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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23.08.26 사소한 바람 한 점에 위로받는...
  2. 2023.08.25 웃프면서도 뭉클한, 「그 책은」
  3. 2023.08.24 「지구 끝의 온실」 2
  4. 2023.08.18 「지독한 끌림」우포(늪)에 ♥빠지다
  5. 2023.08.15 양산 내원사 찍고 통도사 산책
  6. 2023.08.14 「비가 오면 열리는 상점」당신의 불행을 파시겠습니까?
2023. 8. 26. 2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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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에는 매미 소리, 밤에는 귀뚜라미 소리 울린다.

여름이 지나 더위도 가시고 선선한 가을을 맞이하게 된다는 '처서'도 지났는데

한낮의 더위는 여전했다. 엊그제 천둥 번개와 함께 비가 솟구치더니

아침 저녁으로 바람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기온은 낮아졌는데 습도가 높아 아직 에어컨 히터 뱅글뱅글 돌아가는 소리.

큰 방에 잠깐 들어갔더니, 기분좋은 바람이 들어온다.

바로 에어컨을 껐다.

어느덧 선선해진 자연바람과 귀뚜라미 소리에

가을이 들어와있구나!

반갑다. 친구야~♥

 

한산했던 학교와 아이들 여름방학도 끝나간다.

더 아쉬워 할 8월의 끝자락이다. 

시간을 내어 여름 휴가를 인천 시가에서 보냈다.

시부모님 얼굴 뵙고 대청소를 하고.

친정 부모님과 짧은 시간 함께 했다. 

우리끼리의 여행은 따로 가지 않아도 괜찮다.

우린 언제나 같이 시간을 보낼 수 있지만 부모님들은 그렇지 않으니까. 

 

울산에 근무하고 계신 큰아주버님과 오랫만에 만났는데, 맛있는 점심을 사주셨다. 

간절곶 바다뷰 보이는 소나무 숲에 자리잡아 커피도 마셨다.

솔숲 사이로 불어오는 바람이 꼭 가을 바람인 듯 좋았다. 

솔숲, 가을바람, 커피, 바다, 반가운 사람, 함께... 평안했다. 

사소하면서 일상적인 행복인데, 자꾸 다른 곳만 바라봤나보다.

 

기록하지 않은 날이 많았던 8월이다. 

쓰는 대신 읽었다. 

나름... 그럼에도 좋았다.

한 달에 10권 이상 읽었던 날들도 있었는데, 새삼스럽다. 

언제부턴가 달에 5권 이상 읽은 날이 드물 정도로.

학교 도서실에 책이 많이 들어왔다.

일부러 타관대출하지 않았다.

읽을 책들이 눈에 보이니, 다시 행복해졌다.

시나브로 들어온 가을에 책 읽기로 꽃 피워봐야겠다.

 

어느새 가을 문턱에서, 지금 들어오는 이 바람

내가 좋아하는 바람이다. 

사소한 바람 한 점에 괜시리 위로받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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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빗살무늬햇님
2023. 8. 25.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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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것을 보더라도 다르게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 

매사 호기심이 많고, 꽤 독특한 자기만의 세상을 그리거나 짓거나 이야기하는 사람들.

작가들에게 필요한 자질이 아닐까 싶다. 특히, 그림책 작가라면 탁월한 듯?!

호기심이 없거나 만들거나 짓는 재주가 없는 사람은 그저 부러울 뿐이다. 

책에도 유머가 필요하다. 맘대로 어떤 것이든 상상케하는, 위로받기 원하는 어른을 위한^^

요시타케 신스케의 책들이 아닐까?

그림책을 많이 출간했는데, 읽어보면 고개 갸우뚱?~~~

아이들은 금방 이해하는데 어른의 입장에서 한 템포 느리게 이해된다. 부가 설명을 들은 후에야 아...

막상 이해하고 나면 웃프면서도 뭔가 뭉클한 감정이 든다.

 

 

일본 작가이지만 아주 익숙한 듯 한번 들으면 잘 잊어버리지 않는 요시타케 신스케와

또다른 저자 마타요시 나오키가 함께 지은 책, 「그 책은」이다.

이 책을 머뭇거리지않고 선택함에 있어서 요시타케 신스케라는 작가 이름값도 한 몫 했다. 

학교에 한 해 두 번 책이 들어오는데, 요시타케 신스케의 책들은 따로 책장에 꽂아뒀다.  

아이들에게도 인기가 제법 있는 책이라서.

읽으면서 소심하게 혼자 ㅋㅋㅋ 킥킥킥~ 자연스레 웃음코드를 유발하는 작가다. 

 

 

이름값하는 작가 외 '책'을 말하는 소재라서 흥미로울 것 같고, 어떤 웃음 코드일지 궁금하기도 했다. 

우선 책 표지부터 심상찮다. 요즘 책은 끈이 없는데, 친절하게 붉은 끈까지 만들어주었다. 

하드커버의 양장본인 듯.  표지가 그럴듯하게 고급진데, 속지는 옛날 빗바랜 누런 종이다.

심지어 누런 속지가 두껍기까지 하다. 꽤 의도적인 듯 하다. 눈길을 끄는데 성공했다^^

결코 가볍지 않은 얘기란 의미인데 뭐지? 작가의 성향이 아닌데.

왠걸~~ ㅋㅋㅋ 킥킥 웃음 터지는 지점이 있다. 그럼 그렇지.

 

두 명의 이야기꾼이 눈이 나빠져 더이상 책을 볼 수 없는 왕에게 책 이야기를 들려준다. 

세상에 돌아다니면서 진귀한 책에 대해 아는 자들을 수소문해서 듣고와서 왕에게 들려주는 이야기다. 

13일 동안의 책 이야기는 '천일야화 아리바안나이트'가 뜬금없이 생각났다. 

이야기꾼들의 처해진 상황은 판이하게 다르지만 누군가가 죽을 때까지 계속 이야기를 해야하는 상황이라면...(아찔~)

그러나, 무궁무진한 이야기 소재와 입담을 자랑하는 작가라면 살아남을 것 같다. 

 

웃긴데, 뭉클하고 따뜻해졌다.... 이해가 안 되는 지점도 여전히 있었지만.

책에 대한 이야기를 딱딱하지않게 블랙코미디로 승화 가능하구나!

작가의 그림책을 자주 보다가 어른을 위한 책도 색다르게 읽을 수 있어서 좋았다.

요시타케 신스케의 책은 직접 읽어봐야 한다는 것~!

그 느낌 바로 와닿지는 않겠지만 어느 순간 마음에 들어온다. 천천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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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빗살무늬햇님
2023. 8. 24. 1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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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깊숙이 개입되어있고 되돌릴 수 없는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살아가야 하는 이 곳 지구를 생각하면서,

도저히 사랑할 수 없는 세계를 마주하면서도 마침내 재건하기로 결심하는 사람들의 그 마음에 대해서

쓰고 싶었다고 소개하는 김초엽 작가의 「지구 끝의 온실」을 읽었다. 

작가의 식물에 대한 앎이 제법 신선하게 느껴졌다.

식물은 이동성과 역동성, 영향력 등 지구상에서 가장 많이 분포되어있는 우세종이라는 것은 기본이다. 

재밌고 탄탄한 이야기를 이끌어내기 위해 식물의 기본정인 정보부터 시작해 얼마나 많은 자료를 찾고 읽었을지 가늠이 된다.

무엇보다 원예학을 전공한 아빠 찬스를 잘 활용한 부분도 끊김없이 흡입력 강한 이야기를 만들어내는데 크게 한 몫 했다고 생각한다. 

'식물은 뭐든 될 수 있다'라는 전제에서 시작된 지구 곳곳에서 실존하는 기이한 식물들은 그 자체로 탁월할 수 밖에.

 

 

책 「지구 끝의 온실」에 자주 등장하는 단어들이다.

≪더스트, 모스바나, 프림빌리지, 도피처, 분해제, 랑가노의 마녀들, 내성종 인간과 저항종 식물,

돔 시티,  온실, 사이보그, 기계와 유기체,  초토화, 재건....≫

남은 사람들과 떠난 사람들, 애증의 마음과 그리움, 삶의 본질적인 의미, 영원한 도피처 등 생각들이 많아진다.

인류에 필요한 연구들이 정작 인간의 탐욕으로 눈멀어 만들어진 재앙(더스트)이 될 때 삶이란? 선택을 못 할 수도 있다. 

세워지고 심겨진 것은 모두 폐허가 되고 공권력이 붕괴되고, 책임은 실종될 때 모두가 각자 도생하며 삶과 죽음으로 나눠진다. 

 

"침입자들의 등장 이후로 나는 프림 빌리지가 안전한 장소가 아니라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다.

하지만 그보다도 나를 더 고통스럽게 했던 것은, 작은 균열이 이 마을에 만들어낸 불안감의 안개였다.

..... 나는 이런 균열들이 결국 이 마을에 낫지 않는 흉터를 남길까봐, 그리고 이곳을 마침내 파괴해버릴까봐 두려웠다." (203쪽)

 

조금의 희망이 보일 때 사람들은 서로를 아끼며 한 목소리를 낸다. 

그러나, 틈(균열)의 전조가 보이면 알 수 없는 불안에 휩싸여 서로를 믿지 못하고 각자 다른 목소리를 낸다. 

어느 누구의 탓도 아닌 처해진 상황과 환경으로 인해 갈등은 고조되고 분열하며 흩어진다. 

절망과 죽음을 피해 온 기적과 같은 곳 프림 빌리지도 영원한 도피처가 아니었다. 근원을 알 수없어서 더 불안정한 곳일 뿐.

거창하게 행복을 찾는게 아닌데, 그냥 평범한 일상을 살아내는 곳이면 되는데...

똑같은 일상이지만 그 평범한 일상이 얼마나 안정감을 주며, 감사한 삶인지 새삼 깨닫게 된다. 

 

 

미래에 펼쳐질 가상현실을 상상력으로 버무린 공상과학물은 재밌다. 

지금 내 삶에서 일어날 것 같지 않은... 그러나 다 읽고 책을 덮은 후 기분은 별로 유쾌하지 않다.

가볍게 또는 무시할 수 없는 이상한 징후들이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음을 본다. 

발 딛고 살아가는 지구가 정상적이지 않고 병들어가고 있음을 알게 된다. 

기후 위기와 멸종에 관한 부분은 우리 삶에 아주 가까이 와 있다.

자연스러움을 견디지 못하고 자꾸 인위적으로 바꾸고 만드는 인간의 이기심이 한 몫 했다. 

 

책 「지구 끝의 온실」에서 말하고자 하는 의미들은 복합적인 것 같다. 

지구에 닥친 재앙과 살아 남은 자들의 재건, 그 과정 속에서 불신과 불안, 약이 되고 독이 되는 명암이 엇갈리는 식물의 재발견,

흩어짐과 약속 그리고 다시 생명의 움틈, 회복 등 많은 이야기들이 흘러간 시간 속에서 빗바랜 사진처럼 선명하게 기억된다. 

살아내느라 힘들었던 시간들은 잊혀지지 않는 아픔으로, 잊어서는 안 되는 역사의 한 페이지처럼 각인된다. 

 

나름 식물을 좀 안다고 생각했는데... 아는게 아는 것은 아니었다;;;; 식물의 생태에 대해 더 궁금해졌다.

기후위기 속에서 지금까지와는 다른 삶을 살아야 될 것 같은데 어떻게 무엇을 실천하며 살아가야될지 고민도 해봐야겠다. 

읽기는 재밌게 읽었는데, 어디서부터 무엇을 써야할지 꽉 막히는 시간도 늘어나는 것 같다. 

그래서 오랫동안 여운이 남는걸까? 책 읽고 쓰는게 많이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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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빗살무늬햇님
2023. 8. 18.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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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한다는 것은 단순한 의미를 넘어선다. 

대상을 향해 오래 바라봄이 필요하다. 

알아가는 것은 좋아하고 사랑하는 첫 걸음이다.

인간 뿐 아니라 모든 자연과 동/식물, 사물의 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다.

궁금해하고 알아가고 좋아하고 사랑하고....

 

 

우포(늪)에 이끌려 그 매력에 푹 빠져 10년간 우포와 사랑을 한 사진 작가가 있다.

새벽부터 밤까지 하루를 온전히 우포에 바친 작가는 우포에 자리잡았다. 

자리잡은 곳에서 10년간 꽃을 심고 텃밭을 가꾸었다.

다시 그 옆으로 터전을 옮겨 갤러리를 지었다. 

손수 쌓아올리고 만든 공간이다.

우포와 함께 한 지 20년만에 정착을 했다.

우포와 제대로 교감하기 위해서.

 

 

한 장의 사진을 위해서 아침부터 밤까지 수 천번의 사진 셔터를 눌렀다. 

아침의 안개를 온 몸으로 맞이하고, 바람 따라 우포늪의 잔물결은 시시각각으로 변하고,

햇살 가득한 맑은 날 뿐 아니라 비와 눈이 오는 궂은 날에는 뜻하지 않은 반가운 손님과 만난다. 

20년 동안 우포늪에서 하루 내내 사진을 찍으니 경계를 하지 않는 동물들이 다가온다. 

마냥 적막하고 쓸쓸하며 외로울 우포늪에서 일상을 이어간다. 

늪의 습함은 관절염과 천식, 습진이라는 풍토병을 가져다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포늪은 작가에게 소우주였다. 

 

 

정봉채 우포 사진에세이 「지독한 끌림」이다. 

우포늪은 우리 지역 근처 창녕에 위치하고 있다. 가보지는 않았지만 익숙한 장소이다.

해마다 3학년만 현장체험학습의 장소로  생태체험장, 자연학습관 등 갖춘 우포늪에 갔으니까. 

우리나라 최대의 내륙 습지이며, 다양한 생명체가 살아 숨 쉬는 자연의 공간이자 생태계 보전 지역이다.

개발을 위한 간척과 매립으로부터 습지를 보호하기 위한 목적을 가진

람사르 협약으로 보호받고 있는 귀한 장소, 우포늪이다. 

사진 작가의 삶에 뗄래야 뗄 수 없는 우포늪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 이해된다. 

작가의 사진은 오묘하고 아름답다.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사유의 깊이가 느껴진다. 

 

 

평소에 학교에서 교장선생님과 책에 대한 이야기를 자주 나누는 편이다. 

도서관에 내 자리가 있다보니 퍽 자연스럽다. 

교장선생님께서 사진 작가와 우포늪 이야기가 마음에 닿으셨는지 소개해주셨다.

상반기 신간도서 들어올 때 정봉채 사진 작가의 책을 신청하고 빌려갔는데... 더 여운이 남았나보다. 

작가의 다른 책 《우포의 편지》이다. 

 

유튜브에 정봉채 우포 사진에세이 「지독한 끌림」방송(EBS 다큐프라임)이 있다.

방송을 보기 전에 책이 궁금했다. 

작가의 책 검색해보니 「지독한 끌림」이 있어서 교장선생님께 메신저로 보내드렸더니

반색하시면서 구매해 읽어봐야겠다고 밀씀하셨다. 

교장선생님께 책 선물을 하고 싶었다. 감사해서^^

선물 포장 포함해서 바로 구매했다. 엽서를 적었다. 고마운 마음 담아서.

드렸더니 많이 좋아하셨다. 때론 받는 것 보다 주는 선물이 의미 있을 때가 있다. 

 

 

작가에게 우포늪이란 사진을 통해 교감하는 것이다. 

아무리 멋지고 최고의 사진을 찍었다해도 그 사진 속에 찍는 사람과 대상의 할 이야기가 없으면

인생 컷이라 하더라도 사진은 오랫동안 기억으로 마음 깊숙이 남아있지 않을 것 같다. 

 

"내가 사진으로 추구하는 것은 우포와의 완전한 교감이 아니다. 

내가 네가 아닌 이상 완전한 동화는 불가능하다. 

다만 한곳에 오래 머무르면 대상의 희로애락이 보인다. 

육안으로는 보이지 않는, 오랫동안 지켜본 사람에게만 느껴지는 은밀하고도 내밀한 그 무엇이다.

내 사진의 미적 극점은 그 보이지 않는 무엇을 향해 앵글을 맞추는 순간의 희열에 있다." (216쪽)

 

착하고 소박하며 성실한 사람이 아름다운 풍경을 보는 시선을 가진다는 생각을 했다. 

욕심없이 그저 살아있는 것들에 대한 경의를 표하는 사람이 좋은 사진을 찍는게 아닐까?!

내가 찍는 사진에 나도 진심인데, 내밀한 아름다움을 볼 줄 알는 안목이 있었으면 좋겠다. 

사랑하는 풍경에 마음을 주면서 마음을 뉘이면서...

가을 즈음에 우포늪에 갤러리를 연 작가의 소우주에 가봐야겠다.

작가와 만나 얘기를 나눈다면 그것 또한 내게 선물이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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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빗살무늬햇님
2023. 8. 15.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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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낮 30℃가 넘는 더위가 매미 울음소리와 함께 이어지고 있다. 

입추와 말복 지나 태풍 하나 올라와서 기세등등 무더위를 물러나게 했다.

아침 저녁 선풍기 바람으로도 선선하다.

 

7월말 8월초의 휴가에 이어 어제 징검다리 연휴로 오늘까지 쉰다. 

시간은 얼마나 빠르게 흘러가는지...

어제 징검다리 연휴에 처음으로 친정 아빠와 양산 내원사 계곡 나들이를 갔다. 

징검다리 연휴라 하더라도 평일이니 사람이 많지 않을거라 생각했는데... 빗나갔다.

 

대저 이발소로 가서 아빠를 모시고 양산 내원사로 갔다.

평생 바쁘게 살아왔던 당신의 삶이라 가족여행이란게 없었다.

결혼 후 가정을 이루고 시간이 흘러 함께 오게 되었다. 

내년 쉰을 바라보는 딸과 일흔 중반을 넘긴 아빠와 함께... 벅차오름과 먹먹함이 교차했다. 

11시쯤 되어 도착했다. 계곡 근처 식당으로 가서 점심부터 먹고 계곡에 가기로 했다.

 

 

이미 입소문 난 양산 내원사 '산마루 식당' 계곡이 보이는 뷰(view)에 자리잡았다.

어르신들은 아무래도 맵고 짠 볶음보다 담백한 국물의 백숙이 좋을 것 같아서

황기닭백숙(3인분)+온밥(3인분)과 사이드로 해물파전과 도토리묵을 주문했다. 

계곡 나들이 할 때 꼭 먹어보고 싶었던 해물파전과 도토리묵이다.

메뉴가 이렇게 좋은데 막걸리가 빠질 수 없지. 

 

오전의 볕이 찬 계곡물을 데우고 있다. 

이미 계곡에 자리잡은 남녀노소 사람들은 그들의 쉼을 즐기고 있다. 

보는 것만으로도 시원한 느낌이 든다. 

 

먹고 나서 계곡 입구에까지 가는데... 차가 너무 많이 올라가고 밀려있었다.

올해 6월부터 전 사찰로 들어가는 차는 입장료를 받지 않고 주차비만 받는다.

작년에 개인별 입장료와 주차비까지 제법 비용이 들었는데 아무래도 드라마(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영향이 큰 것 같다. 

기다림에 지쳐 아예 차를 돌려 나가는 사람들도 있다.

많은 사람들이 더 좋은 자리 찾아 상류로 올라갔으니 주차 공간이 없나보다.

뭔가 슬금슬금 불안함이...

역시나 40여분의 기다림 끝에 계곡 상류까지 올라갔는데 주차할 곳이 없었다. 

하류보다 사람들이 더 북적였다.

아빠도 계곡 가기가 좀 불편하고 힘들다고 생각했는지 그냥 근처 통도사 가서 걷자고 했다.

 

 

복잡한 내원사 계곡을 내려와 10분 정도 달려 양산 통도사로 갔다.

통도사도 물이 흘렀지만 계곡에 들어가지 말라는 표지판이 있다. 

제법 사람들이 있었지만 몰리지는 않았고 경내를 산책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간혹 계곡물에 발 담그고 있는 사람들이 보였다. 

더 한가하고 좋았다. 아빠도 만족한 느낌이다. 

 

 

여름의 푸르름과 우거짐, 적막함이 가득했다. 

커피를 마시면서 오래된 나무 그늘 의자에 앉아 쉬었다. 

늦었지만, 지금 아빠와 시간을 더 많이 가져야겠다고 생각했다.

 

"아빠, 여기는 가을에 오면 울긋불긋 단풍으로 물들어 풍경이 너무 멋질거야.

돌아오는 추석 때 시간이 넉넉하니 한번 와 보자~~

김밥 도시락과 음료수, 커피 들고 소풍 오자!"

이 말 하는데 마음이 왠지 뭉클해졌다. 

아빠의 삶을 알고, 아빠가 어떻게 나를 잘 키워주셨는지 알기에.

걷기가 불편하시니 그냥 펼쳐진 자연의 풍경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좋을 것 같다.

 

 

아빠와 아비토끼의 투샷~♥

아빠의 얼굴을 찍고 싶었는데, 괜히 민망해하실까봐 그냥 모르게 슬쩍 찍었다. 

시간이 많이 흘러 좁아지고 작아진 아빠의 등을 보고 다시금 먹먹했다. 

지금 내 나이의 아빠였으면 위풍당당했을텐데...

지나간 세월이 얄궂기만 하다. 

늘 건강하셔서 평안함으로 남은 삶 보내고, 늘 내 곁에 그저 오래동안만 계셨음 좋겠다고 기도한다.

 

 

내원사 계곡은 못 갔지만, 아빠와 맛있는 음식을 먹고 이야기를 나눈 시간이어서 좋았다. 

매번 아빠 이발소 가면 오래 머물지않고 식사 같이 하고 돌아가기에 바빴는데.

자주 찾아뵈야겠다는 생각은 여전히 변함없다. 

 

통도사에서 아빠 모셔다 드리러 대저로 가는 길,

농협하나로마트에서 아빠의 장을 봐드렸다.

필요한 것 사기에 당신이 나오기도 만만찮을텐데, 사위와 딸 온 김에 다 사시라고...

아비토끼가 세심하고 다정하다. 늘 나보다 생각이 깊다. 

장인어른을 생각하는 마음이 착하다. 

 

집으로 가는 발걸음도 가벼웠다. 

생각과 마음으로만 쟁여둔 숙제 하나를 한 것 같아서.

다시, 가을을 기다려본다.

아빠와의 소풍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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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빗살무늬햇님
2023. 8. 14. 2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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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에 비가 자주 왔다. 여름은 긴 장마가 이어졌다.

비 오는 것을 좋아하는데, 뭐든 많이 겪을수록 지루하고 식상한 법~!

때와 상황에 맞게 내리는 흡족한 비가 좋다. 

요즘 밤에 머리만 뉘였다면 잠 속으로 깊이 빠져든다. 

잠 자기 전 유튜브로 수면에 좋은 비 내리는 소리를 자장가 삼아 들으면서...

적막과 고요함을 깨는 빗소리가 주는 안정감이 있다. 

일정한 주파수 스펙트름을 가지는 백색소음이라서 그런가보다. 

백색소음은 집중력과 수면의 질이 향상되고, 스트레스를 완화하며, 운동 능력 등의 향상 효과가 있다고 한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나는 백색소음의 효과를 보는 것 같다. 

비 이야기를 하면서 잠과 백색소음 이야기까지 했다. 

공통점은 역시 비雨다. 내가 비를 정말 좋아하나보다. 올해는 좀 양상이 다른 비를 맞이했지만.

 

저번주 태풍이 북상하면서 많은 비를 뿌렸다.

장마에 이어 태풍으로 인한 비 그리고 폭염과 열대야 사라진 날, 아침 저녁으로 선선함이 찾아왔다.

입추와 말복까지 지나고 다음주 처서를 맞이하게 된다. 비는 주춤하겠고.

비가 오는 날은 분주함도, 기분도 가라앉는다.

논과 밭일, 바다에서, 바깥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비 오면 쉰다. 

그러나 비가 오면 열리는 상점이 있다고 한다. 책 「비가 오면 열리는 상점」이다. 

 

 

신비로움과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이야기처럼 지브리사의 애니를 보는 것 같았다. 

상상하게끔 마법 속으로 들어가는 문을 열어 전혀 다른 세상과 만나는 듯.

하울의 움직이는 성의 건물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속 현실과 마법의 세상처럼.

달러구트 꿈 백화점의 잠결 꿈 속 세상인 듯... 다양한 영화와 책 속 이야기들이 혼합된다. 

잠 들어야만 입장할 수 있는 달러구트 꿈 백화점에서는 잠든 손님들에게 꿈을 팔지만,

「비가 오면 열리는 상점」에서는 장마가 시작되는 날 불행을 팔고 자신이 원하는 삶을 꿈 꿀 수 있다. 

 

누구나 삶 속에서 행복해지기 원한다. 그 행복은 불행의 마침표일까? 또다른 의미일까?

행복까지는 아니더라도 불행하지않은 그저 평범한 삶이라면 괜찮을까?

행복과 불행의 기준은 사람마다 다를텐데 지금의 불행을 판다고 당장 행복해질까? 

그러나, 지금 형편이 궁핍하거나 결핍되면 사람들은 쉽게 낙담한다.

불행의 씨앗이 싹트기 시작해 마음을 움츠러들게 해서 사람을 피폐하게 만든다. 

그렇더라도, 더이상 희망이 보이지 않을 때 무엇이든지 시도하는 마지막은 어쩌면 살리는 동아줄이 될 수 있다.

「비가 오면 열리는 상점」의 주인공 세린이처럼.

 

 

장마상점, 골드 티켓, 금화, 구슬, 도깨비들 그리고 불행을 팔고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시작된 모험.

불행을 사들이는 전당포 주인, 인간의 미움과 애정의 말들로 향수를 만드는 조향사, 눈물과 땀방울로 꽃을 피워내는 정원사,

사람의 마음을 훔치는 도깨비들, 사람의 마음 중 가장 깊숙하고 내밀한 자존감을 훔치는 사악한 자까지...

주인공 세린이 원하는 삶으로 바꾸기 위해 지불해야 될 비용이다. 

 

돈 걱정없이 평안하고 안락하게 사는 삶이 행복할까? 걱정 없고 불행도 막아줄까?

돈이 아니라 자존감의 문제이며 사랑받고, 사랑하는 문제였다.

나를 있는 모습 그대로 인정하며 손 내밀 수 있다면 타인에게도 똑같이 대할 수 있다.

진실함과 솔직함, 용기, 배려는 자기 자신을 만들어가는 가장 큰 무기가 된다.

 

 

'당신의 불행을 파시겠습니까?' 물음에서 시작된 모험의 결말은 무지개 희망이다.

비 온 뒤 땅이 더 굳어지듯 어떤 힘든 상황 속에서도 절대 희망을 버리지 말라는...

탐욕에 현혹되어 자아를 잃지 말라는 결말 같다. 

지금 내가 가지고 있지 않은 것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내가 가진 것에 더 애정을 쏟아라.

현재 내 일상과 내 곁에 있는 사람, 동/식물, 사물 등의 소중함을 알고

마음을 기울이라는 의미로 다가오는 것 같기도 하다. 

 

비가 오면 열리는 상점에 받은 티켓을 가지고 입성하게 된다면, 나는 어떤 불행을 팔고 어떤 원하는 삶을 데려올까?

글쎄... 쉬울 듯 하지만 퍽 어렵다. 아마 물질적 풍요로움 아닐까? 정신적 만족감?

오늘도 감사한 하루였습니다. 날마다 고백하는 삶이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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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빗살무늬햇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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