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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11. 5.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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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점점 복잡해지고, 사람들의 성향만큼이나 개성도 욕구도 다양한 요즘이다.

덩달아 예전에는 깊이 다뤄지지 않았던 개인의 마음의 문제와 소통의 부재는 또다른

상처, 스트레스, 트라우마 등 남긴다. 어슬프게 치료되어졌지만 완전히 치유된 것은 아니다.

시간이 흘러서, 누군가와 말을 나누는 은연 중에 상처는 다시 되살아나고,

트라우마로 딱딱하게 굳어 잊혀지고 생각나기를 반복한다.

매번 일상을 제대로 살아내는데 발목을 잡는다.

그래서 마음 깊숙한 곳에 자리하고 있는 문제들은 다뤄지고 치유되어져야 삶의 회복이 가능하다.

예전에는 터부시했고 편견을 가졌던 심리치료가 꼭 필요한 이유다.

 

정여울 작가의 책을 다시 들여다본다.

어렸을 때 부터 묵직하게 돌이 얹혀진 듯 마음의 상처들은 트라우마가 되어 커서도 괴롭혔는데,

그 어려움을 매번 어떻게 견디고 치유해왔는지 그 여정이 고스란히 담긴 책, 「상처조차 아름다운 당신에게」이다.

집 안의 장녀로서 모든 걸 잘 감당해왔지만 더 잘해야 된다는 부담과 책임감.....

어디에, 누구에게라도 쉽게 말할 수 없는 숨막히는 갑갑함 그 자체로 삶은 고되고 힘들었음을.

그럼에도 다행스런 일인지 비빌 언덕이 있었다. 문학과 글쓰기, 심리학, 여행.....

마음이 힘들어 잠시라도 피할 은신처가 있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스런 일인지 잘 안다.

그 곳에서 잠시 시간을 보내고 나면 다시 나가서 엇나갔던 관계(사람, 상황, 상처 등)를 마주할 용기가 나니깐.

 

「상처조차 아름다운 당신에게」책을 읽으니, 평범했던 내 지난 날들이 새삼스레 기억난다.

딱히 자라면서 내면의 상처를 받았던 기억들이 없었던 것 같은데 스친 생각 하나,

7년 전의 일이 아직 내 마음 속 응어리로 남아있었다.

당시에는 가족간의 일이라 스트레스를 받으며 이사까지 온 상황이라 눈에서 멀어지면 괜찮겠지...

눈 앞의 스트레스라 낫아졌지만, 시간이 흘러도 선명하게 남은 장면은 내 상처가 되었다.

어설픈 화해? 다뤄지지 않은 문제가 여전히 남아있음은 지금은 무탈하지만,

(관계라는 것이 언제나 좋을 수 없기에) 조금이라도 틈새가 벌어지기 시작하면

섭섭함이 올라와서 언제라도 터질 수 있는 문제가 된다.

적당히 거리두며 시소타기를 하고 있다.

다시 서먹한 관계가 되어질까봐 서로의 상처에 대해 말 꺼내기가 두려운거다.

약속도 하지않았는데, 그냥 암묵 속에 꽁꽁 봉인된 채....

 

나에게도 이런 상처가 있었구나!

어쩌면 아주 사소한 상처들이 터지지 않았을 뿐이지 웅크리고 있지 않을까?

아무것도, 아무 일도 아닌채 그렇게 또 잘 지내는 척 한다.

이런 나를 매번 교정해주고 내 마음도 잘 바라보기 위해 말씀 묵상을 했던 고맙고 소중한 시간들.

지금도 그렇지만 내겐 '비빌 언덕'이었다.

그리고 지금 어설프지만 '일만 시간의 법칙'의 씨앗을 뿌리는 중이다.

묵상과 읽고 쓰기는 내 삶의 평행추이다. 즐기면서 할 수 있는.

노오력은 저어기 하지 않는다?^^

 

 

「상처조차 아름다운 당신에게」 책을 통해 내 어설픈 마음과 대화하며 심리치료를 받는 느낌이 들었다.

포스트잇으로 각 단락 끝의 물음마다 내 마음을 체크해본다.

억지로 꺼집어내려도 무탈하게 지낸 내 일상과 흐른 시간만큼의 삶의 궤적이라 특별히 상처라 할게 없지만,

내 마음을 솔직하게 들여다보며, 내 마음에게 친절하게 다가갈 수 있는 책이란 생각이 든다.

어설프게 알았던 심리학 용어도 쉽게 설명이 되어있고, 특히 책과 영화를 통해 본 주인공들의 심리사례는

그 자체로 몰입하기에 충분했다.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책 <데미안>을 다시 읽어보면 이해가 될 것 같고,

그리스 로마 신화 속 인간 프시케와 신 에로스의 흥미로운 사랑 이야기를 통해

에고와 셀프, 성숙과 미성숙의 의미를 풍부하게 알게된다. 의식과 무의식 그리고 개성화, 내면아이와 투사,

상상계/상징계/실제계 등 모든 의미는 연결되어 있다. 심리학이 이렇게 흥미롭구나!

 

가장 힘든 순간에 내 자아와 만나는 것은 너무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된다.

진짜 내 그림자를 마주하기까지 용기가 필요하다는 것!

바뀐 환경에서 오는 불안은 내 밝음의 에너지까지 갉아먹는다.

상처와 트라우마는 아니지만, 자칫 그냥 넘어가기에는 오랫동안 생채기를 남길 스트레스이다.

불안이란 스트레스를 길들이기까지 시간이 흘러야했고, 주어진 일들에 익숙해져야했다.

남들보다 시간을 더 내어 알아가는 힘든 과정을 건너가면 비로소 내 것이 되었다.

이후, 나는 스웨디시 아이비를 삽목했다.

잎이 자라고 커지는 과정을 계속 지켜보면서 살아내는 것의 소중함과 따뜻함의 위로를 받는다.

어느 누구보다 나답다^^

"내 안의 아나무스가 깨어나는 순간,

나는 그동안의 수동성을 극복하고 내 안의 가장 적극적인 에너지를 끌어내어

상황을 멋지게 해결해낼 수 있는 용기를 이끌어낸다.

내 안의 아니마가 깨어나는 순간, 나는 오직 목표를 향해 달리느라

망각해버린 생의 따스한 온기와 타인을 향한 공감의 소중함을 깨닫는다. (206쪽)'

 

생각해보니 예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고......

흔들릴 때 마다 나를 잘 다독여왔다.

내면아이, 다 큰 아이 향해 수시로 내 마음문 활짝 열고 말을 걸어야겠다.

감정에 요동치지도 휘말리지도 않고, 잠잠히 들어야겠다.

「상처조차 아름다운 당신에게」이런 책 한 권 옆에 있다면 좋겠다.

지금 내 마음 상태는 맑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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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빗살무늬햇님
2021. 10. 24. 2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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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올해 중3 졸업반이다. 내년에 고등학교에 간다. 

오히려 초등학교에서 중학교 갈 때 늦은 공부로 인해 아이가 뒤쳐지면 어쩌나 하고 걱정했는데...

지금 중학교에서 고등학교 진학한다고 하니 별로 걱정이 되지 않는다.

아이가 지금 잘 해나가고 있음이 눈에 보이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때부터 지금까지 아이에게 공부하라는 소리는 거의 안 해봤다.

그냥 때가 되니 아이가 오히려 자신에게 필요한, 다시 말해 부족한 과목의 공부를 해야겠다고

수학과 영어 학원이나 공부방을 보내달라고 했다.

참 손이 덜 가는 아이였고, 아이 공부로 인한 스트레스를 덜 받는 좀 편한 엄마라고 생각한다.

지금도 마찬가지이고. 아이는 자기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하나씩 챙기고 있다. 

 

요즘 고등학교 진학에 관련해 학교에서 보낸 가정통신문을 본다. 그런데.....

그 내용과 용어들이 많이 생소하고, 30년 전 우리 때랑 비교하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될 정도로 꼼꼼해졌다. 

왜 서울의 교육1번지라 불리는 강남에서 '돼지 엄마'가 부상하는지 이해된다.

▶'돼지 엄마'는 교육열이 매우 높고 사교육에 대한 정보에 정통하여 다른 엄마들을 이끄는 엄마를 이르는 말로

주로 학원가에서 어미 돼지가 새끼를 데리고 다니듯이 다른 엄마들을 몰고 다닌다고 하여 이렇게 부른다.

아무리 아이가 알아서 척척 한다고 해도 엄마가 무지해도 안 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무관심한 척 하되, 무지하지는 말아야겠다. 아이가 혹시 도움이 필요할 때,

학문적으로는 도움 못 되더라도 입시 정보에 있어서는 함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면

아이는 자신의 방향을 조금은 수월하게 가늠해보고 [슬기로운 고등생활]을 보내지 않을까!

 

 

책 「슬기로운 고등생활」이다. 올해 중학교 졸업 후 고등학교 진학하는 아이와 엄마에게 너무 필요한 책.

때맞춰 잘 나온 것 같다. 세월이 너무 흘러서 지금의 고등생활은 많이 다를텐데.....

최소한 엄마에게는 얼핏 들어봤는데 생소한 용어를 숙지하는게 제일 먼저 필요한 것 같다.  

책을 펼치고 읽는데...... 의외로 잘 읽혀졌다. 빠져들어간다.

그만큼 아이 미래의 첫 관문이라 할 수 있는 것에 자동반사적으로 관심이 가기에. 

현직 고등학교 선생님의 생생한 체험담이자 아이들과 부모를 만나 상담했던 많은 사례들을 모아

책으로 엮어낸 것으로 입시 설명회보다 훨씬 신뢰감이 쌓이는 듯 좋았다. 

 

중1 자유학기제와 이래저래 공부의 기초가 다져지지 않았고, 중2 코로나19로 비대면 원격수업으로 

내실있는 대면수업과 제대로 된 학력 테스트를 받지 못했고, 중3 여전히 코로나19 중이지만 대면수업의

활성화와 시험으로 아이는 제대로 부족한 과목을 알게 되고, 홀로 자기주도학습을 하는 발판을 마련했다.

도서관 도우미로 읽지 않았던 담 쌓았던 책과도 친밀해졌다. 

무엇보다 아이는 지금 우리랑 진로와 입시에 관해 많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이럴 때 엄마의 정보력이 빛을 발하는 시간들인데, 이 책「슬기로운 고등생활」으로 미리 군불을 지펴놓아야겠다.

아, 이 책 「슬기로운 고등생활」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놓쳤을 많은 부분들,

아이 혼자 내신 준비와 학교 생활, 수능 대비 등 홀로 고군분투했을 듯 싶다.

 

 

결국은 기본에 충실하는게 가장 중요함을 강조한다.

정시와 수시, 학생부종합전형(학종), 교과전형, 창의적체험활동(자율/동아리/봉사/진로활동) 등

진로를 미리 정했다 하더라도 학교생활과 내신은 균형있게 준비해나가야 한다. 

 

지금 아이들은 공부 뿐 아니라 오로지 대학 입시를 위해 챙겨야 될 부분들이 너무 많았다.

입시의 과열 경쟁에서 불필요한 부분과 아이들의 부담을 안겨주는 공부 외의 정량적으로 평가되는 부분이

점점 줄어들거나 반영되지않는 추세이긴 하나 여전히 어렵다.

사회 변화에 걸맞는 변형된 교육과 수업의 혁신이 필요하고, 교육 정책에 있어서 많은 시도를 해보는데

그 시도가 일관성이 있고 괜찮은 제도로 정착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첫걸음은 현장의 목소리를 먼저 듣는데서부터 시작된다는데...... 

많은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용어를 알고 읽으니 훨씬 수월하게 이해되었다. 

결국 '학교생활이 대학입시 결과를 좌우하는 열쇠'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아이가 고등학교 들어가기 전에 필요하고 유용한 책을 읽어서 고맙고 좋았다. 

아이에게 가르쳐주는게 아니라, 함께 얘기하며 공유함으로 소통할 수 있는 통로가 될 것 같다. 

알고 얘기 나누는 것과 모르는 상태에서 대화가 단절되는 부분의 간극을 좁힐 수 있을 듯 싶다. 

 

사춘기와 입시/공부스트레스로 가장 민감한 시기이다.

이 시기를 조금은 덜 힘들게 보낼 수 있는 것도 결국 「슬기로운 고등생활」 이 아닐까!

아는 만큼 준비를 하고, 그에 맞게 계획을 짜면서 관리를 하게 된다.

고등학교 3년간 무엇을 어떻게 준비를 할지 현실적인 정보들이 가득한 책,

「슬기로운 고등생활」 적극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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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빗살무늬햇님
2021. 10. 21.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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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껏 겪어보지 못했던 시월의 추위는 낯설다.

완연한 가을을 즐길 어쩌면 1년 중 가장 좋은 나날들이 시월인데,

2년 가까이 이어진 코로나19의 먹구름이 걷혀지지도 않았는데,

몸과 마음이 지쳐 힘들고 삶은 녹록치않다.

무엇을 시작해보려고 해도 쉽지 않다.

사람과 사람 사이 소통은 점점 희박해져간다.

마음을 나눌 온기가 있는 곳(사람, 사물, 자연...)이 있다면 좋을텐데.....

그러면 지친 마음 조금 쉬어갈 수 있을텐데......

사람들 마음의 문은 지금 꼭꼭! 닫혔다.

자꾸 가까운 사람들을 향해 뾰족가시를 세운다.

그 어느 누구의 탓도 아닌데....

 

요즘 어느 곳에서나 볼 수 있는 편의점.

없는 것 빼곤 다 갖춘 편리함의 상징이자 1인 가구의 취향이 집약된 곳이다.

가장 문턱이 낮은 곳이다. 

어떤 친밀함도 없이 사고 파는 단순함만 있을 뿐이다.

가장 무심한 곳이어서 편한 곳이 된다.

이런 편의점이 진열한 물건 종류도 적고, 이벤트도 없는 편이고,

동네 구멍가게처럼 흥정이 되는 것도 아닌 아주 불편한 편의점이라면 어떨까?

그「불편한 편의점」이라도 어쩔 수 없으니까 갈 수 밖에......

'어쩔 수 없음'에 가게 된「불편한 편의점」은 그러나, 특별함이 있었다.

 

 

보통의 평범한 우리네 삶들이 고스란히 녹아있는 「불편한 편의점」을 읽었다.

서울역 노숙자 독고, 잃어버린 파우치, 편의점 주인 염여사, 편의점 알바 직원 시현과 오선숙...

그리고 편의점에 오며가며 하는 우리네 이웃들, 그들의 다양한 삶과 아프면서 안타까운 사연들.

always 편의점에 가면 서울역 노숙자에서 편의점 알바생이 된 독고가 있다. 

자기가 누군지도, 어디에 사는지도 모르는 독고는 이상하지만 묘하게 끌림이 있다. 

마법과 같은 옥수수수염차, 산해진미 도시락, 삼각김밥, 참참참(참깨라면+참치김밥+참이슬),

원플러스원, 진상, 네 캔에 만원, 폐기상품....

많은 이야기들 속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밤 10시~다음날 오전 8시 근무하는 독고와 만난다.

생각해보면 독고만큼 기막힌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을까 싶은데.....

오히려 사람들은 독고에게 점점 마음의 문을 연다.

참 이상하고 「불편한 편의점」이 독고가 있음으로 변화의 바람이 불었다. 

그 바람은 가슴 따뜻한 훈풍이다.

 

무엇보다 이 곳의 따뜻한 온기가 좋았다.

옆구리를 간질이는 온풍기의 열기도,

앞에 마주 앉아 바람을 막아주는 큰 덩치의 사내도,

직원들 생계를 위해 돈 안 되는 가게를 접지 않는다는 사장이 있는 편의점도. (222쪽)

 

독고와 이웃을 이어주는 온풍기와 옥수수수염차.... 

삶의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아주 특별한 물건이거나 음식일 줄 알았는데,

우리가 흔히 사용하고, 마시는 사소한 거였다. 

누구에게는 흔한 그냥 물건이 어느 누구에게는 소중하고 특별한 것이 된다. 

어느 사람에겐 「불편한 편의점」이겠지만, 

이런 불편한 편의점인 것 알고도 자꾸 자석처럼 끌림이 있다면,

그 곳에 독고가 있을 것이다. 

「불편한 편의점」 always에 의미를 부여하자면

항상 그 곳에 없을 것 같지만 있는 편의점,

유/무형의 실타래처럼 얽힌 감정들이 풀어진다.

 

우리는 어쩌면 감정에 서툴고 어설퍼서 어떻게 다가가는지를 모를 수 있다. 

소통하는 것에 익숙치않아 상황 그 자체만으로 판단하고 화를 낸다. 

조금만 시간을 들여 서로 이해하고 다가가는 법을 알았다면,

서로에게 상처를 주지않고 있는 모습 그대로 보며 기다려줄텐데.......

어쩌면 「불편한 편의점」에 나오는 모든 사람들은 저마다의 상처와 편견,

말 못할 사정으로 인해 자기의 속내를 꽁꽁 싸서 숨겼을거라 생각하니 아려온다. 

특별하지도 다르지도 않은 삶이라 더 와닿은 책 「불편한 편의점」이다. 

 

결국 삶은 관계였고 관계는 소통이다. 

행복은 멀리 있지 않고 내 옆의 사람들과 마음을 나누는데 있음을 이제 깨달았다. 

삶이란 어떻게든 의미를 지내고 계속 된다는 것을 기억하며,

겨우 살아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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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빗살무늬햇님
2021. 10. 17. 2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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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움과 부유함이 연상되는 정원,

때가 되면 늘 가꿔줘야하며 사람들을 불러 모으는 곳, 정원.

TV에서 보듯 과시와 장식용의 개념이 강하게 느껴지는 곳, 정원.

'정원'은 집안의 뜰이나 꽃밭을 의미하는데.....

아무래도 지금까지 보고 익히 들어왔던 선입견으로 인해 정원의 개념과는 멀게 느껴진다. 

그와 반대로 '텃밭'이란 개념은 너무 친근하고 소박한 이미지로 다가온다.

 

 

살아가는 삶과의 거리감이 '정원'과 '텃밭'의 사이를 띄운다.

'텃밭'은 집의 울타리 안에 있거나 집 가까이 있는 밭이다. 

따지고 보면 텃밭 안에 정원이 자리잡은거다.

텃밭에 종자를 심어 신선한 채소와 야채를 키우고, 씨앗을 틔워 꽃도 키운다.

수렵 채집 시대에는 먹거리를 일일이 찾아다니는데 한계(이상기후, 동˙식물의 부족 등)가 있을테니

정착 생활을 하면서 씨앗을 뿌려 텃밭을 일꿔 생산량을 늘렸을거다. 

먹는데 부족함이 없는 시대와  사람들은 정원을 가꿨을거다.

시대의 필요에 따라 텃밭과 정원은 얼굴을 달리해서 사람들에게 효용과 만족감을 주었다. 

 

 

요즘 정원과 텃밭 가꾸기는 하나의 현상이 된 듯 하다.

'정원과 텃밭' 가꾸기는 사람을 살린다. 

아스팔트가 아닌 흙을 밟고, 땅을 어루만지는 사람은 살아낸다. 

TV의 교양과 시사 프로그램을 통해 달라진 사람들을 본다. 

그리고, 흙을 만지고 식물을 키워봤던 사람들은 안다.

내 손으로 어루만졌던 식물이 조금씩 날마다 자란다는 것을.

그것을 보면서 마음의 불안과 자존심에 흠집 난 사람들도 회복된다는 것을.

 

식물이 자연에서 번성하는 길과 인간이 번성하는 길이 서로 연결되어 있다.

우리가 바깥 자연을 돌보면, 우리 안의 자연, 우리의 본성도 돌보게 된다.

자연에서 시간을 보내면, 연결을 원하는 인간의 본성이 깨어난다. (49쪽)

 

앞으로 살 날이 얼마남지 않았다고 선고를 받은 사람들도 산으로, 촌으로 향한다.

도시에서는 더이상 내 자리도, 살아갈 희망도 없다며 태어난 고향으로 간다.

사람과의 관계가 힘들어서 자연으로 깊숙이 들어간다.

 아프고 지치고 힘들었던 내 마음이 살기 위해서이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누구에게나 고질적인 병이 있다. 

정신적인 스트레스(stress) 즉 마음의 병이다. 그 스트레스를 피해가는 사람은 없다. 

결국 마음을 어떻게 잘 관리하느냐가 관건이다. 

식물을 키우고 가꾸면서 마음을 탐구하고 연계하는 심리 치료가 유용하다. 

정원이 주는 안전감과 자연의 풍요로움, 텃밭을 내 손으로 직접 가꾸면서 느끼는 생명의 경이로움....

인간의 정신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은 과거부터 유의미한 사례들이 되었다. 

 

식물은 사람 같아요. 우리 도움이 필요해요. 도움이 없으면 죽어요.

꽃을 키우는 것은 우리가 언제나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주고 있다는 의미라고 했다. 

식물을 돌보면 우리에게 보답을 해줘요. (176쪽)

 

정원(텃밭) 가꾸기 프로그램을 통해 전쟁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사람들과의 관계를 회복하고,

고된 산업 노동 속에서도 자부심을 느끼게 해주고, 장소와 유대를 맺고,

집단과 애착을 형성하는 소속감을 키워준다. 기쁨을 공유하는 협력의 문화를 만들고.

범죄를 예방하고, 시시때때로 찾아오는 불안과 공황 장애를 이겨내었다는 연구 사례들이 많다. 

결국, 인간은 자연으로 돌아가야 된다는 것을 뒷받침하고 있다. 

정원(텃밭)과 식물이 어떻게 인간의 마음을 변화시켰는지

신경과학적, 진화론적, 심리학적, 정신분석학적으로 접근해

식물이 인간에게 주는 위안 그 이상의 의미를 흥미롭게 풀어놓은 책,

「정원의 쓸모」를 만났다. 너무 좋아서 괜시리 할 말이 많았다^^

 

작은 화분 하나만으로도,

손바닥만 한 공간일지라도

식물이 인간에게 보여주는 힘은 같다. 

그 곳에선 우리 삶이 정말 바뀔 수도 있다. 

원예는 본질적으로 변화를 일으키는 행위다. 

 

분갈이 하고, 흙을 채워주고, 잡초를 뽑아주고, 솎아주고 잘라내고, 물을 주고....

내 손으로 일궈 자란 식물을 볼 때 마다 벅차오른다. 

궁금해서 매일 보게 된다.

오늘은 얼만큼 자랐나? 시들지 않았나? 아프지 않나?

내 마음 돌보듯이 식물을 돌본다. 

그래서 식물이 주는 효용과 회복에 관한 부분들을 더 잘 이해한다.

호흡하고 생명있는 것을 키워봤기에.

 

지금은 내 삶 속 테두리 속에서 아주 작게 소박하게 식물을 키우면서 위로 받지만,

몇 년의 시간이 더 흐르면 내가 키우고 있는 정원(텃밭)의 경계가 늘어날 것이다. 

그 때는 내 지혜가 한 뼘 더 성장할거라 기대한다. 

무언가를 집중해서 시간을 들여 보살피는 일은 살리는 일이기에.

 

파라다이스 정원은 제 역할을 해서,

우리더러 무화과나무들 아래서 몇 시간을 자고 가라고 유혹합니다.

남부의 어지러운 아름다움.....

나무에서 갓 따서 태양의 열기를 입 안에 향기롭게 전해주는

잘 익은 복숭아보다 호사스러운 것이 있을까?

무화과나무 아래 누워서 비몽사몽한 상태로

아련한 생각들에 잠기는 시간보다 휴식을 주는 것이 있을까?

더운 여름날 이런 곳에서 백일몽에 빠져들기란 얼마나 쉬울까? (248쪽)

 

평소에 내가 좋아하고, 관심있는 책을 만나는 일은 멋지다.

이런 책들을 보는 그 자체로 풍성한 위안을 얻는다. 

정원(텃밭) 가꾸기의 소망? 꿈?에 한발짝 더 가까이 닿은 느낌이다. 

생명이 생명을 살리는 읽을거리도 풍성한 아름다운 정원 이야기이다.

일상의 소중함으로 평안함에 이르는 책, [토와의 정원]도 같이 읽으면 좋을 것 같다.

 

 

 

▶ 반짝반짝 :: 평안에 이르다; 토와의 정원 (tistory.com)

 

평안에 이르다; 토와의 정원

봄여름가을겨울을 오롯이 맞이할 수 있음에 감사하다. 해마다 계절은 돌고 돌지만, 느낌은 모두 다르다. 그럼에도 매번 똑같은 봄여름가을겨울이라고 생각한다. 공기의 흐름과 대기의 지각변화

lsy6025.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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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빗살무늬햇님
2021. 10. 7. 2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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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쑥불쑥 올라오는 다양한 감정들로 인해 힘들 때가 자주 있다.

은연중에 나에게, 타인에게 상처를 준다.

그 얽힌 실타래와 같은 감정들을 제대로 알아야 풀 수 있는데,

우리는 감정을 다루는데 있어서 많이 어설프다.

그렇다고 감정을 방치할 수 없으니 내 마음속을 잘 들여다보는게 중요할 것 같다. 

살아가는데 너무 중요한 각양각색의 감정과 솔직하게 마주한다는 것, 어렵지만 필요한 일이다. 

이런 감정들에 대해 재밌게 흥미롭게 풀어놓은 책을 만났다.

책이 어쩜 이렇게도 맛깔날까?

상처를 치유하는「감정식당」으로 오세요! 당신을 초대합니다.

그 초대에 나도 모르게 자석처럼 쭈뼛쭈뼛 따라갔다. 

 

다양한 모든 감정들을 요리 레시피대로 요리하고, 최적의 황금레시피 처방전을 내준다.

감정에 따라 먹고 싶은 음식이 다르듯, 맛있는 음식을 먹고 마법처럼 기분이 한결 나아진 것 처럼

「감정식당」에 가면 솔직한 마음과 마주하게 된다. 

 

"우리에겐 살면서 감정을 어떻게 요리해야 한다고 가르쳐주는 학교도 없고 사람도 없습니다.

그런데 감정요리법을 아는 건 우리 인생에서 꼭 필요합니다.

이런 필요에 의해 탄생한 것이 바로 감정식당입니다.

감정식당은 감정을 잘 요리하는 방법을 가르쳐주기 위해 만든 식당입니다. 

감정이라는 식재료를 잘 버무려서 요리하면 멋있는 삶이란 음식이 나옵니다."

 

감정식당에서 요리할 감정으로 '살면서 제일 많이 상처받는 열 가지'

--- 불안, 두려움, 조바심, 분노, 우울, 미움, 시기심, 열등감, 죄책감, 후회

감정요리법의 레시피가 독특했다. 

감정에 딱딱 맞는 음식과 리듬 터지고.......♬♪♬

 

타이밍을 맞춰야 타지 않는 계란말이(불안) / 이게 사실이라면, 라면이란 두려움

노릇노릇 파전(조바심) / 속이 빨갛게 타오른다 떡볶이(분노) / 우울할 땐 치맥(우울)

미운 놈 떡 하나, 떡 같은 인간관계(미움) / 코끝을 톡 쏘는 홍탁, 속을 톡 쏘는 시기심

박박 긁어 닭발, 내 속을 긁어 열등감 / 속이 까맣게 타들어 가 짜장면(죄책감)

그러려고 한 게 아니었는데, 아 소주 한 잔(후회)

 

감정의 가계도는 어쩜 표현이 기발하고 탁월한지 이해가 너무 잘 되었다. 

욕구는 할머니, 감정은 딸, 행동은 손녀로 표현된다. 

욕구는 아주 자연스런 현상이다. 욕구에 따라 감정이 따라오고, 행동하게 된다. 

우리네 삶의 반복되는 과정이면서 이 집안의 비밀을 알게 된다.

욕구인 할머니는 아----무 잘못이 없다. 

딸인 감정만 자~알 요리하면 좋은 손녀가 나온다. 

이 집안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이 딸=감정 임을 알 수 있다. 

감정식당의 중요한 지점을 알고나서 10가지 감정요리법을 읽었다.

쏙쏙 이해되고, 너무 좋았다.

감정은 맞서는게 아니라 살살 달래고 토닥토닥 둥글게 둥글게 만들어줘야 하는거였다. 

 

 

불안과 두려움 때문에 3월에 여기 감정식당에 들러야했었는데....... 

다행히 시간이 흘러서 타이밍이 잘 맞아떨어졌고, 준비와 대처를 미리 잘 했다.

조바심이 났지만 그 때의 불안과 두려움을 발판 삼아 지금은 성취의 기쁨을 맛보고 있다. 

나머지 다른 7가지 감정들의 소용돌이는 아직 접해보지 못했다.

감정에 솔직해지니까 내가 보였다.

 

지금의 감정(상황) 들여다보기 - 어떻게 그 감정 요리할까?(요리레시피) -

실제로 감정 마주하기 - 맞춤 요리법(진단) - 황금레시피(해법) - 내 마음 속 감정 체크해보기

----- 결론: 황금레시피대로 할 것을 권함.

 

재료는 잘못이 없습니다.

맛 없게 요리하는 주방장이 있을 뿐입니다. 

나쁜 감정은 없습니다.

감정을 나쁘게 요리하는 사람만 있을 뿐입니다. 

 

명언이다. 내 감정, 긍정적으로 지혜롭게 잘 요리해서 맛깔나게 살아보고 싶네^^

10가지 자주 내 마음을 들락날락하는 감정들을 아주 체계적으로 다루면서,

사후 관리까지 꼼꼼하게 챙겨주는「감정식당」은 대박나서 문전성시를 이뤄야한다.

 

속 깊고 알토란 같은 책을 만났다. 찐책이라 부르고 싶다. 

다양한 내 감정에 당황하지않고 마주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감정에 휘둘리지도, 끌려다니지도 않고 감정의 주인으로서 살아낼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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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빗살무늬햇님
2021. 10. 6. 2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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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적 고모 집에 놀러갔다.

고모 집 근처에는 수로가 있는데 동네 아줌마들이 빨간 고무 대야에 빨래를 담아와

말표 빨랫비누로 빨래를 했다. 그 곳은 함박웃음 꽃피는 소통의 장소였다.

아이들은 수로에서 수영을 하며 놀았다. 나는 수영을 못한다.

고모가 한창 빨래를 하고 있을 때, 발을 헛디뎌서 물에 빠졌다.

수영을 못하니 허우적거리며 물이 입으로 마구 들어가던 순간,

갑작스레 일어난 일이었지만 너무 놀랐던터라 지금도 기억한다.

고모가 빨래감 담았던 빨간 고무 대야를 물에 띄우며 나를 건져냈다.

그 아찔하고 무서웠던 기억이 물에 대한 트라우마로 남아있나보다.

나는 지금도 물이 무섭다. 

자유로이 물에서 노는 아이들은 수로에서 풍덩~풍덩~! 했겠지만.......

 

물에 들어가서 노는 것은 별로 내키지않지만,

하늘과 바다빛이 나란히 펼쳐진 물의 윤슬은 황홀하게 바라본다. 

아울러 물에서 편안함을 느끼는 사람들의 자유로움도 부러울 때 있다.

그들은 물 속에서, 나는 물 밖에서~~

편안함을 느끼는 지점이 사람마다 다를 뿐이다. 

 

소라향기 님이 픽한 책, 완전한 휴식 속으로 「풍덩!」이다. 

바다와 수영장 그리고 수영하는 사람들이 100여점의 화폭 속에 담겨있다.

물을 사랑하는 화가들의 시선이 따뜻하다. 

완전한 휴식이 어떤 의미인지 잘 와닿는 책이었다. 

화가들의 그림을 보는 것만으로도 뭐라 표현할 수 없는 아늑한 편안함이 느껴졌다.

물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고, 물 밖에 있는 나도. 

그리고 자연스레.......

물 밖의 내게 '완전한 휴식(쉼)'이 무엇이었을까? 생각해본다. 

 

 

힘들었던 지난 시간들이 눈 앞에서 오브랩된다.

처음 하는 일,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았던 일, 혼자 끙끙 앓던 시간들,

불안과 두려움에 오롯이 하루를 보내지 못했던 날들,

잠 들지 못했던 밤과 아침이 밝아오는 것에 마음이 힘들었던 날,

몇 번이나 가위 눌리고, 수척해진 날들..... 불과 7개월 전이다. 

일에 익숙해지는 날이 올까? 한숨 돌리는 날이 오긴 올까? 쉼이란게 내게도 주어질까?

그래도, 시간은 흘렀다.

고마운 시간의 흐름이 익숙해지게 하고, 숨 돌리게 하고, 쉼을 주었다. 

좋아하는 것을 잠시 접어둔 날들, 5킬로 넘게 빠졌던 살이 제자리로 돌아오고.......

이젠 가을이란 계절도 제대로 느낀다.

시간의 선물과 '쉼'이란 보너스 선물까지 두둑하게 받은 지금 이 순간이 흐르고 있다.

완전한 휴식 속으로 ♬♪풍덩~~!

 

쉬지 못했던 날들.....

무엇보다 제대로 쉼의 의미를 몰랐던 것.

 

"휴식이란 스스로에게 쉼을 허락하는 일이라는 것.

그러니까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는 것이 휴식이 아니라,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면서

죄의식을 갖지 않는 것이 휴식이다. 식을 허락하지 않는 한,

주말 내내 아무것도 하지 않고 뒹군다고 해서, 제주도에 가서 한 달간 산다고 해서

제대로 쉬었다고 보기 어렵다.

어디에 있건, 얼만의 시간이든, 어떤 방식으로든 마음 놓고 쉬는 것.

나 자신에게 온전히 휴식을 허할 때, 진정한 쉼에 다다를 수 있다."

 

나에게 주는 쉼에 눈치를 보고, 조바심을 내었다.

제대로 휴식을 취한 사람이 일의 성취도가 높았다는 통계를 봐도

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면서도 유달스레 나에게만 인색했다.

이젠 나도 물 밖의 세계에서 제대로 쉬는 연습을 해야겠다. 

열심히 최선을 다해 살아냈다. 

그 흔적들이 그림자처럼 길게 드리워져 따라온다. 

정말로.... 완전한 휴식 속으로 [풍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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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빗살무늬햇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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