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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한 뼘 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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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22.09.26 「풍차 방앗간의 편지」가을이 스며들었다 2
  2. 2022.09.19 「상페의 스케치북」故 장 자크 상페를 기억하다
  3. 2022.09.16 「한 공기의 사랑, 아낌의 인문학」 2
  4. 2022.09.06 「불편한 편의점2」
  5. 2022.08.28 지금 딱 이 책, 「여름은 오래 그곳에 남아」
  6. 2022.08.22 곰돌이 푸 초판본 WINNIE-THE-POOH
2022. 9. 26. 1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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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 같은 이야기, 서정적인 아름다움이 몽글몽글 피어나는 책을 읽고 싶다.

어딘가 떠나고 싶게 만드는 책, 그렇다고 여행기는 (정중하게) 사양~!

가을빛이 내 눈으로 보이는 곳곳에 스며들었다.

 

파란 하늘, 바람의 언덕, 하늘거리는 갈대, 풀이 눕고 일어섦.... 완벽한 가을 조합이다.

이 가을을 느끼기에 알퐁스 도데의 작품만한 것이 있을까?

드넓은 프로방스 초원에 가을이 빚어내는 아름다움이 상상된다. 

가을 걷이를 한 후, 프로방스 언덕배기로 넘어가는 마차의 덜컹거리는 소리와

갓 수확한 밀을 가루로 빻아내는 풍차 방앗간 돌아가는 소리...

해 넘어갈 때 붉게 물들어가는 언덕배기 저녁 놀...... 주옥같은 작품들의 배경이 스며있다.

어쩌면 자연에게서 멋진 작품들이 탄생하지 않았을까?

학창시절 때 읽었던 알퐁스 도데의 작품을 다시 읽게 된다. 느낌은 사뭇 다르다. 

 

 

프로방스의 연대기라는 이름으로 발표했던 단편 소설 24편을 모아 「풍차 방앗간의 편지」로 엮었다. 

알퐁스 도데가 풍차 방앗간을 현금 주고 일괄 계약으로 매매했다.

호젓한 자신만의 공간이 될 방앗간이 마음에 들었고, 자신의 시작(詩作)에도 활용할 수 있을거란 생각으로

풍차 방앗간을 매매했다고 하는데.... 역시 호기심 가득한 시인의 눈으로 바라보이는 자연은 무궁무진한

작품 세계로 데려준 듯 하다. 깊은 사색은 사실적인 묘사를 가능케했고, 폭넓은 감수성을 선물한다. 

알퐁스 도데의 단편 소설들은 뭉클하면서 아름답다. 사람마다 그 느낌이 다르겠지만...

 

19세기 중, 후반 프로방스 지역에 대한 동경과 환상 때문인지 몰라도 많은 예술가들이 프로방스를 예찬했다. 

빈센트 반 고흐의 사이프러스 나무가 있는 밀밭과 희미한 노란 가스등과 즐겨 마셨던 압생트 등

당시의 생활 풍습과 문화, 사회를 엿보는 듯 좋았다. 

시인과 화가가 보는 프로방스의 풍경은 사뭇 다르구나!

 

 

작품들은 알퐁스 도데가 직접 보고 느낀 이야기는 물론이고, 이웃들을 통해 들은 이야기나 전설 등

다양하게 엮어져있다. 이야기 속으로 초대하는 듯한 말투는 참 다정하다.

각각의 이야기에는 기쁨과 교훈, 슬픔과 회한 등 여러 감정들이 교차한다. 

 

가장 아슬아슬했던 이야기는 '세 번의 독송 미사' 이다. 

세 번의 미사, 자정 미사를 끝으로 성탄절 전야 만찬 순서가 있는데

신부님은 어느 때보다 중요하고 축복 넘치는 미사에 집중하기보다 만찬에 마음 가 있다. 

만찬에 나오는 훌륭한? 요리들을 빨리 맛 볼 생각에 미사를 얼렁뚱땅 해치우는 식으로.

식탐이 신부님의 마음에 가득했다. 

 

'서둘러 끝냅시다. 서두릅시다..... 우리가 미사를 빨리 끝내면 끝낼수록 빨리 만찬을 먹을 수 있잖아요.

휴, 첫 번째 미사는 끝났다! 뗑그렁 뗑! 뗑그렁 뗑!

이번에는 식탐의 악마에 완전히 넘어간 불행한 신부는 미사 경본에 달려들어 극도의 흥분 상태에서

마치 게걸스럽게 음식을 먹듯이 책장을 빠르게 넘겼다. 그리고 재빨리 머리를 숙였다가 일어나면서 

성호를 긋고 무릎을 꿇었으며 되도록 빨리 끝내기 위해 모든 동작을 짧게 했다..... 시간이 너무 걸리는 

긴 구절은 아예 입을 벌리지도 않고 앞부분만 말하고 뒷부분은 대충 얼버무려서 무슨 말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 

.... 이제 조금만 참으면 밤참을 먹을 시간이었다.

밤참 시간이 다가올수록 불쌍한 발라게르 신부는 초조감과 식탐으로 제 정신이 아니었다. (193-195쪽)

 

믿는 사람으로 찔림이 있는 이야기였다. 비단 식탐이 아니라 다른 곳에 마음이 가 있어서 예배에 집중하지 못했던

시간들이 생각났다. 일주일에 오전 9시 딱 한 번 예배인데, 그 예배를 통해 일주일을 살아갈 힘과 위로를 얻는데.

너무 소홀히했던 예배, 발라게르 신부는 다름아닌 내 모습이 아닌가!

다양한 사람들이 등장하는 허구의 이야기는 아울러 나와 내 삶을 들여다보고 돌아보는 거울이 된다. 

 

알퐁스 도데의 작품에는 교황/신부/수사 등 종교적인 색채가 짙은 이야기들도 많다.

조용한 듯 익살과 해학(희화화), 풍자의 대상이 되는 종교지도자들의 모습이 오늘 지금 이 시대에도

잘 드러나지 않지만 많을 것 같다. 존경과 모범의 대상이 되는 그들의 민낯을 보는 것 같아 불편했다.

 

 

알퐁스 도데의 책 「풍차 방앗간의 편지」는 프로방스 색채가 가득 담겨있다.

가을 걷이 끝낸 넓은 들판에 새들이 찾아온다.

수확한 밀을 빻으러 가는 농부들의 마차는 경쾌하다. 

풍차 방앗간의 풍차는 가을 바람을 앞세워 부지런히 돌고 돈다. 

아울러 시간이 흘러 낡고 퇴색된 풍차 방앗간에 시인이 산다.

시간이 멈춘 풍차 방앗간에 시인이 다시 시간이 살아나 움직이게 한다.

여기저기서 건네받은 이야기들은 편지가 되어 전해지고 전해진다.

따뜻한 가을볕의 온기가 풍차 방앗간에 드리워져있다.

선물 같은 소설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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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빗살무늬햇님
2022. 9. 19.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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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갖 말썽은 다 피우지만 결코 미워할 수 없는 '꼬마 니콜라' 시리즈의 작가 르네 고시니와 함께

꼬마 니콜라의 삽화가 장 자크 상페를 기억한다. 

[꼬마 니콜라-르네 고시니-장 자크 상페] 이 조합은 환상적이다. 

유쾌한 꼬마 니콜라 이야기를 읽으면 따듯한 유머도 잊을 수 없지만, 무엇보다 그림이 인상적이었다.

프랑스 데생의 일인자로 꼽히는 장 자크 상페의 그림 선은 선명하다.

유쾌하면서도 블랙 유머에 담긴 비유는 역설적이다.

다시 장 자크 상페의 책을 검색하는 이유는  2022.8.11. 그의 생이 멈췄기 때문이다. 

그의 유작이 된 「상페의 스케치북」책을 통해 삽화가 장 자크 상페를 기념해본다. 

 

 

처음 공개되는 상페의 드로잉 200컷은 그가 어떤 방식으로 그림을 그리려고 하는지 느낌이 살짝 온다. 

하나의 장면을 그리기 위해 스케치북에 단편적이고 반복적으로 담은 흔적은 그림에 대한 애정을 엿볼 수 있다. 

글이 아닌 그림을 통해 표현하고자 하는 것을 단순하지만 선명하게 말을 건넨다. 

어른이나 아이, 동물(고양이) 등 낙서처럼 보이면서 같은 듯 다 달랐다. 

미완의 컷들이지만 표정이나 행동 하나 하나에 생동감이 느껴졌다.

이 생동감, 살아있음.... 어쩌면 장 자크 상페가 담아내려고 했던게 아닐까!

 

「상페의 스케치북」을 들여다보면서 윌리를 찾듯 장 자크 상페를 찾는다.

소년 시절 악단 연주자를 꿈 꾸면서부터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는 그는 

그림 속 수많은 악단 연주자들 속에 있는 듯 하다. 이루지 못한 꿈에 대한 아쉬움 때문일까?

재즈 뮤지션들을 그릴 때도 그 순간 얼마나 행복했을까! 

악단 연주자도 재즈 뮤지션의 꿈도 이뤄지지 않았지만 동경하던 그들을 화폭에 담는 것만으로도

장 자크 상페의 가슴은 뛰었을거란 생각이 든다. 

 

연필로, 만년필로, 목탄으로 표현했을 그림은 때로는 희미한 아련함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뉴욕에서, 파리에서, 어느 미술관에서 사색하듯 지나가는 사람들의 표정을 보고 그린 그림들은

무표정하지만 그가 읽어내는 붓터치는 새삼 진지하면서도 익살스럽다. 

주변을 환하게 만드는 재주가 있는 듯 그림 속에서 유쾌함이 감돈다.

 

《프랑스는 공화국이 몇 번씩 바뀌어도 진부한 생각들은 고집스럽게 남아 있는 나라이다. 

-에르네스트 카스그랭- (1862~1899/프랑스 낭트에서 태어난 사업가)

더는 낮이 아니면서 그렇다고 아직 밤도 아닌 그 순간에 네온사인들이 켜질 때,

도시가 가장 부드러운 모습을 보여 줄 때.

이렇게 거대한 가족의 품 안에 포근히 안겨 보호받고 있다고 느낄 수 있기를.

내 안에서 부당하다는 감정이 치솟아 오르고,

나는 그런 대접을 받아야 할 만한 짓을 하지 않았을 때, 그게 바로 죄책감이다.》

 

드러내놓고 말하지 못하는 솔직함이 결여된 마음은 그림 속에서 은연중에 표가 난다.

상페가 그리는 선의 자연스러움 그 어딘가에 당당함이 스며들어있다. 

스케치북 위에 스치듯 적어놓은 글은 꽤 묵직하다. 

그림으로만 표현되기 어려운 말이 아주 짧게 글로 화가의 마음을 대변하는 듯 보인다. 

평소에 생각하고 있는 것을 표현했을 때, 그것은 그 사람의 소신이 된다.

그 소신은 작가든 화가든 작품 활동에 영향을 주기 마련이다. 

 

故 장 자크 상페의 유작이 된 「상페의 스케치북」 안에 상페의 삶이 들어있다. 

그의 따끈따끈한 작품들을 만날 수 없다는 아쉬움이 있다.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그가 내놓은 책들을 한 권씩 읽어보려고 한다. 

언제라도 장 자크 상페를 만날 수 있으니까. 

의미있는 기념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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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빗살무늬햇님
2022. 9. 16.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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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많이 사용해서 닳은 말이 있다. 그래서 가치가 떨어지고 흔한 가벼운 말이 된다. 

'사랑'이란 말은 가볍지가 않은데 삶의 중심에서 멀어지는 말이 된 것 처럼 안타깝다.

겉만 그럴듯하고 실천하지 않는 말은 생명력이 없다. 

철학자 강신주의 사랑에 대한 담론이 지금 여름과 가을 사이에서 아련하게 스며든다.

그 사랑은 덜하지도 더하지도 않는 한 공기의 밥으로 표현된다. 

 

타인의 고통에 대한 감수성이 있다면, 우리는 다른 존재에게 있어 한 공기의 밥만큼만 사랑해야 한다.

스스로 사랑이라고 믿지만 두 공기, 세 공기의 밥이 되는 순간, 우리는 타인의 고통을 가중시킬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아니 어쩌면 우리 존재 자체가 한 공기의 밥과 같은 존재인지도 모른다.

그러니 이 한 공기의 밥으로 누군가를 행복하게 만들었다면 고마워해야 할 일이다. (47쪽)

 

상대방의 고통과 힘겨움을 내가 짊어져서 그대가 덜 아프다면 그것으로 됐다는 아낌으로 완성된다. 

아픔을 모른 채 하지않는 그 곳에서 사랑은 꽃 피운다. 책 「한 공기의 사랑, 아낌의 인문학」이다. 

내가 애정하는 것일수록 함부러 하지않고 애지중지 아끼게 된다는 말이 딱이다. 

사랑이란 단어는 여기저기서 남발하는 흔한 말이 아니다. 

 

어렸을 때 본 부모님은 항상 위풍당당 크게 느껴졌다. 도깨비 방망이, 요술램프를 가진 것 처럼 뭐든지 뚝딱!

지금 부모님은 늙고 작아지셨다. 오히려 도움이 필요한. 

한 공기의 사랑을 주시고, 없는 것까지 보태서 아낌없이 주셨는데.....

시간이 흘러도 부모님의 자식에 대한 사랑은 줄어들지 않았다. 더 못 줘서 안타까워하신다. 아끼니까. 

딸네 살림에 우욋돈 들어갈까봐 매번 참기름, 참깨, 고춧가루를 사주신다. 

얼마 되지 않는 것처럼 보여도 뚝 떨어지면 아쉽기 마련인지라 그 고마움을 이젠 안다.

 

책 「한 공기의 사랑, 아낌의 인문학」은 사랑하는 사람에 대해서, 어떻게 사랑하는게 진짜 사랑인지

사랑과 아낌이란 의미에 대해 철학자의 생각을 펼쳐놓았다. 불교적인 관점에서 풀어놓았는데, 

의미 면에서는 어려워 깊이 와닿지는 않았다. 그러나, 철학자가 어떤 마음으로 다가가는지는 이해된다. 

여덟 챕터로 이뤄져있는데, 챕터마다 김선우 시인의 <녹턴/문학과 지성사,2016>에 실린 詩 여덟 편도 싣었다.

불교적 사유와 불교의 핵심을 녹여낸 시집은 그 바탕에 '자비'(사랑, 아낌)가 깔려있다.

 

'너를 아낀다!'는 말은 '나는 너를 함부러 부리지 않는다'는 의미.

극단적으로 말해 '나는 너를 쓰지 않고 모셔두겠다'는 의미다.

너를 부리기보다는 나 자신을 부리겠다는 것! 너를 수고스럽게 만들기보다는 나 자신을 수고스럽게 하겠다는 것! 

너의 몸을 움직이게 만들기보다는 나 자신의 몸을 움직이겠다는 것! 너는 쉬고 내가 움직이겠다는 것!

그래서 너의 수고와 고통을 내게로 고스란히 가져오겠다는 것!

바로 이것이 '아낌'이라는 개념이 말이나 정서에만 머물기 쉬운 '사랑'이라는 개념과 달라지는 지점이다.

아낌은 그 사람 대신, 혹은 그 사람을 위해 기꺼이 감당하는 수고와 노동, 즉 사랑을 증명하는 행동이기 때문이다. (288쪽)

 

아낀다는 것과 소유물의 개념은 완전 다른 개념이다. 아끼니까 내 마음대로 하겠다는 것은 폭력이다. 

데이트 폭력과 그루밍과 가스라이팅을 예로 들 수 있을 것 같다. 

본연의 사랑과 아낌의 의미가 퇴색되어져가는 요즘이다. 

명절 이후 부부간의 이혼이 가장 많다고 한다. 옳고 그름을 따지기보다 많은 대화가 필요할 것 같다. 

서로를 안쓰럽게 여기는 마음에서부터 시작될 것 같다. 아껴줘서 고맙고, 덜 아껴줘서 미안하고.

사람 사이, 부모와 자식 사이, 부부 사이 관계에 대해서 폭넓게 일깨워주는 책이 아닐까!

뜬금없이 정현종 시인의 詩 '방문객'이 불쑥 내 마음에 들어온다.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는

그의 과거와

현재와

그리고

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부서지기 쉬운

그래서 부서지기도 했을

마음이 오는 것이다 ㅡ 그 갈피를

아마 바람은 더듬어볼 수 있을

마음,

내 마음이 그런 바람을 흉내낸다면

필경 환대가 될 것이다.

 

아낌은 다른 말로 반갑게 맞이해 후하게 대접하는 '환대'가 아닐까!

밥 한 공기 후하게 내어주는 마음으로 살아낸다면... 삶이 각박해지지 않을테니까. 

나와 대상을 포함한 모든 존재가 사랑의 대상이 되느냐, 관조의 대상의 되느냐를 구별할 수 있다면

사랑과 아낌의 의미는 허공에 맴도는 메아리가 아니다. 

아끼니까 자꾸 뭘 더 챙겨주고 싶다.... 찐 사랑이다!

아끼고 사랑하는 걸 미루지말고 지금 시작하기!^^

당신도 행복하고 나도 행복해지는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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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빗살무늬햇님
2022. 9. 6.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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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파동 유일의 ALWAYS편의점▲
행사 이벤트도 할인 품목도 전무하고, 저렴하지도 않고, 없는게 더 많은 참 불편한 편의점이다.
활기가 느껴지지 않는 시간이 느릿느릿하게 흐를 것 같은 곳인데... 희안하게 끌린다.
독고 아저씨가 <불편한 편의점>에 있었을 때, 겨울이었지만 따뜻했던 봄!
독고 아저씨의 빈자리와 1년 반이란 시간이 흘렀다.
그 사이 불편한 편의점 ALWAYS편의점은 주말 알바와 야간 알바를 다시 구한다.
책 「불편한 편의점 2」 독고 아저씨 대신 황근배씨 (별명:홍금보)가 ALWAYS편의점 야간 알바를 접수한다.
자칭 타칭 홍금보 아저씨의 「불편한 편의점 2」은 어떤 사람들이 찾아올까?

2021년 코로나19의 전방위 확산세로 사회적 거리두기를 강화했고, 영업시간도 제한받았다.
2차 백신접종을 해야했고, PCR검사와 신속항원검사를 받고, 양성이면 자가격리를 했다.
학교는 원격수업과 등교수업을 병행했다.
밖에 나가면 마스크는 무조건 착용했다. 마스크 품귀 현상은 해소되었다.
여행도 모임도 제한되고, 모이는 인원도 제한받았다.
급격히 늘어나는 확진자 수에 이래저래 지친 듯 그냥 무던해진 것 같다.
소비 시장도 얼었고, 구인(구직)도 힘든 세상이 된 것 같다.
배달(앱)은 흥하고, 자영업자들도 변화를 줘야 살아남을 수 있는 지점에까지 닿았다.
아무리 노력해도 마음 먹은대로 풀리지않는 힘들고 팍팍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을 ALWAYS편의점에서 만난다.


지방에서 올라와 녹록치않은 서울살이를 하는 취준생의 삶은 하루하루가 살얼음판이다.
in서울에서 우수한 성적으로 대학 졸업해도 취업의 문턱은 높기만 하다.
이력서와 자소서를 신물이 나도록 썼지만, 시간만 흐른다.
낙심과 절망이란 감정에 점점 자존감은 낮아진다.
한창 잘 나갔던 정육점은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았다.
자부심은 온데간데 없고, 술과 빚만 늘고, 가족이란 울타리에서 소외된다.
한 가정의 가장은 자기 말만 하고 타인의 말을 듣지 않으며 자존심을 내세우며 그렇게 서서히 무너져간다.
관심받지 못한 관심 밖의 아이는 집에서나 학교에서나 주변을 맴돈다.
맞벌이 부모님은 다툼이 잦다.
정을 붙이지 못하는 아이는 자신감을 상실한다.
무엇을 좋아하고, 꿈이 무엇인지,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헷갈린다.
'이번 생은 망했다' 이망생~ 입에 달고 사는 편의점 강사장.
되는 일도 없고, 좋은 기회도 놓쳐버리고, 의욕상실에 점점 더 나락으로 빠져든다.

코로나19 시대 우리네 이웃들의 암울한 자화상이다.
품지 못하는 우리 사회의 모습이다.
그들이 찾은 곳은 청파동 유일의 ALWAYS편의점, 참 불편한 편의점이다.
이 불편한 편의점에서 그들은 다시 시작할 용기를 얻고, 변화를 시도하고, 마음을 연다.
불편한 편의점의 야간 알바 홍금보씨의 말에 묘하게 끌린다.
어딘가 모자란 듯 보이는 홍금보씨에겐 사람을 편하게 해주고 따뜻함이 전염되는 무언가가 있다.
불편한 편의점의 반전이다.

대학에서 국문학과를 나오고, 연극 동아리에 몸을 담았던 황근배씨는 연극(연기)에 진심이다.
그의 꿈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그가 여러 아르바이트를 한 것은 밥벌이면서
일 경험을 통해 다양한 사람을 만나는 것으로 자기의 꿈에 닿으려고 하는 것은 아닐까?
연극은 다른 사람의 삶을 살아가면서 진정 나를 만나는 지점일 수 있으니까.
밤의 편의점은 근배씨의 연기에 날개를 달아주는 최상의 아르바이트 자리란 생각도 든다.
근배씨 이야기를 통해 불편한 편의점 첫번째 이야기 속 등장인물들도 만난다.
이야기는 씨실과 날실처럼 서로 연결된다.
후배가 쓴 작품 속 주인공 독고 배역을 근배씨가 낙점되었다.
독고씨의 따뜻한 마음의 상징이었던 '옥수수수염차'는 여전히 효과 만점이다.
불안하거나 화가 날 때 가라앉혀주는 신비한 이 마법의 음료를 근배씨도 이용한다.
관계가 서먹할 때, 누군가에게 다가갈 때 음식만큼 좋은게 있을까!
산해진미 도시락, 맥주, 참이슬과 자갈치 등등.

사람들과의 관계가 중요하다는 것을 불편한 편의점 책을 통해 알게 된다.
인간은 태어나자마자 자동적으로 사회에 속하고, 관계에 눈맞춤한다.
홀로 살아간다는 것은 고립이다. 고립된 인간은 병든다.
불편하더라도 힘들어도 사회와 관계 속으로 들어가야한다.
그토록 불편한 곳에 독고와 황근배(홍금보)씨와 같은 사람을 만나게 된다면 진정 감사할 일이다.
한 번도 안 온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온 사람은 없는 불편한 편의점은
어느새 참새가 방앗간 그냥 못 지나가듯 다시금 찾게 되는 편의점이 된다.
그 곳은 위로를 안겨줬던 곳이자 새로운 시작을 위해서,
잊혀졌던 꿈에 한발짝 더 닿도록 발돋움하게끔 회복시켜준 곳이기에.

길고 긴 코로나 팬데믹 시간 속에서 마주한 사람들과 다양한 이야기들.
어려움을 잘 이겨낼 수 있었고, 한 켠 어깨를 내어주기도 기댈 수 있는 곳도 결국은 사람이다.
따뜻한 봄날의 뭉클한 설레임을 만끽하고 싶은가요?
마음이 막 무겁고 일이 잘 풀리지 않고 계속 답답한가요?
정 그러시다면,.... 불편한 편의점 청파동 'ALWAYS편의점'으로 오세요!^^
불편할 수 있지만, 나를 돌아보며 새롭게 만날 수 있는 곳이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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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빗살무늬햇님
2022. 8. 28. 2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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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여름가을겨울 계절은 시간의 출발선에서 딱 맞게 시작되는게 아니다.

계절은 스며드는게 아닐까!

엊그제까지 추웠는데, 볕의 기울기가 점점 길어지고 어둠이 천천히 스며든다.

사방으로 온통 꽃 피고 지고 하는 사이에 비가 오고 습기가 가득차더니 더위가 몰려왔다.

겨울과 봄, 여름은 순식간에 공기를 바꿔버린다. 

한낮의 불볕 더위가 꺾이고,

어느 틈에 매미 울음소리가 서서히 작아지면서 사라졌다. 

아침과 밤의 풀벌레와 귀뚜라미 소리에 선선한 공기가 들어오더니,...

가을이네, 가을이야!

가을의 길목에서 여름은 아직 곳곳에 남아 있다. 

시간에 뜸 들이듯 여름의 아쉬움이 느껴진다. 

여름과 가을 사이 지금 딱 읽으면 좋은 책, 「여름은 오래 그곳에 남아」이다. 

 

여름이란 계절을 너무 탁월하게 잘 표현한 책이라서 마음에 들었다.

읽고 있을 즈음에 여름이란 시간, 제목, 내 마음의 설레임이란 세 박자가 이 책 속에 꽂혔다. 

치열한 여름이란 한 계절 속에서 느릿하게 흐르는 듯 느껴지는 시간은 조급한 마음을 한 템포 쉬어가게 만든다. 

이 책의 세심함과 아름다움이 돋보였다. 

 

무라이 설계사무소, 여름 별장, 국립현대도서관 경합, 건축과 음식, 문화, 역사, 음악 등 

이야기 구성에 어울림있게 자리배치되어 묘사한 부분이 과하지도 않게 스며들었다. 

7월 말에서 9월 중순까지 펼쳐진 이야기는 여름에서 가을로 자연스레 연결된다. 

그러니 지금 딱 흐르는 이 시간들이다.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아오쿠리 마을 표고 1,000m의 여름 별장에서 여름을 보내는 무라이 설계사무소의 사람들.

무라이 슌스케 선생님을 중심으로 각자의 위치에서 조용하게 자신들의 일을 감당한다. 

건축하면 웅장함과 아름다움,  유구한 역사 등 말들이 생각나는데, 무라이 설계사무소 수장인 

무라이 슌스케 선생님의 건축에 대한 생각의 특별함을 알 수 있다. 

「여름은 오래 그곳에 남아」에서 내 눈으로 읽혀진 것만 3번이다.

'건축은 예술이 아니야. 현실 그 자체지.' 

 

건축물은 아름답지만, 눈으로 보는 것과 현실 속에서 사는 것은 확연히 다르다.

사람이 살아가는 기본적인 주택으로서의 건축물은 심미성을 추구하기보다

사람의 생활을 보호하는 안정성과 사용하기 쉬운 유용성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는거다.

디자인은 사람을 섬기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다.

보존보다 사는 그 자체에 숨결을 불어넣는 것이 건축의 참된 의미가 아닐까!

평소의 생각과 소신이 삶의 그릇에 담기기 마련이다. 

건축에 대한 선생님의 생각은 여름 별장 뿐 아니라 그가 설계한 여러 건물에서도 표시가 난다. 

그러나, 무라이 슌스케 다움은 계속 이어질까?

건축 뿐 아니라 미술과 음악 등 예술은 시대적 상황에 따라 변하고 발전되고 성숙되어져야 하는데.

국립현대도서관 경합은 무라이 슌스케 선생님의 남다른 의미있는 도전이 아니었을까!

전통을 지켜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변화를 줘서 현실적인 유용함을 획득하는 것도 새로우니까.

책에서 펼쳐진 건축의 담론이 퍽 섬세하게 다가왔다. 

 

짧은 3~4개월의 여름과 아오쿠리 마을 여름 별장이란 시,공간 속에서 담아내는 이야기는

특별하지도 역동적이지도 않으면서 그 흐름이 개별적인 시,공간을 세밀하게 묘사했다. 

표도 1,000m가 만들어내는 자연 속에서 사람마다 뿜어내는 외로움도 읽을 수 있었다. 

같이 일하는 공간에서 같은 시간을 나눠 쓰고 있지만 서로의 삶은 나누지않는 아주 사적인 개인들.

1980년대 일본의 고도 성장 뒤에는 오늘날 현대인의 고독과 닿아있음을 읽어낼 수 있다. 

 

여름 별장의 의미는 분주함에서 잠시 떠나 나를 쉬게 하는 안식처란 생각이 든다. 

일하는 사람들에게 여름 휴가가 주어지는 것과 마찬가지인 듯.

「여름은 오래 그곳에 남아」한 편의 잔잔한 영화를 본 듯 인상적이었다. 

그 뜨거운 여름이지만 색색의 꽃들의 향연이 펼쳐지고,

이름 모를 새들은 숲 속 여름 별장이 보금자리인 듯 수시로 날아든다.

표고 1,000m가 주는 서늘함의 공기가 여름 향기를 더 도드라지게 만든다.

도시에서 만날 수 없는 반딧불이 등 진귀한 풍경과도 마주한다.

잠잠하지만 더 치열한 여름이란 계절의 한가운데 있어서 오랫동안 여운이 남는다.

묘사의 아름다움을 읽고 싶으면 이 책 「여름은 오래 그곳에 남아」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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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빗살무늬햇님
2022. 8. 22.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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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의 곰?

꿀단지의 꿀에 행복해하는 곰?

어디에 있든지 정확하게 2시간마다 간식을 찾는 곰?

엉뚱하면서도 사랑스러운 곰?

내가 아는, 우리가 아는 바로 그 곰?

WINNIE-THE-POOH '곰돌이 푸'를 소개합니다 ♬♪♬

 

1926년 첫 출간되어 거의 100년 다 되어가는 그림책의 고전이라 할 수 있는  [WINNIE-THE-POOH]

'곰돌이 푸'를 초판본으로 만나는 행운을 얻었다. 다양한 버젼, 번역으로 나온 '곰돌이 푸'를 많이 만났는데,

초판본이란 희소성과 소장가치에 마음이 움직여 갖고 싶은게 책 애정하는 사람의 욕심이다. 

알록달록 그림이 예쁜 컬러 사진이나 화면들을 접하다가 거친 질감과 투박함 이면의 묵직함으로서 

초판본을 접하니 시간을 담은 표지의 구성이 멋지다.

초록 표지에 금박으로 수 놓아진 책등의 제목과 지은이, 출판사의 깔끔함이 돋보이고

앞 표지에 크리스토퍼 로빈과 위니 더 푸의 함께 함이 사랑스럽게 입혀졌다. 

「곰돌이 푸 초판본 WINNIE-THE-POOH」행복한 추억 여행에 탑승했다.

 

 

크리스토퍼 로빈이 애정하는 곰 WINNIE-THE-POOH와 친구들, 피글렛/래빗/티거/아울/이요르/캥거와 루...

푸와 친구들 모두 「곰돌이 푸 초판본 WINNIE-THE-POOH」의 주인공들이다. 

겁도 많고 소심한 돼지 피글렛과 기발한 센스를 발휘하는 센스쟁이 토끼 래빗, 척척박사 지식 뽐내는 부엉이 아울,

불안을 늘 등에 봇짐 지듯 사서 하는 당나귀 이요르, 엄마의 마음 그대로 따뜻한 캥거루 캥거와 귀염 뿜뿜 루.

그리고 「곰돌이 푸 초판본 WINNIE-THE-POOH」이야기에 등장하지 않은 용감한 호랑이 티거까지....

아, 물론 엉뚱한 매력을 발산하지만 정이 담뿍 담긴 사랑스런 곰 푸까지.

곰돌이 푸 동네에서는 매일 하루 어떤 일상이 펼쳐질지 궁금하다.

맑고 밝은 에너지가 담긴 이야기라서 마음이 둥둥둥 뜬다.

 

 

WINNIE-THE-POOH 원작에서는 주인공들만큼이나 다양하고 풍성한 이야기들이 많다. 

책으로 접하게되는 이야기들은 그 이야기들 속에서 부분이라 생각된다. 아쉽다. 

아쉬운만큼 새롭고 신선한 이야기를 또 자주 만날 수 있어서 기대되기도 한다. 

같은 이야기라도 출판사나 편집자의 의도가 있을테고, 나름의 의미부여를 해서 오랜 시간동안

사랑받는 고전을 다른 장르나 매체로 잘 엮고 만드니까 독자들은 유쾌하다. 

 

귀한 「곰돌이 푸 초판본 WINNIE-THE-POOH」을 읽게 되었지만 티거 이야기가 빠져있다. 

'곰돌이 푸 이야기 전집'(현대지성/2016)에서 나온 책이 있어서 살짝 들여다봤다.

오리지널 컬러 일러스트가 들어가있고, 원작 동화 2권을 한 권에 모두 담아 출간된 책이다.

같은 책이지만 다른 이야기들이 선택적으로 수록되어있다. 

책「곰돌이 푸 초판본 WINNIE-THE-POOH」와 편집 방향이 달랐지만, 오히려 두 권을 나란히 읽게 된다.

한참 재밌는데 이야기의 끝이 보이면 아쉬운 마음 가득하듯, 빠진 티거 이야기도 읽고.

중간 중간에 웃음이 나도 모르게...

약간 모자른 듯 엉뚱한 곰돌이 푸의 이야기는 긴장된 생각과 마음을 무장해제시킨다. 

 

 

곰돌이 푸의 작가 앨런 알렉산터 밀른의 외아들 크리스토퍼 로빈이 주인인 놀이 동산에

로빈이 사랑하는 동물 인형들이 주민으로 등장하는 판타지 세상...

아이들 뿐 아니라 어른들도 충분히 동경하는 세계임을 입증했다. 불후의 고전이니까^^

 

의인화된 푸와 친구들, 이요르/피글렛/아울/래빗/티거/캥거와 루는 이 세상에서 만날 수 있는

다양한 인간형들이다. 삶에서 관계 속에서 어떻게 인간답게 살아내느냐가 늘 고민이다. 

흠도 티도 장,단점도 있다. 단점을 보듬어 안아주고, 장점을 칭찬하며 타인을 향해 나눌 수 있다면

그 곳이 행복하고 평안한 살 만한 곳이 된다. 곰돌이 푸의 동산이 에덴이란 생각이 든다. 

재단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는 푸의 따뜻함을 좋아한다. 

조급하지않고 툴툴대지않고 그냥 흐름대로 자신에게 충실한 푸의 한결같음이 좋다.

 

힘들 때 마다 살짝 꺼내 읽을 수 있는 책이 친구로 내 옆에 있음이 좋다. 

오늘 마음이 상해서 계속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내 마음 같지 않을 때이다.

잘해줬다고 생각했는데, 받아들이는 사람은 그게 아니었나보다.

은연중에 타인과의 비교당하는 말을 들을 때 천천히 속에 부아가 치민다. 

도서관 서가 정리를 했다. 이번주에 장서 점검이 있는데, 미리 폐기할 도서들을 빼놨다.

책장 속에 진열된 책들을 한 권씩 빼고 정리를 하다보니 마음이 진정이 되었다.

사랑스러운 책들의 제목을 보면서 한번 더 참아낸다. 

곰돌이 푸 이야기 페이지를 넘기면서 웃어본다. 

책「곰돌이 푸 초판본 WINNIE-THE-POOH」가 내게로 와서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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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빗살무늬햇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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