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ogle-site-verification: google3339f54caf24306f.html
2020. 12. 19. 00:32
728x90
반응형

책을 읽고, 읽고 난 후 생각들을 정리하는 시간을 가지면 한 권의 책이 내 것이 된다.

10년 이상 읽고 쓰기의 습관이 들어서인지 한 가지라도 제대로 해놓지 않으면

다음 책을 읽는다는게 나는 불편하다.

책상 위에는 깨끗해야하고, 어지럽게 쌓여있음을 못 견뎌한다.

꼭 중요한 의식을 치르는 기분처럼.

글로 정리할 때 많은 시간이 걸리는 이유다.

집중하지 못하면 적는 것을 잠깐 쉰다.

왜 이렇게 나는 긁적임에 대해 집착 아닌 집착을 하게 될까?

20여 년 전에 어떤 회사를 다닐 때 누군가에게 받은 상처 때문에 그런가보다.

처음 일을 하면 익숙하지 않고 정말 모르는 것 투성이인데......

시간이 점점 쌓이면서 일을 배우면서 알게 되고 내 옷에 딱 맞는 것처럼 잘 하게 되는데

사람들은 자기가 처음 일을 배울 때 생각은 못하고 지금 눈에 보이는 것만 판단한다.

느릿느릿하고 일 센스가 없다고 일을 흘린다는 소리를 들은 이후로

나는 '메모'란 방법을 통해 나름대로 노력을 했다.

그리고, 일을 열심히 수월하게 했다.

일을 미루지 않았고 일에 대한 시간을 지켰다.

글로 적는 메모는 내 삶에 빠지면 안 되는 부분이 되었다.

포스트잇을 애지중지 모으는 이유가 있다.

누구에게 일로 말 듣기 싫어서 완벽하게 하려는 마음이 있다.

지랄맞도록 책임감이 강하다.

이런 쓸데없는? 책임감이 책을 읽고 정리하는데까지 영향을 주는 듯.....

책 읽고 정리하는 것에 대해 미주알고주알 할 말이 많았나보다.

오늘 읽은 책「나의 다정하고 씩씩한 책장」에 대해서 적어야 하는데, 괜히 생뚱맞게 서두가 길었다.

 

책을 읽을 때는 몰랐는데, 한참 시간이 지난 후 책을 통해 은연중에 위로를 받았고

그 긴 시간 동안의 사귐이 참 행복했음을 고백한다. 지금도 여전히 책 읽기와 쓰는 즐거움이 좋지만.

평범한 일상 속에서 많은 시간 책과 함께 했다.

책이 쌓인 책장을 보면 밥 먹지 않아도 배가 부른 것 처럼.

늘 어디를 오며가며 하더라도 가방 안에, 손에 늘 책을 가지고 다닌다.

책 읽기는 일상 속으로 깊숙이 들어와 있다.

한 권의 책을 읽는다는 것은 또다른 세상 속으로 들어가는 경험이 된다.

그 경험이 낯설기도 즐겁기도 하면서 괴이하고, 무척 이상하기도 하다.

현실과 전혀 다른 세상 속에서 있는 듯 허탈함과 씁쓸함을 경험하기도 한다.

너무나도 닮은 현실적인 세상과 마주하면서 두렵기도 하고, 혼란스럽기도 하다.

아파하면서 전혀 생각지도 못한 생각들에 대해 깊이 고민하는 귀한 시간이 되기도 한다.

 

 

일반인이 아닌 작가들의 책장이 늘 궁금했다. 그들은 어떤 책을 읽고, 어떤 생각을 하게 되는지.

우리와는 조금 다르겠구나. 그들의 책장과 읽는 책들은 특별할 것 같은데.... 그러나,

작가들도 우리네 삶과 비슷하게 살아가고 비슷한 생각을 하되 조금 다른 느낌으로 책을 대하는 듯 했다.

그들의 생각의 틈이 칼럼으로 책으로 문학작품으로 발돋움하게 된다.

책을 읽고서 삶과 유리되지 않은 한참동안 그 생각들을 품어서 글로 풀어낸다는 것이 부럽다.

생각의 끈이 짧고 어떤 때는 항상 막히곤 하는데.......

빵빵한 풍선이 바람 빠지듯 생각이 허무하게 빠져나가서 머릿속이 하얗게 될 것 같은데.

그럴 때 책장에 가지런히 꽂힌 책들을 바라보면 아주 잠깐 후회한다.

책 모으는데만 좋았지, 읽는 것에 참 허술했구나! 탓한다.

어떻게 하면 작가처럼 '다정하고 씩씩한 책장'으로 바라볼 수 있을까?!

아니 책이 나에게 때론 다정하게 때론 싹싹하게 말 걸어올 수 있을까?

씩씩함이 아닌 싹싹함으로 고쳐본다.

모든 일을 함에 있어서 완벽함과 책임감이 아닌 조금은 유연하고 싹싹함으로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읽은 책들이 나를 조금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어주었다고 고백하는 작가의 말에 맞장구를 쳤다.

작가의 책장이나 나의 책장, 다른 느낌과 생각의 책들이 꽂혀있지만 그 책들을 통해서 나란 사람도 많이 변했다.

책은 한 사람의 내면과 외면을 성장시킨다. 그 성장은 자존감을 높여주고, 자신감을 부여한다.

책의 마법이다. 그 마법의 혜택을 나는 받아왔다. 아주 잘~~~

책을 통해 사람을 깊숙이 알아간다.

"타자를 알기 위한 여행에서 역설적으로 나를 알아가는 것, 비록 타인은 영원히 타자로 남겠지만,

당신을 이해하기 위해 한 발짝 다가가는 것.

모든 관계의 시작은 거기에서 출발하는 것임을 소설은 넌지시 알려주고 있었다."

결국은 책(이야기) 속 인물을 통해 내 본연의 모습을 들여다보게 된다.

읽기의 가장 본질적인 부분이 아닐까!

 

책을 읽으면서 어떤 것에 집중하면서 읽어야될지 참 감이 안 왔는데.....

「나의 다정하고 씩씩한 책장」작가는 사람을 들여다보는 느낌이 들었다.

우리네 평범한 사람들의 삶을 들여다보고 그 속에서 만나게 되는 여러 감정들.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그 감정들을 파고드는 글들이 읽기에 너무 좋았다.

읽은 책들과 자신의 삶을 잘 버무려 놓은 글이 와닿고 위로가 된다.

다시 포스트잇으로 메모를 한다. 작가가 읽은 책 중 읽고 싶은 책 제목을 적고 pick~~~

얼핏 나도 소박하지만 담백하게 진솔하게 글을 적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책을 읽고 위로를 받았다면 위로가 되는 글을 쓰고 싶다는 바람은 작가만의 것은 아닐것이다.

책 읽기와 글 쓰기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그렇겠지.

오늘, 다정하고 씩씩한 사람이 되자^^

참 사랑스러운 책이네.

반응형
Posted by 빗살무늬햇님
2020. 12. 16. 14:47
728x90
반응형

얼굴을 보지 않고 목소리만으로 듣는다.

다양한 목소리들이 하루를 열고 닫는다.

목소리로 들려지는 세상이지만 그 속에 사람이 산다.

저마다의 사연 속에 희노애락이 깃든 세상은 바로 라디오 속 세상이다.

라디오와 소통해왔던 사람들도 라디오와 함께 나이듦이다.

시간이 갈수록 많은 다양한 매체들이 눈과 귀를 자극하지만 일방적이다.

늘 옆에 사람이 있지만 마음을 나누기에는 부담스럽다.

'홀로'이지만 끊임없이 이해하고 이해받고 소통하기를 은연중에 바란다.

그 매체가 라디오였다.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그 자리에서 사람을 기다린다.

ON AIR방송중입니다.

 

지역마다 송출되는 라디오 채널이 다르다는 것을 몰랐다.

75년생 토끼띠 1994년 20살, tvn 방영했던 '응답하라 1994'를 통해 알았다.

지방에서 올라온 갓 새내기들이 신촌하숙에 머물면서 듣게 된 이문세의 별밤~

문화적 혜택도 서울과 지방은 참 다르구나!

고등학교 때 친구들과 수다 떨 때, 친구들의 로망이 '서울'에 살았다면.... 살고 싶다....

좋아하는 가수, 배우 등 어쩌면 길 가다가 만날 수 있을 것 같고

부드럽고 감미로운 목소리로 맨날 들을 수 있고, 기분이 혹시나 업 되면 엽서도 자주 보낼 수 있는데....

친구들의 하소연과 부러움이 귀에 생생히 들리는 듯 하다.

특히, 스산함이 감도는 겨울에 야자(야간자율학습) 하면서 선생님 몰래 귀에 이어폰 꽂고

목도리로 칭칭 감고 들었던 라디오는 위로이자 선물이었다.

어쩌면.... 선생님들이 알면서도 모른 척 그냥 넘어갔을 것 같다.

그 때는 많은 친구들이 라디오에 푹 빠졌고, 모두 감성적이었다.

 

20여년 전에 창원극동방송의 어떤 라디오 프로였는데, 이름이 생각나지 않는다.

전화 연결된 몇 명이 성경퀴즈를 풀고 맞추면 선물을 받았다.

교회에서도 성경퀴즈대회를 하면 매우 흥미로워하며 꽤 잘 참여했던 나로서는

매력적인 라디오 프로였다. 늘 듣기만하다가 용기를 내어? 참여했는데, 덜컥 전화연결이 되었다.

내 목소리가 전화선을 타고 부산, 경남 쪽으로 다 방송된다는 것이 신기했고 떨렸다.

처음이라..... 침착하게 잘 풀고 1등을 했다. 정신이 하나도 없어 어떻게 얘기를 나눴는지도 모르겠고,

선물로 연대기 성경이 집에 도착했다. 그 때 마침 갖고 싶었던 성경이라 도전을 했는데^^

라디오를 통해 받은 신선함과 놀라움, 뭉클함이 생각난다.

 

 

 

그 때도 그랬고, 지금도 여전히 「그래서 라디오」 이다.

어느새 우리는 눈으로 보는 것에 익숙해졌고, 귀로 듣는 것에 시간을 기울이지 않는다.

그러나, 사람들은 안다.

아무리 날마다 자고 일어나면 바뀌는 세상 속이지만,  

아날로그 감성은 따뜻함으로 품어주었고 힘겨운 날들을 견디게 해줬다는 것을.

시대의 변화에 못견뎌 사라질 줄 알았던 라디오가 여전히 건재함은

그 속에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작가와 피디, 디제이의 콜라보레이션은 라디오를 풍성하게 만든다.

그러나 제대로 라디오가 구실하려면 가장 중요한 것은 '청취자'들이다.

아낌없이 호응해주고 박수쳐주고 때론 쓴소리도 보태주는

사람들과 그들의 이야기가 라디오를 만든다.

장수하는 라디오 프로그램은 청취자들과의 소통과 서로에 대한 신뢰 때문일거다.

그 끈끈함은 개편의 칼날도 피해간다.

 

20년차 라디오 작가의 일의 기쁨과 슬픔, 나누고픈 추억과 기억들이 책 한 권에 담겼다.

매일 방송되는 라디오의 글을 어떻게 쓸 수 있지? 쓰이는 글감은 어디에서 구할까?

마감에 쫒기지는 않는지? 등등 궁금했는데 조곤조곤~~~

라디오를 들을 때 궁금했던 것, 라디오 안에서 만난 사람들 이야기,

오랫동안 라디오 작가로 지내면서 생각한 조각들,

「그래서 라디오」일 수 밖에 없는 이유들이 담겨있다.

또 하나의 라디오를 듣는 듯 편안하게 다가왔다. 역시, 라디오 작가는 조금 남다르구나!

 

'라디오'는 햇살, 바큇살, 부챗살처럼 중심에서 어딘가로 뻗어 나가는 '살'이란 뜻을 가진

라틴어에서 유래된 말이라고 한다. 그래서 라디오에는 소리를 내보내는 기계라는 뜻 이전에

빛이나 열을 널리 퍼뜨린다는 의미도 담겨 있다.

빛과 열의 따뜻함. 그 따뜻함이 멀리 뻗어 나간다는 뜻.

 

음악만 나오는 라디오는 라디오라 할 수 있을까?

사람의 목소리와 그 속에 담긴 온기가 없으니 라디오 구실을 못하는거다.

라디오의 의미를 안다면 더 잘 와닿을 듯.

라디오는 사람의 온기가 더해져야 생명력을 획득한다.

누군가를 살리는 라디오는 존재 자체만으로도 큰 일을 하고 있다.

그래서 라디오에 관여하는 모든 사람들이 자부심을 느껴도 될 것 같은데.

 

 

 

누군가의 사연은 내가 되기도 한다. 가만히 듣고 있으면 감정이입이 퍽 자연스럽다.

나와 너, 우리는 같은 마음이 된다.

서로를 보고 있지 않지만, 지금 있는 그 삶의 테두리 속에서 안부를 묻는다.

괜찮아요. 우리 다 괜찮아요. 힘 내어 보아요^^

 

사람들이 누군가와 나누고 싶어하는 얘기는 그냥 이렇게 사소한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거대한 담론이 아닌, 사소하기 때문에 더 중요한 것들.

누군가에겐 아무것도 아닐지 모르지만 자신에게는 가장 소중했던 오늘의 일상.

그 사소한 일상에 담긴 건 그래서 기뻤다는 얘기, 그래서 속상했다는 얘기,

그래서 위로가 필요하다는 얘기.

 

라디오에게 물음표를 건넨다.

그 물음표를 받는 사람은 각자의 '라디오'라는 공통분모를 통해 한 공간에서 연대한다.

라디오가 사물이 아닌 사람인 이유다. 그리고 그 물음에 대한 대답은

더 나아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조심스러운 위로로, 든든한 위로로,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는 동질감으로 다시 메아리되어 스며들어간다.

익숙하지만 편안하고 따뜻한 것, 그대로 머물러주기를 원하는 마음으로 라디오를 통해

세상과 마주하며 세상 속으로 걸어 들어간다.

 

손에 잡히지 않아서, 이해할 수 없어서, 다 이해되지 않아서

그래서 아름다운 것들이 세상엔 있다.

효율로만 평가하려고 하는 이 세상에 비효율로 남아서 고마운 것들.

우리를 간신히 인간답게 만드는 것은 사실 그런 비효율들이다.

 

일을 하면서 효율은 떨어지더라도 내가 수기로 직접 작성해야 되는 것들이 있다.

나만의 마법 노트였는데, 자꾸 그것을 버리라고 한다.

시간도 많이 걸리고 정확하지도 않은데 왜 자꾸 그것을 움켜쥐냐고.....

새로운 것으로 익히라고 하는데, 나는 아직 준비가 되지 않았다.

새로운 것도 하고, 예전의 익숙했던 것도 같이 한다.

 

「그래서 라디오」 읽다보니 겨울의 스산함도 따뜻하게 다가온다.

마음이 그렇다는 얘기^^

밤마다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도 좋고, 디제이의 목소리도 좋고

들려주는 얘기도 좋다. 하루를 시작하고 여닫는 라디오는 조근조근 잘 들어주는 말벗이다.

모두가 의지하는 이유가 있는「그래서 라디오」이다.

반응형
Posted by 빗살무늬햇님
2020. 12. 10. 22:58
728x90
반응형

백희나의 작가의 시선이 머무는 그림책은 따뜻하다.

이야기마다 뭉클하면서 소중한 의미를 넌지시 건넨다.

무슨 일일까? 궁금하면서 기대된다.

눈맞춤, 마음맞춤 하기에 좋은 그림책이다.

외로움과 부재, 소통을 다루는 이야기들은 마음 한 켠 아프다.

다 읽고나서 한참 지난 후 뻐근함을 느낀다.

여러번 읽어야 의미가 제대로 전해진다.

 

 

학교 마치고 돌아오면 텅 빈 집에 홀로 남겨진 아이들이 많다.

엄마 아빠는 어린 아이들을 두고 일하러 갔나보다.

불안하고 속상한 마음들은 오죽할까 싶다.

조금 큰 누나는 컴퓨터 하기에 바쁘고, 심심한 동생은 누나랑 놀고싶은데....

평범한 우리네 일상의 모습이다. 집은 품어주고 따뜻함의 상징인데.

 

 

그리고, 집으로 가는 길을 잃어버린 아이가 있다.

남매에게 「이상한 손님」이 찾아왔다.

이름은 천달록, 하늘 위에서 살고, 구름이를 타고 왔다는데 구름이는 사라졌다.

빵으로 허기진 배를 달래는데, 너무 많이 먹었나 심상찮은 방구를 뀌고....

하여튼 정말 이상한 아이다.

 

 

기분이 안 좋아 뻘겋게 얼굴이 변하면 후덥지근해지고,

아이스크림으로 더위를 식히면 눈이 펑펑 내리고....

참 까다로운 손님인데, 정말 집으로 가는 방법은 없을까?

 

달걀이를 찾아야한다. 그래야 구름이를 찾고, 집에 갈 수 있다.

냉장고에 달걀? 무작정 밖으로 나가는 달걀이가 구름을 찾았다?

분홍 솜사탕인데..... 달록이가 솜사탕을 먹더니 온통 사방은 안갯속.

달걀이를 따라 우여곡절 끝에 집에 도착!

피곤한 하루, 달록이의 짜증이 극에 달하고

집 안은 천둥번개에다 비가 퍼붓는다.

 

달걀이의 자장가에 달록이가 평안한 단잠에 빠지고 꿈 속으로....

비가 그치고 무지개가 생겼다.

또다른 「이상한 손님」달록이의 형, 알록이가 찾아와

동생 달록이와 함께 무지개 길을 걸으면서 집으로 돌아갔다.

 

 

달록이가 타고 온 구름이는 어디에 있을까?

그 구름이가 있어야 달록이가 다시 놀러올텐데......

역쉬 작가님의 센스~!!!

집 앞 나무에 살포시 올려놓았네. 구름이와 달걀이를.

심심한 아이가 저 나무를 보면 달록이가 놀러온 줄 알겠네^^

알록달록이가 구름이와 달걀이를 찾지 못하고 무지개 다리를 건너서 집으로 간게 다행이다.

 

더이상 아이는 외롭지 않을거야.

컴퓨터 삼매경에 빠진 누나도 바쁘지 않을거고.

이제 무엇을 하든 같이 하면 되니까.

누나도 알록이가 동생 달록이를 애타게 찾아 헤맨 것 보면 느끼는 바가 있지 않았을까?

동생 달록이를 너무 사랑하고 아끼는 형 알록이니까.

심심한 아이에게 「이상한 손님」을 등장시켜 친구를 만들어주는 작가의 마음씀씀이 칭찬해^^

 

떼쟁이 아기 달록이가 먹는 것에 따라, 기분에 따라 날씨가 변덕스러운 것도 재밌고,

냉장고에서 꺼낸 달걀 하나가 땅에 떨어져 깨졌는데(죽음)

거기서 달걀귀신(달걀이)이 나온것도 신기방기~

달록이의 짜증이 비를 부르고 잠투정이란 설정도 좋았다.

이래저래 손길이 많이 필요한 친구이다. 책 속 아이처럼^^

 

이 이상한 손님은 처음에 적응 안 될 것 같지만,........ 함께 놀다가

집으로 돌아가면 많이 그리울 것 같다.

살포시 든 자리는 표가 나지 않아도 휑하니 난 자리는 표가 크게 나는 법이니까.

알록달록 예쁘고 사랑스러운 그림책이다.

반응형
Posted by 빗살무늬햇님
2020. 12. 9. 22:49
728x90
반응형

한 달, 정신없이 한 바퀴를 돌았다.

다시 한 달이 시작되었고, 어제보다 조금 여유가 생겼다.

시간이 차곡차곡 모아질수록 어제보다 낫은 오늘이 될 것이다.

오늘은 마침표가 아니라, 잠시 쉬어갔다.

시간의 틈이 들어와 나태주 시인이 선물하는 하루하루 365일 쉼의 문장들을 음미했다.

「나태주, 시간의 쉼표」로 꿀맛 같은 오늘 하루를 선물받았다.

 

 

하루 한 페이지 아침에 혼미해진 정신을 깨우면서 시작하기에 딱인데....

시인의 詩와 문장들은 끌어당기는 힘이 있다. 앉은 자리에서 바로 읽어도 너무 좋으니까.

책갈피를 꽂아놓고 오늘은 1월, 내일은 2월, 모레는 9월, 글피엔 12월

마음이 가는대로 읽어도 좋다.

시인의 수많은 詩 중에서 선택되어진 문장들이다.

시의 처음과 끝이 다 수록되어 있으면 더 좋았을텐데 아쉬움이 있다.

그래도 잘 선택된 문장만으로도 시인의 언어는 충분히 마음을 동하게 한다.

 

 

특별히 의미있는 3일을 선택해 미리 보았다. 아비토끼, 효진이, 내 생일이다.

좋아요, 좋다고 하니까 나도 좋다 / 바람 아, 나도 숨을 쉬기 시작했어요 / 지나고 보니 모두가 그리운 일이었다

삶이 늘 하하호호 웃는 일만 있는게 아니지만 바라보는 시선에서 먼저 좋다고 자꾸 건네면 웃을 일이 생기니까.

한 점 바람이 내 머릿결에 닿는 그 느낌, 아..... 비로소 숨을 쉰다. 바쁠수록 더욱 천천히 쉬엄쉬엄~~~

모든 평범한 하루하루가 지나고보니 평범하지 않았다. 그리움이 된다. 기억만 못할 뿐이지^^

나와 우리들을 상징하는 좋은 글귀들을 만나서 기쁘다.

 

 

일력으로 된 달력이 앙증맞게 생겨겼다. 좋아하는 시인이 직접 쓰고 그린 귀한 책인데

읽는 것도 잘 해야겠지만 쓰는 것도 허투루 할 수 없어서 며칠을 고민한다.

휑할까봐 저렇게 있는 멋, 없는 멋도 집어넣는다.

부드러워진 듯 마음에 든다. 연말이니까^^

한 장씩 읽어가며 넘기는데, 그림 뿐 아니라 여백인데도 따뜻함이 전해진다.

지금 생각해보니 반짝이는 순간순간의 생이 고맙고,

나를 향해 웃음 지어 본 기억이 나지 않는데 혼자 베시시 웃어도 봤다.

어김없이 계절은 오고 가고 자연이 먼저 반응을 하는게 신비롭다.

글로 읽고 있지만 머릿속으로 연상되어지는게 시인의 아름답고 순수하고 예쁜 詩이다.

 

♬ 반쯤 비어 있는 찻잔에 / 흰 구름을 가득 부어 / 마시면 어떨까?

더 많이 비어 있는 찻잔에 / 새소리며 바람소리를 채워 / 마시면 어떨까?

♥---------♥---------♥---------♥---------♥---------♥---------♥---------♥

가을이시여 오늘은 당신하고라도 마주 앉아

녹차나 따습게우려 후루룩 후루룩

소리를 만들어 내며 마셔볼까 그러합니다.

♥---------♥---------♥---------♥---------♥---------♥---------♥---------♥

하늘을 바라보고 눈물 글썽일 때 / 발밑에 민들레꽃

해맑은 얼굴을 들어 노랗게

웃어주었다.

 

외로움과 쓸쓸함이 묻어나는 시들은 '바람'이 전부 하는 일 같다.

시를 골라도 꼭 이런 시만 눈에, 가슴에 들어올까!

매번 희한한 일이다. 그렇지만.... 좋다.

 

 

내가 쓴 글들 중에서도 가을볕과 관련된 글들이 제법 된다.

봄볕과 가을볕 둘 중 고르라면(유치하지만) 나는 무조건 가을볕이다.

바람과 함께 드나드는 그림자 길게 드리운 가을볕은 넉넉함과 보드라움을 안겨준다.

가을 유달스레 힘들었던 날들, 볕이 머리 위로 비추어줘서 고맙던데, 그리고 웃었다^^

 

부분적으로 수록된 詩들을 보니 낯선 詩가 많았다.

많이 읽혀지거나 널리 알려진 詩가 아닌데, 궁금한 것은 못 견디는 성격이라 완성시를 찾아봤다.

시인의 시를 좋아하지 않을 수 없다.

 

 (6월 21일) 제비초등학교 앞길

조금은 섭한 마음 쓸쓸한 마음

흰 구름한테 주어버리고

때로는 억울한 마음 미안한 마음

나무한테 바람한테 맡겨버리고

돌아오는 가벼운 어깨 호숩은 발길

있는 듯 없는 듯 감자꽃이 웃고 있었다

보일 듯 말 듯 술패랭이꽃들도

손을 흔들었다

 

(10월 8일) 단풍

숲 속이 다

환해졌다

죽어 가는 목숨들이

밝혀놓은 등불

멀어지는 소리들의 뒤통수

내 마음도 많이, 성글어졌다

빛이여 들어와

조금만 놀다 가시라

바람이여 잠시 살랑살랑

머물다 가시라

 

(11월 19일) 눈물나것다

강물이 가다가 흘러가다가

힘이 부치면 여울 복판에

흙을 모두어 여름이면

풀꽃과 벌레들 불러모아 살게 하고

겨울이면 발가락 시린 물새들 또한

찾아와 쉬게 하듯이

 

아직도 내가 좋은 사람

그대 살다가 살아가다가

나도 모르는 지도의 오솔길

그 역시 낯선 번지수 어디쯤

띠풀 엮어 지붕 얽고 살아갈 때

나 어느 날 우연찮게 배낭 하나

달랑 등에 지고 지치고 배고픈

해 저물 녘 길손이 되어 그대

처마 밑에 문득 다다랐을 때

 

집 안에서 번져 나오는 된장국

굴품한 냄새 오래 잊었던

그 냄새 알아차리고 콧물

훌쩍이며 훌쩍이며 눈물나것다

맨 소주에 취해 얼굴 붉힌 노을 빛

건너다 보아준다면 더더욱 눈물나것다.

 

 

시에게 나를 잠시 맡겼더니, 시가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괜찮다고, 무탈하게 잘 건너왔다고.....

속으로 투덜투덜대도 시간은 흘렀고 내 마음은 비로소 안녕하다고 한다.

한 해 끝을 향해 달리고 있고, 12월 시간 속에서「나태주, 시간의 쉼표」로 지난 날들 돌아본다.

어렵고 힘들었지만 평안 속에 거했다. 감사함이 넘쳤고, 기뻤다.

2021년은 올해보다 더 낫을거라고 희망을 품는다.

연하장이 두 장 들어있다. 시인이 직접 그리고 쓰고^^

고마운 분들께 한 해를 시작하면서 보내는 의미의 카드이지만,

나는 저 연하장에다 감사 제목과 소망을 품은 기도를 적고 싶다. 의미있을 듯^^

아울러 내 마음에게 꼭 전해주고 싶다.

모난 마음, 불안한 마음들 잘 견뎌주고 둥글게 둥글게 만들어줘서 고맙다!!!

오늘 내 하루「나태주, 시간의 쉼표」대로 잘 쉬었습니다.

반응형
Posted by 빗살무늬햇님
2020. 12. 8. 20:26
728x90
반응형

물질적으로 부유해졌고 그 어느 때보다 풍성한 시대에 살아가고 있지만, 허함이 느껴진다.

물질적 풍성함과 부요함으로 대체될 수 없는 정신적 피폐함이다.

삶의 공허함으로 연결되어진다.

아무리 채워넣어도 느껴지는 허기를 달래려면 어디에서부터 무엇을 먼저 시작해야할까?

결국은 사람이란 생각이 든다. 사람을 이해하는데서부터 출발하는 인문학이 도움 될 것 같다.

다산 정약용에게서라면 각자의 삶의 질문에 대한 대답을 들을 수 있을 것 같은데.....

책  「다산의 사람 그릇」이다.

 

18년 유배지에서 실학자로 잘 알려진 다산 정약용을 만난다.

고등학교 때 국사 시간에 달달 외웠던 정약용의 대표적인 책 '목민심서, 흠흠신서, 경세유표'

당연히 와닿지 않았다. 그냥 외우기만 했을 뿐.

그런데 이 책들의 의미를 다른 책을 읽으면서 알게 된다.

다산 정약용의 삶에 관해 폭넓게 마주하게 된다.

제대로 한 사람을 알기까지 책에 담긴 내용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을 매번 느낀다.

너무 잘 알아서 익숙하다고  화가 '빈센트 반 고흐'도 잘 안다고 할 수 없다.

그 앎이란 것은 곁으로 드러난 단편적인 배경지식이다.

「다산의 사람 그릇」을 통해서 정약용의 18년 유배생활에서 지식과 지혜의 진귀함을 엿볼 수 있다.

길고 긴 시간 낯선 곳에서 자기를 비우고 겸손함으로 삶을 살아낸 조선이란 한 시대의 참선비를 만난다.

 

--- 백성이 근본임을 헤아리며 다스린 치수의 우임금

--- 최고의 목민관으로 민생을 품어 다스린 정승 부열

--- 백성의 생사고락 시로 함께 풀어낸 귀거래 도연명

--- 백성을 생각 성찰하며 큰 바위에 매일 절한 미불

 

강진 다산초당의 정석(丁石) 바위에 새겨진 글이다.

정약용이 닮고자하는 인물들이다. 그 인물들을 통해 나라를 위하고 백성을 위하는 마음이 느껴진다.

실제 정약용은 관직에 나가서도 탐욕과 부패와 거리가 멀었고, 사사로운 이익을 탐하지 않았다.

오로지 위국과 애민정신이 그의 삶의 모토였다.

 

종교적인(천주교) 모함으로 한 가족이 풍비박산이 되고 뿔뿔이 흩어졌다.

형(정약전)은 흑산도, 정약용은 강진으로 가는 갈림길(나주 율정 삼거리)에서의 서글프고 애닳은 마음.

지어진 다산의 詩와 문장이 서정적인 듯 아픔과 슬픔으로 다가온다.

18년 유배생활은 아이러니하지만 다산학이란 학문적 업적을 일궈낸 문장의 전성기였다.

600여권의 책을 펴냈고 그 책들은 모두 체득한 열매들이었다.

 

특히, 지아비 없이 홀로 남겨진 어린 아이들을 양육해야하는 아내에 대한 연민과 그리움

커가는 아이들에게 아비가 없어도 올바르게 잘 자라게 하기 위해 편지로 참교육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자식에게 폐족 집안이라는 오명을 벗어나는 길이 오직 독서와 학문하는 길밖에 없다며 수많은 편지로

아버지의 마음을 전하고 있다.

 

내가 강진에서 귀양살이하고 있을 적에 병이 든 아내가 헌 치마 다섯 폭을 보내왔는데,

그것은 시집올 적에 입는옷으로 붉은빛이 담황색으로 바래서 글 쓸 종이 대용으로 알맞았다.

이를 재단, 조그만 첩으로 만들어 훈계하는 말을 써서 두 아이에게 전해준다.

다음 날에 이 글을 보고 감회를 일으켜 두 어버이의 흔적과 손때를 생각한다면

틀림없이 그리는 감정이 뭉클하게 일어날 것이다. 이것을 '하피첩'이라고 명명한다.

1810년 초가을에 다산 동암에서 쓰다.

--- 하피첩에 제함 / 다산시문집 제14권 ---

 

이 장면을 읽으면서 잠시 생각해봤다. 아내로부터 한 꾸러미의 보따리를 받았는데,

그 속에는 아내가 처음 시집왔을 때 입고 왔던 홍치마를 곱게 싸여있다. 

아내는 볼 수 없는 지아비를 생각하면서 그 속에 넣을 수 있는 모든 정과 사랑을 싸서 보낸 듯.

여기에 뭉클하고 울지 않을 지아비가 있을까?

 

잘못된 사회 제도와 피폐한 백성들의 삶, 관리들의 횡포가 다산의 시와 글 속에 담겨있다.

이런 다산이 양반들 눈에는 얼마나 눈엣 가시일까?

기득권은 한 번 가지게 되면 계속 그 맛에 길들여지게 마련이다.

정조와 정약용의 콜라보 정치가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사람들에겐 얼마나 위협적이었을까?

200년 전의 정치가 지금도 여전히 재생되어지고 있다.

그래서 변화는 어느 한 사람만의 노력으로는 엿부족이다. 다산이 느꼈을 외로움을 느끼게 된다.

변화와 개혁으로 새 나라와 좀 더 낫은 삶을 백성들에게 돌려주고 싶은데 자신은 끈 떨어진 연이다.

그래서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다산학의 그 정신이 아닐까!

 

♣ 담을 스치고 있는 산복숭아 나무의 풍경

♣ 문발에 부딪치는 버들가지

♣ 따뜻한 날에 들리는 꿩 우는 소리

♣ 가랑비 내릴 때 물고기 밥 먹이는 일

♣ 단풍나무 잎이 아름다운 바위에 얹혀있는 모습

♣ 못에 비친 국화꽃

♣ 한 언덕 위의 푸르른 대나무

♣ 만 개 골짜기의 소나무 물결

 

다산은 초당으로 거처를 옮긴 뒤 주변 경관을 친구 삼아 자신이 아끼는 풍경 8가지를 골라

'다산팔경사'를 지었다. 아, 이 분 정말 다재다능하구나!

정치 경제 사회 역사 문학 등 방대한 지식의 소유자구나.

책 맨 앞 표지에 '조선의 레오나르도 다 빈치 다산에게 사람을 묻고 인생을 배우다' 의미가 느껴졌다.

미술, 조각, 건축, 토목, 수학, 과학, 음악 등 전 분야에 걸쳐 천재성을 발휘하며 ‘르네상스적 천재’라는

레오나르도 다 빈치란 한 인간의 정체성과 맞닿았다는 느낌을 정약용에게서 보았다.

실학자란 이름에 가장 잘 어울리게 삶을 살아낸 사람이란 생각도 들었다.

시대를 초월한 다산 정약용의 학문과 뜻이 지금 제대로 전해진다면 다산이 그토록 꿈꾸었던

'나라다운 나라, 백성다운 백성'이 정의와 원칙, 법과 공정함, 양심을 자양분으로 제대로 세워져 갈 것이다.

그런 나라가 도래할까?! 꿈꿔본다.

반응형
Posted by 빗살무늬햇님
2020. 12. 2. 20:55
728x90
반응형

핀란드 국보 캐릭터, 무민(Moomin)은 한국에서도 많은 사랑을 받는다.

나 역시 귀엽고 사랑스러운 무민과 가족이 너무 좋고.

자연스레 캐릭터를 만든 사람에 관해서도 관심이 있다.

무민(Moomin)을 만든 작가 토베 얀손에 대한 책들도 읽어보고 조금씩 더 알아간다.

엄청 잘 알려진 책 속 주인공은 조곤조곤 친구처럼 항상 붙어다닌다.

작가가 주인공에게 숨결을 불어넣었다. 거기서 위로받고 평안해지고.

빨강머리 앤은 아마 우주 최강이 아닐까?^^

안 읽어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읽어본 사람은 없을 것 같다.

널리 알려진만큼 빨강머리 앤은 너무 잘 알지만,

빨강머리 앤을 만들어낸 작가 '루시 모드 몽고메리'에 대해서는 정보가 거의 없다. 

그냥 빨강머리 앤 작가 '몽고메리'로만 알 뿐이다.

무민(Moomin)을 알아갈 때 작가 토베 얀손에 대한 전기를 읽어보고

무민(Moomin)이 나온 배경들을 이해하게 되었다.

<작은 아씨들>을 쓴 루이자 메이 올컷의 삶도 그렇고.

작가는 지금 처해진 자신의 삶을 작품 속에 넌지시 그려넣는다.

자기가 말하고 싶은 이야기를 자신이 만든 주인공에게 투영한다.

그래서 작가와 주인공은 서로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된다.

 

루시 모드 몽고메리의 전기 소설,  「하우스 오브 드림」을 읽었다.

찬찬히 읽다보니 배경과 인물, 상황 등 작가의 삶이 앤과 닮아있었다.

이야기의 설정이 나온 이유를 알게 된다. 순간, 빨강머리 앤을 읽는 줄 알았다.

 

"나는 물질적으로 보살핌을 잘 받았다.

굶주리고 통제당한 것은 나의 감정과 사회성이었다"

 

작가도 참 녹록치않은 삶을 살아냈구나.

어렸을 때 엄마가 떠났고, 아빠와는 떨어져 살았다.

캐번디시 외갓집에 맡겨졌고,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는 다정하지 않았다.

따뜻함이 전혀 없는 곳에서 외롭게 사랑을 받지 못하고 어린 시절을 보냈다.

할아버지 할머니의 사고는 고루했고, 차별을 두었다.

그럼에도 캐번디시가 좋은 이유는 빨강머리 앤이 애이번리와 초록색 지붕집을 좋아한 이유와 결이 비슷하다.

다른 곳에 가더라도 캐번디시만한 곳이 없었다.

전혀 친절하지 않은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계시지만 마음을 평안하게 해준다.

책 읽기를 좋아하고, 글 쓰기를 너무 좋아하고, 친구들을 좋아하는데...... 외롭다.

어딜 가든 무엇을 하든 외로움과 오롯이 싸워야하는 나날들이 많았다.

 

 

마음이 통하는 친구는 언제나 필요할 때 늘 곁에 있지는 않았다.

소중한 사람들이 하나 둘씩 떠나갔다.

마음을 붙일 곳이 없어서 자꾸만 자기만의 동굴 속으로 들어갔다.

그 속에서 글을 쓰고 또 썼다. 돈은 언제나 부족했다.

더 배우고 싶은데 외할아버지는 무엇을 하든 절대 반대였다.

할머니는 같은 여자로서 모드의 마음을 조금 아셨는지 수중의 모은 돈을 모드에게 주었다.

외할머니는 초록색 지붕집 마릴라 아줌마와 닮았다. 그래도 마릴라 아줌마가 더 속정이 깊지.

글쓰기의 재능이 있어서 여러 잡지사나 출판사에 투고를 했고, 조금씩 돈이 들어왔다.

여러가지 힘든 상황 속에서도 글쓰기를 멈추지 않았다.

이런 모드의 열정과 열심 때문이었는지 그녀의 글은 책이 되었고 입소문이 났다.

 

삶은 참 지랄맞다. 왜 시간은 기다려주지 않는걸까?

그녀의 삶이 조금씩 나아지고 있는데, 외로움이란 감정은 여전히 낯설다.

괜찮다고 생각했던 사람, 불편했던 사람들조차 떠났다.

힘겨운 마음을 추스르는 곳은 언제나 힘겹게 떠나왔던 캐번디시로 향해있다.

상처와 고통이 남아있는 곳, 부재와 상실, 외로움에 늘 아팠던 곳이 그립고 보고 싶다니.....

빨강머리 앤이 왜 그토록 초록색 지붕집을 좋아하고 동경하고 그리워했는지 알게 된다.

 

"캐번디시에서 보낸 수년의 세월이 아니었다면 나는 절대 <빨강머리 앤>을 쓸 수 없었을 것이다.

내 마음 속 영혼이 평생 인정하는유일한 집은 해안 만 옆의 그 작은 시골 마을뿐 일 것이다."

 

그 은신처에서 모드는 자신의 가장 소중한 책들을 몰래 썼다.

루시 모드 몽고메리의 전기를 읽다보니 그녀의 책이 <빨강머리 앤>만 있는게 아니었다.

20편의 소설과 수백 편의 단편소설을 만들어냈다. 수천 장의 일기와 수백 장의 편지들,

미공개 된 작품들은 그녀가 얼만큼 힘겨웠던 시간들을 견뎌왔는지 짐작할 수 있다.

단순한 취미가 아닌 글쓰기는 그녀의 삶과 인생 전부였다.

힘겨운 중에서도 세상을 보는 눈이 얼마나 열려있었는지 알 수 있다.

 

"완벽한 행복을 나는 단 한 번도 누리지 못했고 앞으로도 누리지 못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삶에는 훌륭하고 매우 아름다운 시간이 많이 존재했다."

 

늘 평안하지 못했고, 쫓기듯 내달리듯 삶을 살아내야 했던 모드.

불쑥 찾아오는 불청객, 우울증은 어쩌면 모드가 글쓰기를 계속 해야만했던 이유가 되었을터....

이것을 생각하니 마음이 착잡해진다. 대작가에 대한 연민이다.

그럼에도 선물과 같은 좋은 글을 남겨줘서 얼마나 고마운지.

작가의 또다른 글이 조명되어 많이 소개되었으면 좋겠다.

반응형
Posted by 빗살무늬햇님

google-site-verification: google3339f54caf24306f.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