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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22.10.15 가을 속으로, 여물다! 1
  2. 2022.10.10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6
  3. 2022.10.05 「계속 버텨!」웃지만 웃는게 아냐, 그럼에도... 2
  4. 2022.10.03 「예고도 없이 나이를 먹고 말았습니다」정말... 그래요! 2
  5. 2022.10.02 시월 둘째날 악양생태공원
  6. 2022.10.01 가을 옷 사고, 설레임 준비 장착!
2022. 10. 15.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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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하기에 멋진 가을 날의 절정 시월을 보내고 있다.

볕에 물들어가고, 여물어가고 있다. 

자꾸 밖으로 시선이 간다. 

긴 시간 코로나19로 움츠러졌던 마음들이 설레는 듯 하다. 

 

 

볕에 바람에 익어가는 탐스런 감이 주렁주렁 달린 밭이었는데,

감 농사를 정리하면서 감나무 주변이 휑해졌다. 

점심 먹고, 나른한 오후를 잘 보내기 위해 낮은 산 오르면

 잘 여문 감을 맛보라고 감 농장 주인장이 건네곤 했다는데.....

보기에도 잘 생긴 나무였다는데....

수지가 안 맞으니 그랬겠지.

이해가 된다. 

 

 

휑한 감나무 맞은 편의 감밭에서는 홍시가 되는 대봉감이 주렁주렁~~

너무 실하게 탐스레 익어가고 있다.

기쁨으로 열매맺고 거둬들이는 계절을 맞이했는데

마주한 두 감밭을 보면서 묘한 대비에 마음이 쓸쓸하다.

파란 하늘 아래 펼쳐진 감밭의 풍경에 평안하기도 하면서.

 

 

눈을 깜빡거리면서 들여다보고 또 봤다.

감밭 펼쳐진 길가 풀섶에 참외?

누가 버리고 갔나? 

너무 이상해 참외를 손으로 만져봤다.

참외와 함께 줄기가 같이 딸려 올라온다.

헉... 딱 참외 3개가 외따로 앉았다. 

길가 풀섶인데 일부러 누가 심을리 없어.

봄에 이 자리 근처에 달래가 생뚱맞게 자라서 뜯어왔다. 

바람이 이 볕 잘 드는 자리에 씨앗을 옮겨놓고

싹 틔워냈다.

참외 가져올 생각을 못하고 그저 신기하게 보고만 왔다.

지금 생각해보니 아....

무슨 맛일까?

바람과 볕, 비에 싹 틔운 야생 참외의 맛은?

달콤오묘함?^^

 

 

감밭 옆에 너무 편하게 뒹굴뒹굴 커 간 호박들.

아.... 누가 갖다놓을 수 없는 모양새다. 

너무 자유분방하게 있어서. 

노릇노릇 바삭 호박전과 달콤 보들보들 호박죽

때가 이르렀구나.

늙은 호박을 보니 찐 가을이네!

 

 

가을이 깊숙이 여물어간다.

2022년 시간도 어느새 이만치 왔다. 

보이지 않는데 싹 틔고 꽃 피고 열매 맺으며 익어간다.

지나고보니 나도 여물어갔다.

실하게 단단하게.

오늘도 감사함으로 잘 살아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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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빗살무늬햇님
2022. 10. 10.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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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과 책 이야기는 내가 좋아하는 소재라서 자연스레 눈과 마음에 먼저 들어온다.

이래저래 상처받은 사람들, 일이 잘 풀리지 않는 사람들, 내가 어디에 있는지 고민하는 사람들 등

만날 수 있었다. 그 곳에 가면 크고 풀리지 않을 것 같은 문제들에 대해 명쾌하게 답을 찾지는 못하더라도

최소한 '나'란 사람에 대해 알게 된다. 외로운 섬처럼 홀로 있는 듯 하지만, 홀로가 아닌 함께.

나만 힘든게 아니었구나! 하는 은연중의 위로와 연대감은 느끼게 된다.

그 중심에 '사람'이 있어서 좋다. 나와 너, 우리들의 이야기다. 

 

사람과 사람, 일과 쉼의 문제, 잘하는 것과 좋아하는 것의 괴리감, 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

먹고 사는 문제 등등 버거운 문제들을 안고 살아간다. 결국 개인의 선택의 문제이기도 하다. 

내가 누구이고 여기가 어디인지, 나만의 속도와 방향으로 잘 살아가고 있는지......

복잡하게 얽히고 설켜서 나를 잃어가고 있지 않는지 방황을 한다.

그 고민이 시작되는 지점에서 선택을 해야하고, 그동안 수고했던 나와 마주한다. 

생각과 마음은 이제 아둥바둥 그만~~ 좀 쉬어갔으면 좋겠네... 

그냥 지나쳤는데, 아늑하고 따스한 불빛을 만난다.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일 마치고 몸은 녹초가 되어 집으로 가는 길,

피곤함이 몰려오지만 서점의 불빛에 발걸음은 멈춰지고, 서점 안으로 눈길이 간다. 

아무래도 쉬어가야 될 것 같다. 휴남동 서점에서.

퇴근하는 길에 잠깐 들러 10분이라도 책을 읽고 가면 길었던 하루의 마무리가 될 것 같은데.....

책을 읽지 않더라도 쉬어가도 될 것 같은 부담없는 동네 사랑방 같은 공간을 발견한 것 처럼 기쁠텐데.

조용하고 후미진 동네를 불 밝히고 있다면 좋겠다. 

시대의 조류에 휩쓸려가지 않고, 서점 본연의 공간과 아울러 사람들의 소리를 잠잠히 들어주는

소통의 공간으로 자리매김해가는 오랫동안 살아남는 공간이었으면 좋겠다.

그럴려면 서점 주인장의 결단과 용기, 진심이 있어야 된다고 했다. 

 

책과 책방(서점)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읽었지만, 이 책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는

여느 책방 관련 책과는 결이 좀 다른 느낌을 받았다.

거창하지않은 아주 소소한 이야기들이 지금 우리가 고민하고 있는 삶의 지점이었다.

서점 주인(영주)과 바리스타 직원(민준), 민철과 민철엄마(희주)와 지미(커피콩 고트빈 사장),

명상하는 마음으로 뜨개질을 하는(정서), 우리말 문장에 필 꽂힌 작가(승우) 등

일상 속에서 마주하게 되는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는 그들 각자의 삶에서 살아내는 그 자체가 뭉클했다. 

각자의 삶들을 잘 버무려 글 표현한 작가의 따뜻한 말들이 마음에 오래 머물렀다.

 

좋은 사람들이 만나 서로의 마음을 나누는 편안한 책방에서 마주하는 좋은 책의 기준은...

《삶에 관해 말하는 책, 그냥 말하는게 아니라 깊이 있는 시선으로 진솔하게 말하는 책.

삶을 이해한 작가가 쓴 책, 삶을 이해한 작가가 엄마와 딸에 관해 쓴 책, 엄마와 아들에 관해 쓴 책,

자기 자신에 관해 쓴 책, 세상에 관해 쓴 책, 인간에 관해 쓴 책, 작가의 깊은 이해가 독자의 마음을 건드린다면,

그 건드림이 독자가 삶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준다면, 그게 좋은 책 아닐까.》(41쪽)

 

서점을 운영하면서 영주가 현실의 벽과 마주할 때, 피하지않고 자기 자신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하는게 좋았다. 

경제적 부분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지만, 서점의 미래와 자신이 나아갈 방향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는 모습도 좋았다. 

삶의 의미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지 않는데, 휴남동 서점의 영주를 통해 잠깐이나마 생각한 것 같다. 

편안함에 닿는 것과 행복해지는 것, 한 템포 쉬어가는 것과 지금 내 옆에 있는 사람들의 소중함,....

누군간의 원하는 삶이 아닌 내가 원하는 삶을 독립적으로 살아가는 것에 대한 고민,

꿈을 이루었다고 행복해지기엔 삶이 복잡하다는 느낌의 이런 소소한 고민들이 자연스레 글에 녹아있어서 따뜻했다.

새삼 이런 진지한 이야기들은 현실에서 누군가와 나누기엔 맺고 있는 관계가 얕다는 것과 생각의 차이가 느껴질 것 같아

섣불리 다가가는데 어려움이 있지 않을까 스스로가 벽을 만들게 된다.

볍고 사소한 농담을 건넬 수 밖에 없는 관계의 거리감이다. 

그래서 삶에 관해 말하는 책은 타인의 삶에 관한 이해가 먼저이다. 그 이해에서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프렌차이즈 커피 전문점에도 가보고, 소규모 커피 전문점에도 가보고, 여기가 제일 편해서 죽치게 된 거거든요?

음악이 마음에 들었고, 시끄럽지 않아 좋았고, 조명도 마음에 들었고, 또 아무도 날 신경 쓰지 않는 것 같아 좋았어요.

편한 느낌이 들어서 점점 더 자주 오게 됐고요. 수세미 뜨다가 고개를 들어 주위를 둘러보면 왠지 마음에 놓였다고나 할까.

책이 있는 공간이 주는 안도감 같은 것이 있다는 걸 알겠더라고요.

-중략-

영주는 몇 시간마다 커피를 주문해야 서점에 피해가 가지 않는지 묻던 정서의 모습이 기억났다. 

그 때 정서는 열심히 예의를 지키려 노력하고 있던 거였구나. 서로가 서로에게 불편을 끼치지 않으면서 

각자 자유롭게 행동할 수 있는 최적의 거리는 예의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했던 걸까.》(188쪽)

 

오랫만에 ㅋㅋㅋ 웃기도 하고, 눈에 물이 맺혔다.

현실의 삶에서는 위로받지 못하고 그냥 아무렇지도 않게 살아가는데... 익숙한 가면을 쓰고 내가 누구인지도 모른 채.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면 녹록치않은 삶의 고단함의 가면을 벗는다. 정말 현실에 존재하는 공간이었으면! 

휴남동 서점에서 수세미 뜨며 시간을 보낸 정서의 마음이 쉬이 이해된다.

어느 공간 속에서 내가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것, 사물(책)이나 사람을 통해서 내가 이해받고 있다는 것은 안도감이다. 

낯선 곳에서 적응을 해야 한다는 것은 처음에는 어렵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 머물고 있는 그 곳에서 편안함을 느끼게 되었다면

그 공간은 고마움의 공간이 되고, 아울러 애착 공간이 된다. 내게 학교 도서관의 자리가 그랬으니까. 

받아들여지고 이해받고 있음을 느낀 후, 아무리 다른 큰 일이 엄습해와도 불안하지 않다.

 

《삶은 일 하나만을 두고 평가하기엔 복잡하고 총체적인 무엇이다.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도 불행할 수 있고,

좋아하지 않는 일을 하면서도 그 일이 아닌 다른 무엇 때문에 불행하지 않을 수 있다. 삶은 미묘하며 복합적이다.

삶의 중심에서 일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그렇다고 삶의 행불행을 책임지진 않는다.

-중략-

대충 아무 일이나 해봤는데 의외로 그 일에서 재미를 느낄 수도 있어. 우연히 해본 일인데 문득 그 일이 평생 

하고 싶어질지 누가 알아. 해보기 전에는 아무것도 알 수 없는데. 그러니 무슨 일을 해야 할지 미리부터 고민하기보다

이렇게 먼저 생각해봐. 그게 무슨 일이든 시작했으면 우선 정성을 다해보는 것이 더 중요하다. 

작은 경험들을 계속 정성스럽게 쌓아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274쪽)

 

책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잘 쉬었다 갑니다!^^

겉모습이 아닌 내면이 멋진 사람들의 반짝반짝 빛 나는 주옥같은 말들도 많이 나온다.

도대체 이 사람들은 뭐지? 아무렇지도 않은 듯 행동하고 말하는게 찐이다. 자리를 뜨고 싶지 않게끔 만든다.

더 이야기를 나누고픈 사람들이다.

동네 사랑방, 참새 방앗간, 편의점 등등 역할을 하는 휴남동 서점처럼 현실에서도 이런 공간을 기대한다.

 

물들어가는 시간이다. 가을빛으로 옷 입혀지는 날들이고, 찬 바람이 스며들기도 한다.

이 좋은 날, 좋은 책을 만났다. 도서관에서 빌렸는데, 구매해서 소장하고 싶다. 

선물로 주고 싶은 책이다. 읽어보라고 권해주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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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빗살무늬햇님
2022. 10. 5.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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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삽화가 故 장 자크 상페의 그림을 계속 보고 있다. 

글보다 뾰족 펜으로, 연필로 쓱쓱 그린 이미지가 강렬하게 남는다.

그림으로 말하는 화가이다. 웃기면서 역설적이다. 

고독과 애환, 짙은 슬픔의 그늘이 드리워져있다. 

책「계속 버텨!」는 제목에서도 느껴지지만, 현실의 삶이 녹록치않음을 표현한다. 

상페의 그림은 가벼운 붓터치인데, 이해하기도 힘들다.

이해보다 그림 너머 생각을 하게 된다. 

장 자크 상페를 기념하는 나름의 방법이다. 

 

≪난 내 가슴속을 깨끗하게 정화하고 싶어. 그리고 특히 머릿속도, 낡아빠진 말들일랑 개성이라고는 전혀 없이 

다 똑같아진 이 조약돌들처럼 나의 뇌에서 모조리 쓸어버릴 거야. 예를 들어 '불가피한'이란 단어.

난 그단어를 내동댕이칠 거야. '~의 수준에서', 난 이것도 더는 참을 수 없어. 난 이 일상적 훈련에 맞춰 

내 시간을 관리할 거야('관리하다'도 치워 버려야 해). 힘들겠지만 그래도, 바라건대, 대체로 긍정적(이 또한 

지워 버릴 거야)일 테지. 추시계의 시간을 맞추듯(추시계의 시간을 맞추다니, 기막힌 표현이로군!)

모든 것을 제자리로 돌려놓고자 하는 나의 책 집필을 위해서는 필요한 일이야. 이 책은 내 인생 최고의 보상이 될 거야.

말하자면 '케이크를 장식하는 체리'같은 게지. 이런, 내가 또 망언했군! 케이크도 없고 체리도 없을 테니 말이야!≫(86쪽)

 

상페의 혼잣말처럼 한 문장 속에는 상페의 기질과 생각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듯 하다. 

이것도 저것도 아닌 어정쩡함과 규율(관습)에 얽매여 자유분방함을 구속하는 것,

틀에 박힌 전혀 개성없는 생각들을 경계하며 못 견뎌한다. 

톡톡 튀는 생각의 유연성이 상페의 그림 속에 고스란히 투영된 것 같다. 

 

≪모두가 되는 대로 아무 말이나 떠들어 대면서 나를 곁눈질하고 내가 하는 말을 엿듣고 이어서 곧 그 말을 왜곡할 때,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아마도 나를 바라보지도 않으며 십중팔구 내 이야기를 들어주지도 않을 누군가에게 속내를 
털어놓는다는 건 얼마나 큰 휴식인지요.≫(49쪽)

 

상페의 그림에 성당 그림이 많은 편이다.

세상 삶에서 버티고 버텨 결국 성당에 닿아 이리저리 재단하지 않는 말 없는 신에게 하소연한다. 

어느 누구에게도 마음을 털어놓지 못하는 요즘 사람들의 삶의 고단함이리라. 

그 하소연은 고단한 삶에 조금이나마 숨 쉴 수 있는 통로가 된다. 

특유의 익살스런 장면도 있지만, 나름 진지한 장면은 글로 표현한 똘똘함도 보인다. 

은유와 반어, 역설의 비유법이 빛 발하는 장 자크 상페의 그림은 예리하다. 

 

≪난 가끔 엄청난 계약을 따내기도 했죠. 심지어 아주 근사한 여인들을 정복하기도 했다니까요.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시장을 개척하기도 했고요. 하지만 그 무엇도 오후 3시경 단잠을 잘 수 있으리라는

기대가 주는 기쁨과는 비교할 수 없죠.≫(68쪽)

 

거창한 삶을 기대하지 않는다. 열심히 일한 후 주어지는 꿀맛같은 오후의 단잠... 이것 하나면 OK~~

너무 평범한건데 이런 여유조차 주어지지 않는 삶의 비루함과 팍팍함은 "계속 버텨!"라고 채찍질 한다. 

무표정한 사람들의 얼굴은 전혀 감정의 동요없이 살아낼 뿐이다.  

속내를 숨기고 가면을 쓴 채 홀로 힘겨움을 감내하는 듯.....

웃고 있지만 웃는게 아닌 짙은 슬픔의 그림자가 따라다니는게 일상이 된 삶.

작가지만 대중의 기대에 부응하는 책이나 이야기를 지어내야 하고.

쓴 책이 잘되기를 노심초사 기다리다보면 글 쓰기 타이밍을 놓쳐버린다.

이미 화가인데도 사람들에게 여러 번 강조하며 예술가라고 말해야 하는 삶.

사람들에게 보여주기 식으로 삶을 다시 증명해야 한다는 것은 버겁다. 

「계속 버텨!」에서 장 자크 상페의 살아온 삶이 아니었을까!

겉으로 화려하게 보이는 삶도 속으로 들여다보면 아픈데 곪아있을 것 같다. 

 

≪참 괜찮은 배우이긴 한데, 그래도 어쩔 수 없는가 봐요. 대사 몇 마디 읊조리다 보면 어느새

본인의 개인적인 문제까지 털어놓고야 만다니까요. (85쪽)

돈 많은 남자를 만나서 그 남자를 그가 가진 돈이 아닌 다른 이유로 사랑하게 된다면 좋으련만. (93쪽)

무엇인가를 강렬하게 원하기만 하면, 찰싹, 이루어진다니까요! (94쪽)

난 말이지, 정말로 이상적인 사회 모델을 찾아냈지만, 그 사회엔 내가 비집고 들어갈 자리가 없어서

그 모델을 포기하고 말았다네. (109쪽)

당신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그건 그럴 수도 있다고 해요.

하지만 이 정도로 존재감이 없다니 그건 부당하군요.≫(113쪽)

 

장 자크 상페가 적은 메모(지)에 가까운 글들은 쓸쓸함과 씁쓸함을 자아낸다.

엉켜진 실타래처럼 풀리지 않는 삶은 아무리 노력을 해도 그 자리 그대로인 듯... 그럼에도 계속 버텨!~

오랜 세월을 버텨낸 나무가 죽은 나무가 되어 밑동(그루터기)만 남았지만, 그 안에서도 생명이 자란다. 

비를 맞고 바람이 불다 햇살에 씨앗이 날아와 어느새 풀이 자라고 있다. 

그루터기 안 풀섶에 나비와 벌, 새가 머물다 간다. 

어렵고 힘들지만... 계속 버텨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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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빗살무늬햇님
2022. 10. 3. 2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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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나는 48km로 달리고 있다.

시간의 흐름이 점점 빨라지고 있음을 느낀다. 

잘 쓰지 않는 곳곳의 몸 근육은 뻣뻣해지고, 여기저기서 우두둑 뼈 소리가 난다. 

팔을 쭈우욱 위로 올려 돌리기 하는 횟수도 잦아졌다.

목과 손목, 발목도 의식적으로 돌린다. 

뒤로 넘기는 앞머리에 삐쭉 튀어나온 짧은 흰머리도 설핏 보인다.

아비토끼에게 뽑아달라고 한다. 

뽑으니 계속 나던 자리에 흰머리가 하나씩 더 늘어났다. 

지금은 그냥 놔둔다. 

쌀밥은 여전히 좋아하지만, 소화력이 받쳐주지 않으니 자연스레 고봉밥의 양이 줄었다. 

습관이 들었는지 밤에 일찍 잠 들고, 깊은 잠 속으로 빠진다.

귀가 밝아 조그만 소리에도 잘 깨는 편인데, 흐리멍텅한 느낌은 아마 기분탓? 아닐꺼야.

새벽에 일찍 눈이 떠진다. 

머리맡의 책을 들어 펼쳐본다. 안 이랬는데.....

이런 신체적 변화 뿐 아니라  나이듦의 증거는 무수히 많다.

아... 정말 「예고도 없이 나이를 먹고 말았습니다」이다. 

 

 

기력이 소진되는 것도, 생활과 몸의 변화도 이젠 나이듦과 연결짓는다. 

4회 말, 5회가 가까워지니 말하는 것도 조심스러워지고, 생각도 깊어진다. 

나이듦이 자연스러워 질 즈음에는 어른이 된 것일까?

「예고도 없이 나이를 먹고 말았습니다」읽다 보니, 웃음이 쿡쿡~~

생각하는 것이 비슷해서 묘하게 공감된다.

오랫만에 몸과 마음, 생각이 가벼워진 느낌이다.

작가의 소소한 일상이 밝고 경쾌해서 덩달아 그 에너지를 받는 기분이랄까.

 

내 생애 타임머신이 있어서 어느 시절로 돌아간다면 언제로? 물어본다면...

나는 항상 이 질문 앞에 똑같은 대답을 했다. 

'지금 이 때가 가장 좋아요'

아마 20대의 젊은 나에게 물어봐도 나는 같은 대답을 하지 않았을까?

과거의 내가 지금의 내가 되었고, 미래의 내가 될 테니까.

지금 현재 만족하며 감사하며 살아내기를.

나이들수록 품격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바람!

매너(태도)가 어른을 만든다는 말이 자꾸 생각난다. 

아울러 내 삶의 모양이 무늬가 되고, 삶의 바라봄이 숲이 되기를 소망한다. 

 

 

예고도 없이 나이를 먹었지만, 마음의 여유가 조금 생겼다.

점점 연로해가는 부모님의 안위를 챙기고 생각하게 된다. 

돌봄과 보살핌을 받아야하는 사람은 이젠 내가 아니라, 부모님들이다.

「예고도 없이 나이를 먹고 말았습니다」 가장 빠르게 위기감을 느끼는 분들 아닐까!

이런 저런 걱정과 위기감을 좀 덜어드리고 싶다는 생각...

아울러 내 마음밭을 잘 가꿔야겠다는 생각은 늘 기도제목이다. 

예고도 없이 먹는 나이에 대한 충격을 완화해 줄 것이다. 

생각 많고, 아름다운 나날들 속에서 읽는 책은 내 마음을 풍성하게 만든다.

예고도 없이 나이듦이 당황스럽지만, 두렵지는 않다. 

그냥... 이대로 지금의 내가 차암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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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빗살무늬햇님
2022. 10. 2.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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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는 가을로 접어들었는데, 더워도 너무 덥다.

봄 볕은 보들보들 따사롭고, 가을 볕은 거칠고 따갑다.

그나마 아침과 밤의 선선함이 들어와서 좋다.

 

10월의 악양생태공원 산책을 나섰다.

9월에는 보랏빛 핑크뮬리의 추억이 깨어나지 않았는데...

달이 바뀌었다고 물들어갔다.

파랑과 연하늘색, 초록과 짙은 초록, 노랑빛과 연두, 주황빛과 자줏빛

하늘과 땅에 색의 향연이 펼쳐졌다.

 

 

악양 뚝방에는 하늘하늘 코스모스가 춤 추고,

공원 쭉 연결된 길마다 아스라히 핑크뮬리가 피었다.

버들마편초 색도 더 짙어졌다. 

 

어제 오늘 악양생태공원에는 축제를 하나보다. 

프리마켓 텐트들이 줄줄이 들어섰고, 공원 중간에는 무대가 마련되었다.

의자들이 많은걸로 보아 오늘 오후부터는 공연도 하나보다.

먹거리 차량들도 장사 시작했다.

볕을 피해 나무 그늘 아래 돗자리 펴서 가을의 정취를 만끽하는 사람들,

핑크뮬리 주변에 사진을 찍으면서 산책하는 사람들,

오후 행사 준비에 분주한 사람들....

한 달 전보다 활기가 느껴졌다.

코로나19 방역이 실외 해제되어서 이젠 곳곳마다 축제가 펼쳐진다.

 

 

축제인 줄 모르고 그냥 산책 나왔는데....

차들이 빠지고 들어오고, 사람들로 붐비고 복잡했다. 

시원한 그늘 아래 의자에 앉아 가을 자연을 잠깐 즐기려고 왔는데.

오는 날이 장날인가.

산책이 아닌 사람 구경한 것 같다. 

푸드 트럭에서 효진이 좋아하는 타코야끼와 닭꼬치만 사고 집으로 왔다. 

 

핑크뮬리보다 버들마편초의 짙어진 자줏빛이 예뻤다.

꽃대에 작은 꽃이 알알이 폈으니 벌과 나비가 바쁘게 모여든다. 

다른 꽃보다 맛있거나 냄새가 좋은가보다.

 

코스모스가 핀 빨간 풍차가 멋있는 악양 뚝방길도 붐빈다.

축제가 열리니 곳곳마다 사람들이 모인다. 

조금 유명하다 싶은 곳에는 어김없이 사람들이 먼저 안다. 

저녁에는 각설이 공연도 진행하나보다. 

 

시간이 조금 더 흐르고, 

축제가 끝나고,

덜 붐비는 

날에

다시 와야겠다. 

 바람 소리 들으며, 하늘 향해 두 팔 벌려 

그냥 멍하니 가을 내음 맡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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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빗살무늬햇님
2022. 10. 1. 2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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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소식에 많이 무감각해졌다. 

확진자 수는 안전 안내문자가 매일 폰으로 수신되지만, 관심 밖이다.

이번주부터 실외 마스크 착용은 해제되었다.

그래도 많은 사람들이 아직도 마스크를 쓰고 다닌다. 

겨울 독감이 코로나19로 인해 많이 줄었다.

마스크 뿐 아니라 손 씻기 등 기본적인 개인 위생에 신경 쓴 이유일 수 있다. 

학교에서는 현장체험학습(소풍)이나 수학여행을 하루 당일 체험으로 실시했는데,

올해는 이미 숙박형 수학여행을 갔다왔거나 실시하려는 학교가 많아졌다. 

실외 마스크 착용은 해제되었고, 실내 마스크 착용 해제는 언제가 좋을지 설문 조사도 이어졌다. 

아마 내년 2023년 학교 학사가 시작되는 3월부터가 아닐까 조심스레 예측을 해본다. 

코로나19로 인해 우리네 삶이 참 많이 변했음도 느껴진다. 

 

10월의 첫 날,

낮 기온이 무려 31도까지 올랐다.

제법 선선하다고 좋아했는데, 낮에는 요즘 계속 더웠다. 

아침과 밤, 낮의 일교차가 많이 차이나서 딱 감기 걸리기 쉬울 듯.

그래도 아침과 밤에는 가을을 만끽할 수 있어서 좋다.

여름과 가을이 공존하는 요즘이다.

 

아비토끼 가을 잠바랑 청바지 사러 창원 아울렛에 갔다.

마음에 드는 잠바는 눈에 어쩜 그리도 잘 띄일까?

아비토끼와 한 눈에 알아본 잠바는 가격도 옷 원단도, 옷 맵시도 좋았다.

마음에 든 옷을 고르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았다. 

닉스 청바지 1+1인데 가격이 59,900원이다.

스판에다 천도 부드럽고 무엇보다 마음에 든 점은 허리띠 필요없는 밴딩이다. 

입어보니 엄청 편하다고 한다. 짙청과 연청 두 벌을 샀다.

나도 청바지 두 벌에다 가을티셔츠를 3벌 샀다. 

 

10월 제주도 여행 2박 3일 계획이다. 

한 달 전부터 항공/숙박호텔/렌트카 예약을 했고, 가보고 싶은 곳과 먹거리 등 동선을 짰다. 

결혼하고 신혼 여행 이후 처음 가는 제주도 여행.

역시 여행은 준비하는 기쁨이랬는데, 정말 그렇다!

10월은 가을이 짙어가는 날들.... 얼마나 멋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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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빗살무늬햇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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