 묻지마 폭행과 살인에 사회는 책임이 없는가를 질문하게 된다. 

사랑하는 할멈이 죽었고, 엄마는 말할 수 없는 상태가 되었다.

윤재에게 비빌 언덕이 되어줬던 할멈과 엄마가 사라졌는데도 울거나 슬퍼할 수 없다. 

처음부터 감정 표현도 표정 관리도 안 되는 아이며, 갑작스런 부재조차 감당하기 어려운데

끈 떨어진 연처럼 윤재가 터벅터벅 내디딘 사회는 낙인찍기에 바빴다. '그럼 그렇지~'...

사람들의 편견의 골은 깊어서 어느 한 사람을 이해와 관용의 시선으로 잘 보지도 않을뿐더러 바뀌지도 않는다.

싹이 자랄 수 없도록 싹뚝~ 잘라버리고, 경계를 긋거나 회복의 기회를 주지 않는다. 

 

책 <이방인>의 뫼르소는 살인 이유가 태양 때문이라고 했다. 재판장 내 사람들은 웃었다.

뫼르소가 자신을 적극적으로 변호하지 않았기에 그의 사형 선고는 당연한 듯 전혀 이상하지 않다.

왜 뫼르소는 자신을 변호하지 않았을까? 절망의 끄트머리에서 지푸라기라도 잡는게 사람인데.

그는 철저하게 이방인이었다. 낯선 사람이자 주변인이란 생각은 이미 사람들도 인식하고 있었을 터.

자신이 아무리 무죄를 주장해도 뿌리깊게 박힌 사람들의 생각을 변화시킬 수 없을 것이란 체념이

뫼르소의 무기력함을 부채질하지 않았을까?

책 「아몬드」속 주인공 윤재는 이방인이 아니다. 

윤재를 모르는 사람들은 윤재가 감정없는 괴물이라고 경계하지만, 윤재는 게의치않는다.

그저 주어진 상황 속에서 자신의 삶을 살아간다. 사람에게 상처받지만, 또 사람을 통해 잘 성장해간다. 

윤재 옆에 할멈과 엄마가 있었고, 심박사가 있고, 곤이와 도라가 있다. 있는 모습 그대로 윤재를 본다. 

관심이 사람을 살린다. 이방인 뫼르소 옆에 진심 뫼르소를 이해하고 소통하는 단 한 사람이라도 있었다면,

뫼르소가 철저히 홀로 이방인이 아닌 사람들 속에서 어울리며 평범한 사람으로 살고 있었을텐데...

 

요즘 논란이 되고 있는 표절 시비가 한창이다. 어디까지 표절로 볼 것인가의 문제는 간단치가 않다. 

음악인이 어렸을 때부터 오랫동안 익숙하게 듣고 자란 어느 가수의 노래와 멜로디가 머릿속에 각인되어져 있다면,

비슷한 멜로디가 만들어질 수 있음에 표절에 대한 정당성을 부여할 것 같지만,... 관점의 차이다. 

여전히 논란이 되면서 구분하고 판별하는 것은 그래서 참... 어렵다. 다른 이야기겠지만,

책 「아몬드」의 윤재와 생뚱맞게 알베르트 카뮈의 '이방인' 뫼르소의 오버랩은 책을 읽으면서 흔한 경험은 아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신기하다. 뭐랄까 읽는 재미가 색달랐다. 꼭 복사해서 붙여넣기 하는 것처럼.

아마 알베르트 카뮈의 <이방인>을 읽더라도, 책 「아몬드」의 윤재를 생각했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아몬드와 이방인, 다양한 생각의 틀을 발견하고 다른 시각으로 읽히는게 책 읽기의 유희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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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빗살무늬햇님
2022. 7. 30. 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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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속으로 깊숙이 들어왔다.

안개 피어올라 잿빛 아침이 하늘에 펼쳐졌을 때... 비가 오려나!

오락가락 장마가 길겠구나 생각했는데...

아침에 바람 한 점, 어스름 저녁 무렵에 바람 두 점.

퇴근하면서 우리 집으로 들어섰을 때 그 바람은 잊을 수 없다.

나무 사이 스치고 부는 그 바람이 정녕 여름 바람인가 싶을 정도로 미소짓게 한다.

시간 흘러 이사를 가려고 하는데 나뭇결을 스치는 이 바람의 흔적 때문에

계속 머물까! 마음이 흔들린다. 내 마음 바람 났다. 

 

산문집을 읽으면 내 마음 깊숙이 들여다 볼 수 있어서 좋다. 

그 누구네의 삶을 들여다보면서 아, 저런 삶도 있구나! 멋진데...

무엇보다 잠시 잊었던 소소한 일상의 소중함을 다시 느낀다.

요즘 느끼며 경험하는 바람과 나무를 다시 생각한다. 

책 속 장면과 내 삶의 경험을 연상하는 것은 새롭다.

 

[소의 배 속은 하나의 우주다. 나는 그 둥근 자연 속에서 살았다.

소의 울음소리를 들으며, 누워서 되새김질하는 소의 나른한 오후를 함께 살았다.

그 큰 눈이 잠깐 감겼다 뜨이는, 조금도 서두르지 않는, 조금은 참아내는,

뭔가를 가만히 기다릴 줄도 아는 듯한 그 자세를 배웠다.

찔레꽃이 오는 봄길을, 옥수수가 훤칠하게 선 여름의 시간을, 곡식을 수확해오는 결실의 가을을,

쇠죽 끓이는 아궁이가 따뜻한 겨울의 저녁을 함께 살았다.

인생을 살아가는 데에 우보牛步를, 소의 느린 걸음을 선택했다.

느린 등짝과 흔들림 없이, 보란 듯이 의젓하게 선 모습에서 한 존재의 당당함을 보았다.

나도 소의 배 속에서 살았다. /-188쪽-]

 

시인의 산문집은 바쁜 시간표 속에 있는 나를 잠깐 멈춤!~~~

글의 행간을 통해 펼쳐진 시인의 삶, 그리고 살아내고 있는 내 삶 속에서 힘을 얻는다. 

잘 읽혀지지않는 책을 통해 나를 만난다.

나를 잘 아는 사람들은 묻곤 한다.

요즘 무슨 책을 읽어요? 

아... 요즘 책 잘 안 읽어요. 작년과 올해 뜸해요.

바빴다고 말하지만 제법 긴 시간동안 읽어왔던 사람으로서 얕은 변명이다. 

마음이 분주했고, 생각이 흩어졌고, 조금의 게으름과 덩달아 몸이 따라주지 않았다. 

그래도 이런 나를 채찍질하지 않는다. '열심을 내어봐야지요' 말하지 않는다. 

그냥 시간의 흐름 속에 내 몸과 마음을 살피려고 한다.

나의 시간표대로 읽고, 쓰기를 즐겨할 생각이다. 

억지로가 아닌 봄여름가을겨울과 함께~~

 

매미가 울어서 여름이 뜨겁다................... 

여름 한가운데 아침부터 매미가 잠을 깨운다. 

매미 우는 여름 그 날은 많이 덥겠다. 오늘은 또 얼마나 뜨거울까.

귀뚜라미 소리 잠잠히 웅크려서 들려오기도 한다.

여름과 가을은 함께 있다. 계절의 생뚱맞지 않음이 좋다. 너무 자연스럽게 나가고 들어오듯.

[매미가 다 울고 가면 여름도 지나갈 것이다. 매미가 다 울고 가면 여름 우레도 소낙비도 삼복더위도 지나갈 것이다.

맹렬한 의욕 하나가 우리의 심중心中을 좌우로 앞뒤로 상하로 통째로 흔들어놓고 지나갈 것이다. /-220쪽-]

한 계절이 바뀌는 자연이 펼쳐내는 스크린 제 1장 1막의 조연 배우들의 성실함이 한결같이 좋다. 

 

바람이 깃든 나무의 흔들거림이 좋고, 그 흔들거림에 나도 웃고.

자연이 주는 따듯함과 포근함과 평안함에 막혔던 내 속이 풀린다. 

학교 넓은 운동장에 탁.... 들어선 순간, 나도 모르게 두 팔을 벌려 바람을 안는다.

책 「바람이 불면 바람이 부는 나무가 되지요」은 이런 느낌의 청량한 바람과 같은 책이었다. 

 

............. 바람이 불면 바람이 부는 나무가 되고

눈이 오면 흰 눈송이가 내린 나무가 되고,

새가 앉으면 새의 맑은 울음이 앉은 나무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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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빗살무늬햇님
2022. 7. 21.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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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연한 유토피아가 아니라, 삶의 중심에 사람이 있다는 것에 마음이 흔들린다.

이런 경우는 퍽 낯설어서... 당연히 사람이 먼저여야 하는 사회에서, 사람은 변방이었으니까. 

사람이 있어야 될 자리에 무형의 부와 재산, 권력, 이념이 허울좋게 위치했으니까. 

그래서 사람이 우선인 인문학적 고찰에 관심이 가고, 덩달아 마음이 따듯해졌다.

연이어 철학자 강신주님의 책을 읽었다. 「바람이 분다, 살아야겠다」

작가는 모르고 다소 에세이적인 제목에 마음이 닿았는데, 철학자 강신주님의 책이였다니.... 통했다.

아주 명료하게 부담스럽지않게 이해하기쉽게 철학자의 시선에 마음이 끌렸다. 

사람에 관한 따뜻한 환대가 오랫동안 내 마음에 머문다. 

 

무언가를 생각한다는 것은 생경하면서 낯설다. 특히 사람에 관해서라면...

삶에서 늘 마주치며 관계를 맺어서 정해진 사회 테투리 속에서 함께 하니까.

겉모습으로 사람을 보게 되니 잘 아는 사람일지라도 안다고 말할 수 없다.

사람의 생각과 마음을 읽고, 삶의 문맥을 읽는다는 것은 보통의 일이 아닌거다. 

읽어서 파악되고 이해되면 좋겠는데, 그게 아니니까 시간의 물들임이 필요하다. 

읽어내야 할 사람의 문맥, 살아내야 할 삶의 무늬가 인문학의 역할이라 생각한다. 

 

널뛰기하듯 질문과 답이 오고간다. 살아가면서 한번쯤은 궁금했던 물음이고,

진부하지 않으면서 튀지않는 따듯한 답이라면 힘든 삶을 조금이라도 수월하게 건너가지 않을까!

막연한 현실에 살아내려고 조금이라도 힘을 내보지 않을까!

이 책 읽고 사람과 관계, 삶을 바라보는 자세가 조금씩 바뀌는 것 같다. 

모나지않고 둥글둥글게 함께 살아간다는 의미가 새롭게 다가온다. 

 

자본주의와 팬데믹 그리고 비대면, 개인주의와 이기주의 양산....... 

스마트폰으로 연결되는 혁명이라 불리는 것들(4차혁명, 정보혁명, 디지털혁명 등)은 인간의 노동력을 빼앗고,

세대간의 단절을 부추긴다. 몸은 편리해지지만, 마음은 어딘가모르게 불편해지고 있다. 

부와 재물, 권력의 구심점이 되는 자본주의는 새로운 변화를 추구하되 계속 팽창하고 사라지지는 않는다.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견제와 경쟁 구도는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지 않는다. 

"유행을 만들고 전파하는 것이 소비를 선택이 아닌 필수로 만드는 효과적인 전략인 거에요.

그런데 사람들은 유행이 어떤 스타일을 집단적으로 선호하거나 선택해서 만들어졌다고 착각을 해요.

사실은 거꾸러 산업자본이 유행을 만들어서 사람들로 하여금 필요하지도 않은 상품을 소비하도록 만드는 거예요.

낡은 것을 버리고 새로운 것을 추구해야 한다는 취향을 우리 사회는 끊임없이 각인시키고 있어요"

철학자의 안타까운 마음이 책 구석구석 잘 읽혀졌다. 편리함과 맞바꾼 인간성의 상실이 안타깝고, 두렵고, 씁쓸하다. 

자본주의 사회와 오늘날 변화되는 곳곳의 사회 현상들을 철학자의 시선으로 말해준다. 

그 시선은 오늘 나의 삶을 어떻게 잘 살아내야할지 팁을 주는 듯 친절했다. 

시대가 바뀌어도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 돌고 돌아 사치품이 되고 필수품이 될 뿐.

본래부터 그 자리에 있던 것을 다르게 새롭게 볼 줄 아는 시선이 필요하다. 

객관적인 타인을 주관적으로, 주관적인 나를 객관적으로 바라봐야하는 인문학적 감수성을 갖춰야하는 이유가 된다. 

"경쟁은 그만했으면 좋겠어요. 하루에 한 번쯤은 산책을 한다든가, 음악을 듣는 시간을 갖는다든가,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는 대신 사람들 얼굴 한 번 더 들여다보는, 이런 것에서부터 출발을 하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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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분다.... 살아야겠다!

광활한 대기가 내 책을 펼쳤다가 덮고

파도가 바위에서 솟구치며 산산이 부서진다

날아가라, 나의 현혹된 페이지들이여!

부수어라, 파도여! 흥겨운 물살로 부수어라

돛단배들이 모이고 쪼고 있던 저 평온한 지붕을!

- 폴 발레리 <해변의 묘지> 詩 마지막 구절 -

 

폴 발레리... 프랑스의 시인이자 평론가라고 적혀있다. 

「바람이 분다, 살아야겠다」<해변의 묘지>라는 詩의 마지막 구절이며,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애니메이션 <바람이 분다>에서 이 구절이 자막으로 올라간다고 한다. 

폴 발레리의 詩도 잠깐 찾아보고,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애니 <바람이 분다>도 넷플릭스에 있다. 

 

詩는 어렵다. 자꾸 의미를 해석하려고 하니까 마음에 들어오지 않는다. 

철학자는 바람을 좋아하고 언젠가는 바람에 대한 작은 책도 쓰고 싶다고 했다.

철학자 마음에 깊이 각인된 깊이가 있는 사유들을 조만간에 읽어 볼 것 같다.

누군가가 재해석한 문학은 삶에 조금 더 가까워진다. 읽을수록 인문학적 깊이를 느낄 수 있으니 기대가 된다. 

고착된 내 삶과 생각에 아주 작은 변화를 가져다줄 수 있으니까. 

 

소통 가능성의 조건을 만드는 것이 철학의 임무라고 했다.

사회와 공동체 안에서 편견과 선입견이 아닌 따뜻한 시선과 환대가 얼마나 중요한지 매번 느끼고 배운다. 

인문과 철학이 만났을 때가 아닐까!

그런 삶을 살아내는 사람들이 많기를 철학자는 기대한다. 

인문과 철학, 정치와 사회 현상과 문제점 등 복잡하게 얽혀있는 그 속에서 사람을 먼저 생각하는 사유들이 좋았다. 

「바람이 분다, 살아야겠다」 이렇게 생각이 한 뼘 더 자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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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빗살무늬햇님
2022. 6. 29. 2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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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하지도 않고 모자람도 없이 내 마음을 지키기란 어렵고 힘들다. 

그럼에도 내 마음을 지켜야하는 이유는 감정에 휘둘리지않고 삶을 살아내기 위해서다. 

감정의 노예가 되지 않고 주인으로서 당당하게.

하루에도 얼마나 많은 감정들이 내 삶에서 요동치고 있는지...

그런 감정들의 소용돌이 속에서 나를 지켜내기 위해 나는 매일 성경 말씀을 묵상한다.

매일의 물들임 속에서 내 서툰 감정을 잘 지켜왔기에 대견하기도 하다. 

그리고, 철학자 강신주의 책 「감정수업」을 읽어보기를 권한다. 

48가지의 감정을 만난다. 이렇게 우리네 감정이 많았다니.

수많은 다양한 사람들이 관계 속에서 살아가고, 사람마다 겪게 되는 감정이 다르기도 하니까. 

 

♣비루함/자긍심/경탄/경쟁심/야심/사랑/대담함/탐욕/반감/박애/연민/회한

당황/경멸/잔혹함/욕망/동경/멸시/절망/음주욕/과대평가/호의/환희/영광

감사/겸손/분노/질투/적의/조롱/욕정/탐식/두려움/동정/공손/미움

후회/끌림/치욕/겁/확신/희망/오만/소심함/쾌감/슬픔/수치심/복수심♣

 

 

긍정적 감정보다 부정적 감정들이 더 많았다.

어느 한 쪽으로 치우지지 않는 중용의 마음을 지켜내야하는데 그 잠깐 사이 참지 못해 엇나가서

많은 감정적 소모를 일으키게 된다. 부정적 감정이 더 많은 이유가 되는 것 같다.

무엇을 간절히 바람으로 행동을 야기시키는 욕망에서부터 우리네 감정이 드러난다. 

그래서 철학자 강신주가 읽어주는 욕망의 인문학이란 부제가 붙었는가보다. 

그 욕망과 감정에 대해 스피노자,《에티카》에서 다시 정의하는데 절묘하게 맞아들어간다. 

스피노자와 함께 배우는 인간의 48가지 얼굴이 감정으로 표출된다. 

철학자가 쓴 인문학이라 어렵게 느껴졌지만 기우였다. 

 

철학자가 읽은 책(고전)을 통해 사람의 감정을 들여다본다.

문학 작품을 함께 소개해줌으로 우리네 감정이 어떻게 작동되는지 더 잘 이해할 수 있었다.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사람의 복잡미묘한 감정의 민낯을 문학 작품에서 만난다. 

그래서 고전을 부지런히 읽으라고 하는구나! 사람을 알아가며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니까.

인문학적 소양을 넓히는데 꽤 유용한 도구가 되는 것처럼.

 

 

"혼외의 사랑은 결혼 생활과 달라요. 게으르게 마냥 똑같은 모습으로 남아 있을 수가 없죠.

끊임없이 온갖 것을 파악해서 범상함을 초월해야 해요. 아니면 차츰차츰 너절한 타성에 

빠져들어 그저 생리적인 욕구나 채우려고 만나는 관계가 되는 거예요"

사랑이라는 감정의 바로미터가 되는 '경탄'이란 감정에 대해서는, 식상하지 않아야 된다는 것.

애인이나 부부 관계보다 불륜이 사랑을 유지하는데 더 유리한 조건일지도 모를 일이다...

 

불행히도 연민은 결코 사랑으로 바뀔 수 없다. 타자의 불행을 감지했을 때 출현하는 감정이기에,

연민의 밑바닥에는 다행히 자기는 그런 불행을 겪지 않았다는 것, 나아가 불행한 타자를 도울 수 있는 

자신에 대한 자부심이 깔려 있기 때문이다. 

어쩔 수 없는 사람의 이중성이자 누구에게나 있는 감정이라서 더 와닿았다. 

내 형편이 저 사람보다 낫다는 감정은 묘한 안정감을 주기도 하니까. 

 

누군가를 사랑하면, 우리는 그 사람에 대해 실제보다 과한 평가를 내리기 마련이다. 

그래서 애인이 배가 나왔다면 그를 푸근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사랑은 두 사람을 삶의 주인공으로

만드는 감정이다. 어쩌면 과대평가야말로 어떤 사람이 사랑에 빠져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가장 강력한 증거다. 

사랑을 하면 눈에 콩깍지가 씌워진다는 말이 과대평가 감정이었다. 

다 예쁘고 멋져보이고, 그 사람만 눈에 들어온다는 것. 사랑의 찬란한 아우라! 

사랑 후 찾아오는 일상의 권태로움으로부터 비로소 콩깍지가 벗겨진다.

타성에 빠져드는 결혼 생활에 진입했다는거다. 경탄과 과대평가로부터의 사랑은 후순위로 밀려난다. 

 

사랑을 하면 우리는 그 대상을 알려고 한다. '사랑한다'는 말의 동의어는 '알려고 한다'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이제 모든 것을 알았다는 오만에 빠지는 순간, 그래서 더 이상 알 것이 없다는 오만이 생기는 순간,

우리는 더 이상 그것을 사랑하지 않는 것이다.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오만 때문에 우리는 순간순간 변하는 상태를 민감하게 읽으려는 노력을 하지 않고,

제대로 점검하려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예민하게 반응할 수 없다. 

 

 

매순간 감정을 지혜로이 잘 조절할 수 없지만, 적어도 그 감정에 휩쓸리지 말아야 한다는 것은 안다.

휩쓸리는 순간 감정에 이끌리는대로 살아갈 수 밖에 없으니까. 

내 감정의 주인으로서 나는 살아가는가? 매번 묻고 답해야 할 것 같다.

마음을 단단히 잡아라.... 많이 들었던 말이었는데, 별 의미없는 말처럼 느껴졌던 날들이었다.

정신 똑바로 차려라는 말과 동의어처럼 느껴지는 것은 기분탓일까! 휩쓸리지않도록....

 

인문학에 관한 책을 읽을수록, 알면 알수록 흥미롭고 귀한 책이구나! 

관심이 생긴다. 사람이 관계 속에서 어떻게 살아내야 하는 것에 관한 것이기도 하고.

아울러 고전 읽기를 제대로 시작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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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빗살무늬햇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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