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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10. 10.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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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인데.... 온도가 많이 내려간 10월의 주말이었다.

다음주에는 7도까지 내려간다고 하는데,

아무래도 올해 겨울은 왠지 이름값 할 것 같다.

몇 년 사이 이름만 겨울이었지 춥지 않았다.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의 영향인지 몰라도 공기질은 좋았다.

(초)미세먼지와 황사로 늘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면서 확인했던 것 엊그제 같은데.

이른 가을의 추위가 낯설면서도 완연하게 느껴져서 좋다.

먼지 없는 맑고 파아란 하늘은 가을의 이름을 돌려준 듯 싶다.

'맑다. 좋다. 예쁘다. 푸르르다' 혼잣말도 한다.

 

 

배추와 무로 겉절이 담으려고 아침에 함안 5일장 갔다왔다.

한 달 전에는 배추가 한 포기 만 원까지 했는데, 지금도 비싸려나?

김장 배추를 심기 전 가을 배추가 많이 나올 것 같은데.

채소도 많이 나왔고 의외로 배추도 제법 눈에 띄었다.

3포기에 만 원....... 잘못 봤나 싶어 다시 봤는데도 똑같다.

배추만 보였다. 둘러봤는데 알이 꽉 찬 배추를 정말 3포기 만 원에 팔았다.

뭔 일인가 싶었다. 한 달 전의 상황과 완전 다르네.

알도 꽉 찼고, 배추도 크고 실했다.

무도 추석 전에는 4천원 이랬는데, 지금은 2,3천원 했다.

콩나물 할머니 집에 가서 콩나물도 샀다. 2천원, 역시 여섯 번이나 담아서 주셨다.

차마 천 원어치는 못 사겠더라. 두부도 사고, 떡볶이랑 먹으려고 튀김도 샀다.

시장하는 날만 문 여는 정육점에서 신선한 생고기 찌개용으로 샀다.

좋은 배추를 사서 마음이 저절로 넉넉해진 듯 하다.

 

집에 와서 무심하게 배추를 자르고, 절이고, 물 빼고 김치도 후다닥 담궜다.

할머니의 정이 가득 든 콩나물도 무치고.

늘 김장김치와 파김치가 식탁에 올라왔는데, 오늘은 푸릇푸릇한 생김치가 올라왔다.

느낌이 다른 풍성함이다. 두부 넣고 된장찌개도 보글보글~~~

달걀말이도 도툼하게 부치고, 추석에 선물 들어온 스팸도 굽고.

맛있게 잘 먹었다. 저 생김치에 수제비를 끓여 같이 먹어도 완전 좋겠다.

올해 김장은 하지 않을 생각이다. 아직 작년 김장김치가 1통 남아있으니.

생김치로 조금씩 맛있게 담글려고^^

엄마가 준 고춧가루도 넉넉하게 있고, 뭣이 마음도 풍성해진다.

이제는 생김을 사서 참기름과 소금으로 간해서 고소하게 먹는

김 굽는 시간이 왔다. 추워지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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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빗살무늬햇님
2020. 10. 9.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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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답고 탁월한 우리말 한글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고,

훈민정음을 반포한 세종대왕의 뜻을 기리기 위한 한글날 아침이다.

다음 검색창에는 '훈민정음 반포 574돌' 이라 적혀있다.

한글의 역사도 꽤 되었네.

기념일로지정하지 않았다면 의미없는 날 중의 하나가 되지 않았을까.

어떤 것은 의미를 부여하는 것도 중요하구나.

잊어버리지 않도록.

 

찬 이슬이 맺힌다는 한로(寒露)가 지났다.

어쩐지 어제부터 밤과 아침의 공기가 쎄~하더라.

가을과는 다른 공기가 터벅터벅 걸어 들어오는데..........

순간 겨울이 문턱을 넘었나 싶었다.

나뭇잎이 울긋불긋 전에 잎부터 떨어지나 싶기도 하고.

낮에는 여기저기 둘러봐도 가을이다.

 

함안 입곡공원에 낮의 산책을 했다.

물빛 하늘빛 나뭇잎에 가을이 묻어있다.

초입 주차장에 핀 코스모스가 볕에 웃고 있다.

벌도 함께 놀고 있다.

친구로 보이는 멋진 어르신들 세 분이 활짝 핀 코스모스 옆에서 사진을 찍고 계셨다.

꽃 사진이 아닌 서로의 얼굴을 함께 찍고 계셨다.

그 모습이 어린아이들처럼 해맑아 보였다.

'코스모스는 어릴적 추억을 돋게 해서 좋아~'

어떤 행복한 추억이 있었을까?

할아버지 세 분이 천천히 공원 산책길을 걷는 모습이 낯설면서 인상적이다.

늘 평안하시기를 기도한다.

 

나뭇잎에도 아직 물들임의 시간이 필요한가보다.

울긋불긋 잎보다 초록잎이 더 많다.

가을볕을 뜸뿍 쬐야되나보다.

코로나와 함께 이래저래 시간이 흘렀다.

평범하지 않은 일상이었지만, 무언가를 생각했던 날들이었다.

한 템포씩 느리게...... 들여다보는 시간?!

그래서 고마운 시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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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빗살무늬햇님
2020. 10. 8. 2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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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인데, 소설은 안 쓰세요?

쓰는 것을 업으로 하는 사람이 그 물음과 항상 마주하면 부담스럽다고 한다.

제대로 된 작가라면 자신의 이름을 내건 소설 한 편은 남겨야되지 않을까 편견은 마치 통과의례처럼.

그래도 묵묵히 에세이스트라고 말하는 작가가 있다. 보노보노의 작가, 김신회.

고등학교 때 긁적거렸던 짧은 소설이 표절이란 말에 상처받아 그 이후로 소설은 쓰지 않았다고 한다.

작가가 꼭 소설을 쓰라는 법은 없다. 그냥 쓰고 싶은 글을 마음가는대로 쓰면 된다는 것을 작가는 말한다.

그래서 나도 <보노보노처럼 살다니 다행이야> 책을 읽고 그녀의 소소한 팬이 되었는지도 모른다.

한 권의 책에서 받은 감흥은 쉬이 사그라들지 않는다. 아주 작은 관심이자 사랑이다.

읽은 책 「심심과 열심」 도 김신회 작가라서 선택했다.

13년동안 1년에 한 권씩 책을 냈다고 했다. 그녀의 책들을 모두 읽어보지 않았지만 궁금했다.

이번 책은 어떤 책이고, 작가는 어떤 생각을 하며 이 책을 썼을까?

삶을 담담히 살아내고 소소한 일상을 일기장에 기록하듯 적은 글을 통해서 궁금한 점이 해소된다.

아..... 나름 마음이 힘들었구나. 삶에서 고민한 흔적들을 엿본다.

나도 그랬는데 하면서 맞장구를 친다. 결이 다르지만 비슷한 고민을 하면서 살아가구나 싶기도 하고.

 

 

'너는 작가가 될거야' 존재감 없는 아이에게 초등학교 졸업식 마지막 날에 선생님께서 말해주신 보석같은 말.

일기장에 써놓고 잊어버렸다가 다시 꺼냈다가... 그  말이 작가의 지금을 만들어줬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조언과 입바른 소리는 모르는 사람에게도 많이 들으니 가까운 사람에겐 칭찬과 위로의 말을 듣고 싶다는 솔직함이 와닿는다.

내심 칭찬에 인색한 사람이 되지 말자~~ 소근소근 나에게 말해본다. 그냥 아무 이유없이 위로를 받고 싶은거다.

이번 책에서는 글쓰기에 대해 작가의 사적인 이야기들을 많이 엿볼 수 있어서 좋았다.

나랑 비슷한 면이 많아서 이야기가 더 끌렸다.

 

사랑은 시간을 쓰는 일이라 했다. 한 일에 몰두하는 것은 시간을 쓰는 일이고, 그 일은 내가 기뻐하고 즐겨하는 일이니까.

그러고보니 나도 오랫동안 글쓰기를 해왔다. 학창시절 때 일기와 편지 적는 것을 즐겨했으니까.

블러그에 책을 읽고 글을 다시 쓰게 된 것은 횟수로 12년이 되었다. 자랑할만한 글 솜씨는 아니지만 글 쓰는게 좋았다.

내가 글쓰기를 물들임 해왔다는 것은 그 일을 사랑한다는 것이 된다.

글을 쓴다는 것은 은연중에 나를 드러내고 내가 어떤 사람인가를 규정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더 좋은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는지도 모르겠다. 좋은 글을 쓰기 위해서^^

 

규칙적인 글쓰기가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깨닫는다.

나는 글을 적는게 어렵지는 않았다. 부담도 되지 않고. 사진을 찍고 느낀대로 글을 써왔다.

그런데 어느 순간 부담으로 다가올 때 있다. 글쓰기에 대한 책을 읽고 나면 의심하게 된다.

잘 쓰고 있는지.... 읽은 책에 대해 정리할 때도 부담감은 있다. 잘 쓰고자 하는 욕심 때문에.

그래도 그 때 뿐이고 또 생각이 나서 습관처럼 적는다. 동기부여가 되는 글쓰기에 정성을 쏟기 마련이다.

   글쓰기로 먹고 사는 사람이 아닌 다음에야 글쓰기는 즐거워야 한다. 그래야 계속 쓸 수 있다.
   부담감이 들더라도 견딜 수 있을 만큼의 부담감이어야 한다. 그렇게 글쓰기가 일상 속의 작은 즐거움이 된다면,
   우리에게는 언제 어디서든 함께 할 수 있는 소울메이트가 하나 생기는 것이다.
   그런 존재와 함께 하는 일상은 꽤 괜찮다. 그래서 나도 글쓰기를 포기 못 하고 있다.

 

비슷한 생각을 하게 되니 책에 메모지가 많이 붙여졌다.

메모를 하면서 책을 보면 내 생각이 정리되어지는 기분이다. 이렇게 글로 정리할 때도 좋고.

일단 많이 써봐야 한다. 질보다 양이란 말에 맞장구~

지금 나는 책을 읽고, 바로 읽은 것 정리하는 글쓰기를 하고 있다.

하루에 읽고 쓰기를 하는 것은 보통의 일이 아닌데, 해야만 될 것 같아서 무리하게 읽고 쓴다.

사실 무리하는 것도 아니다. 할 수 있는 일을 하지 않았을 뿐이다. 조금 버겁기는 하지만.

매일 일기 쓰듯 글쓰기도 리듬을 타야 한다. 흐름이 끊기면 안 되니까.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인데^^

"좋아해서 몰두해 왔던 일이 나를 너그럽게 봐주지 않는다는 건 생각보다 큰 배심감으로 다가왔다"

작가의 이 말이 이해가 되면서도 한편, 그래도...... 계속 써 나갈거란 다짐을 얹어준다.

삶이란 것도 늘 좋아서 살아가는 건 아니다. 안 좋아도 계속 살아내야 하는 거니까.

때로 좋아하는 일보다 안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살아갈 때가 더 많다.

그럼에도 내가 좋아하는 일을 계속 할 수 있는 것은 얼마나 큰 특권인가!

나를 너그럽게 봐주지 않는 것은 비단 글쓰기만 그런게 아니었다.

 

   40대의 창작자는 불안해질 때면 이런 생각을 한다. 내가 나이를 먹는 만큼 독자도 나이를 먹는다고.
   그러니 나는 오늘의 내 이야기를 하면 된다고.

   -신예희, <지속가능한 반 백수 생활을 위하여 / (21세기북스, 2019)>

작가도 이 글에 위로를 받았다고 하는데, 읽고 보니 그렇네.

내일도 아닌 오늘, 누구의 이야기가 아닌 내 이야기만 하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내가 나를 더 아껴줘야겠다고 생각한다.

내가 적는 글에서 내가 위로를 받는 날이 적지 않았다. 사실.........

토닥임이 좋았다. 나를 만나는 글 쓰는게 차암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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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빗살무늬햇님
2020. 10. 8.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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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은 자유로움이라 생각한다. 어떤 환경에 구속되지않는 자유로움.

동경하지만, 현실적으로 몸과 마음 가벼이 자유롭게 여행 즐기는 사람들은 얼마나 될까?

지극히 평범한 오늘의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꿈이자 로망으로 생각될 뿐이다.

오늘의 밥벌이에 구애받지않는 사람들 정도? 부럽긴하다.

짧게 머무는 여행이 아닌 1년 정도 낯선 이방인으로 낯선 땅에서 시간을 보내야 한다면

글쎄 깊이 생각해보지 않았는데 두려움과 흥미로움, 어떤 기대감 같은 마음들이 교차할 것 같다.

무턱대고 지내는 것이 아닌 계획을 세워야할 듯 싶다. 이런 기회 자주 오는게 아니니깐.

JTBC 기자로 런던 카나리워프에서 1년간 일하지 않고 오롯이 자신을 위해 시간을 보낸 이야기를 읽었다.

런던에서 1년간의 삶이 그리움이 되어 세상에 나온 책 <모네는 런던의 겨울을 좋아했다는데> 이다.

기자로서 늘 글과 함께였음은 말할 필요없지만, 책과 그림까지 좋아한다.

참새가 방앗간 그냥 지나치는 법 없듯이 서점과 미술관은 별책부록이고.

이렇게 완벽해 보이는데도 항상 모자람에 대한 갈증이 있나보다. 언제나 말 더 잘하고, 글 더 잘 쓸 수 있기를.

책을 읽어보니 걱정할 필요없는 것 같은데..... 그냥 마음에 닿는다. 감정이 잘 전달되어지는 듯 했다.

슬픔과 우울, 외로움, 뭉클함, 그리움움, 기쁨 등 가장 기본적인 소소한 감정들의 깊이가 느껴진다.

 

영국의 날씨는 변덕스럽다고 알고 있다. 안개 가득 구름 낀 잿빛 날들과 바로 옆에 햇빛이 드는 풍경,

어느때 비가 내려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날들이 많다고 하는데 이런 런던의 날씨를 모네가 좋아했다니.....

『런던 국회의사당/캔버스에 유채/1900~01년』 모네의 그림이 앞표지에 있다.

"안개 없는 런던은 아무런 매력이 없다. 런던은 화가가 결코 그림을 완성할 수 없는 도시다.

결코 같은 효과를 두 번 얻을 수 없거든" 말을 남긴 것으로 보아 런던의 매력에 푹 빠진 모네를 생각한다.

이런 모네와 달리 크리스마스와 새해 휴가 시즌이 끝나는 1월에 겨울 우울증이란 말이 있다는데 햐아.....

아무리 좋은 곳이라 한들 이런 류의 우울증을 견뎌야 한다면 머묾을 고려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뭐 사람에 따라 기호와 성향 차이겠지만, 누울 자리를 보고 다리를 뻗어야겠다는 생각ㅋㅋ

 

저자는 런던에서 주어진 1년의 체류기간 동안 저자는 정말 많은 것을 계획했고, 그 계획들을 하나씩 실행해나갔다.

참 많이 부지런하게. 그림에 왕초보인데 미술학원을 등록했고, 런던에서 프랑스어 학원을, 피트니스센터에 등록도 했다.

묻게 된다. 왜 굳이? 사람 때문이었다.

많은 좋은 사람을 만나고 싶고 그 땅에서의 언어도 잘 구사하고 싶다는 의외로 소박한 이유.

언어도 안 되는 곳에서 이방인으로 살아가는 것도 버겁고 부담스러울 것 같은데, 아무런 거리낌없이

덜컥 낯선 나라에서 무엇을 배울려고 등록을 한다는 자체만으로도 이 사람 참 멋지고 대단하며,

주어진 시간을 허투루 보내지 않고, 진정 누리는 삶이 뭔지 아는구나 느꼈다. 야물딱지네.

난 약간 소심해서, 두려워 못할 것 같은데. 그냥 익숙한 곳만 왔다갔다...

 

그림은 여전히 잘 모르지만 그림과 관련된 책들을 조금 읽어본지라 익숙한 그림들도 많았다.

그림과 미술관을 좋아하는 사람답게 그림 보러 갤러리나 박물관, 컬렉션... 많이 들락나락한 흔적이 보인다.

어느 개인의 사적인 이야기와 그림에 관한 생각들은 단편적인 여행기를 넘어 특별한 인상을 풍긴다.

낯설지않은 동질감...... 무엇을 하든 꼭 같이 하는 듯한. 이 책이 그런 느낌이다.

아울러 영국에는 박물관이나 갤러리, 카페, 전시회.... 문화를 향유할 공간들이 참 많구나.

특히 영국 최고 국립미술관 '내셔널갤러리'에서 소장한 명화들이 정말 많다.

만약에 어떤 좋은 계기로 영국에 가서 제일 먼저 가보고 싶은 곳 어디? 라고 물으신다면,

'내셔널갤러리'라고 말할 참이다. 지금은 그렇다는 뜻이고 나중에 다른 책에 빠지면 답은 달라질 수 있음^^;;

 

화려하지 않지만 담담하게 자신의 시간과 삶을 향유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떨어진 가족들을 그리워하고, 또 함께 몇 달을 지내는 가족과 낯선 곳이지만 일상의 평범함을 공유하는 모습도

따뜻하고 뭉클하게 느껴졌다. 어쩌면 떨어져있지 않았으면 몰랐을 소중함과 애틋함이란 감정일 듯 하다.

'행복해지기 위해 자신의 감정을 돌봐야 한다' 말을 무한 긍정하게 된다. 어디에 있든지 통하는 마법의 말 같다.

미지의 땅, 어디에 있든지 참 잘 견디고 살아내는 사람들의 자유로움이란게 이런 것일까!

독서든 글쓰기든, 그림(음악)감상이든 여행이든 좋아하는 것 하나라도 가지고 있으면 그 삶이 얼마나 풍성해질까?!

다양한 감정들을 오롯이 느끼는 곳에서의 주어진 '1년'이란 시간, 감사히 누릴 수 있을 듯 싶다.

궁금하면 조금 못 참는 성격이다. 책에서 참고가 되는 그림이나 음악, 책 등 찾아봐야한다.

내 눈으로 보고 귀로 들어야 잘 이해가 된다. 내 폰 벨소리가 제인버킨의 'yesterday yes a day'인 것처럼.

소개해준 그림도 음악도, 책도, 지극히 주관적인 이야기도 좋았다.

편하게 활자화된 글을 읽으며 런던의 거리-자유로움,그리움,뭉클함을 만끽할 날들-를 상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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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빗살무늬햇님
2020. 10. 7.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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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과 도구 사용은 시대를 같이 살아낸다.

자연물은 인간이 있기 전부터 거기 있었지만, 도구/사물은 인간의 발명품이다.

인간에 의해 만들어진 사물은 인간이 살아내기에 편리함과 빠름을 선물했다.

늘 인간의 삶과 함께 해온 사물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지 않았다.

예술가들은 인위적인 사물(책, 붓, 연필, 타자기, 카메라, 호미, 자전거, 가방, 구두 등)로

무위의 자연물을 찬양함으로 작품을 만들어냈다.

문장노동자이면서 '대추 한 알'의 장석주 시인이 펴낸 사물에 대한 고찰 책 「예술가와 사물들」 이다.

 

   사물들은 생의 불가피한 동반자이다. 산다는 것은 우리의 필요와 욕망에 부응하는 사물들과 함께 하는 여정이다.
   사물은 한시도 떼어놓을 수 없는 생의 필요조건이다. 우리 생애주기와 사물들의 사용주기는 포개진다.
   어떤 사물은 과거의 기억을 여는 끄나풀이다.

시대를 주도했던 많은 유,무명의 예술가(화가,시인,작가,음악가,철학자 등)에게도 아끼는 사물이 있었다.

그 사물은 예술가들의 삶을 규정하기도 한다.

작품 활동을 할 때 꼭 필요한 것, 즐겨했던 것, 추억과 기억의 소산물이기도 했다.

이 책을 통해 120명 예술가들의 삶을 고스란히 볼 수 있었다.

얼마나 많은 예술가들을 만났을까? 직접 또는 책을 통해서.....

「예술가와 사물들」 의 정리 작업이 만만치 않았을 것이라 생각도 해봤다.

 

   우리는 물건의 집합 위에 삶을 세운다. '나'와 '내 것(물건)' 사이를 가르는 경계는 흐릿하다.
   내 물건과 '나'는 하나다. 물건은 그 소유자의 감수성, 취향, 지위를 드러낼 뿐 아니라 욕구와 필요의 흔적,
   때로는 자아를 대신한다. 물건은 미적 감수성과 취향에 연관된 경험의 중요한 부분이고,
   우리 내면의 보이지 않는욕구를 증언한다.

여기서 만난 예술가들의 삶은 왜 이토록 한결같이 지랄맞을까? 싶다.

제대로 피어보지 못하고 이 세상을 빨리 등졌거나, 평생 아프거나, 가난에 허덕이거나......

고단하고 뜻대로 되지 않는 삶을 겨우 살아내는 그들의 불운함을 탓해본다.

대신 그 자리에 그들과 함께 했던 사물만 남았다.

사물은 예술가들의 삶을 연결하는 고리가 된다.

결국 사물과 자연도 인간과 관계를 맺을때에 비로소 본연의 의미를 갖는다.

 

곁에 두고 아끼는 물건은 피붙이처럼 친근해서 더 애착을 갖게 된다.

누구나 애착을 갖는 물건이 한두 개씩은 있다.

박완서 작가가 감탄하며 도구적 완벽성에 거듭 놀라는 '호미'가 그렇다.

호미를 사용하는 것은 땀 흘리는 자발적 노동에 대한 예찬이며, 우리 삶을 보람되게 세우는 근본이라고 말한다.

 

아비토끼에게 아끼는 물건 있냐고 물어봤다.

3형제 중 막내이고 어릴 적 추억이 많지 않았는데 형들과 찍은 사진 한 장만 남았다고.

본가에서 앨범 정리할 때 발견한거라 소중한 기억의 한 부분이고 기분이 새롭다고 말한다.

충분히 그럴 수 있겠다고 말해주고, 잘 보이는 곳에 올려둔 사진을 한번 더 닦았다.

 

그리고 나에겐 어렸을 때 사진도 없지만 대신 지금의 나를 규정해주는 사물이 있다.

중,고등학교, 대학교 때까지 쓴 일기장 3권이 남아있다.

그 속에는 내 학창시절의 삶과 정서가 들어있고, 우리집의 분위기가 고스란히 들어있다.

별로 행복하지 못했던 기억들, 일기를 적음으로써 혼자 겪어내야했던 아픔들도 있었다.

마음이 잘 견뎌왔고 커 왔음을 알 수 있다. 새삼 잘 견뎌왔던 10대,20대의 내가 고맙다.

 

나와 함께 해왔고 앞으로도 나와 함께 할 사물에 대해 애착을 가져야겠다.

그 사물은 내 일기장처럼 흐른 시간만큼이나 나를 많이 지지해 줄테니까.

예술가들과 함께 한 사물들처럼.

내가 노트를 자꾸 사고, 아끼는 이유를 알겠다.

지금 내 삶의 시간 흐름을 쌓아가는 기도노트가 있다.

눈물이 있고 아픔이 있고 감사가 있고 기쁨이 들어있다.

나 뿐 아니라 타인을 향한 기도도 적혀있다.

지금 가장 나와 가까이 있는 아끼는 사물이 되었다.

삶의 아주 작은 변두리지만,

거기에 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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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빗살무늬햇님
2020. 10. 6.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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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따스한 귤빛 석양이 나무 사이사이로 넓게 퍼져 나갔다.
  소란은 동그랗고 탱탱한 귤 하나를 따서 돌려 가며 소매에 문질렀다.
  먼지가 닦이자 까먹기 아까울 정도로 귤껍질이 반짝거렸다. 은지의 말이 머릿속에서 맴돌았다.
  초록색일 때 수확해서 혼자 익은 귤, 그리고 나무와 햇볕에서 끝까지 영양분을 받은 귤.
  이미 가지를 잘린 후 제한된 영양분만 가지고 덩치를 키우고 맛을 채우며 자라는 열매들이 있다.
  나는, 그리고 너희는 어느 쪽에 가까울까.

 

책 <82년생 김지영>의 조남주 작가가 쓴 책이라 망설임 없이 읽었다.

조금 안면 있는 작가 찬스를 쓰면서 책을 고르는 경우가 많다.

책「귤의 맛」이다. 딱 우리 효진이 나이 또래의 끼리끼리 여자 아이들의 성장 소설이다.

그래서 더 관심있게 읽었고, 요즘 아이들의 생각을 어렴풋이 엿볼 수 있었다.

 

초등학교 때 여자 아이들은 친구들과의 관계가 중요하다.

관계의 무리 속에 들어가지 못하면 아이들 말로 학교 가는 일이 피곤하다.

두각을 드러내는 것도 안 좋지만, 존재감 없는 것은 더 안 좋다.

삼삼오오 관계가 맺어지면 그 속에서 다시 더 친한 애들과의 끼리끼리가 형성된다.

관계의 무리는 조금은 느슷하지만 이탈되면 안 되고, 끼리끼리 묶인 관계는 끈끈함이다.

아이가 초등학교 때 친구 관계로 인해 힘든 시기가 있어서 더 잘 알게 된 사실이다.

그리고 중학교도 같이 올라오면서 아이들은 무리에서 2,3명의 마음 맞는 관계를 형성한다.

함께 같은 반이 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제각각 떨어져도 아이들은 물살을 거슬러 올라가는 연어처럼

집이 멀거나 가깝거나 상관없이 한 곳에서 만나 등,하교를 한다.

이제 좀 컸다고 반에서의 반 친구와의 관계도 소홀하지 않는다. 아무리 친밀한 그들이 있더라도^^

하루의 모든 시간이 교실에서 이뤄지니까.

그래도 속내를 알고 고민을 함께 나누며 각자의 집을 오며가며 자유러운 영혼처럼 노는 아이들은

마음이 한결 여유롭다. 복잡한 친구 관계로 마음이 힘들어하지 않아도 되니까.

그들에게는 끼리끼리의 소울메이트가 있으니까.

 

중학교 2학년, 코로나로 인해 올해는 학교에 간 날 보다 가지 않은 날이 더 많았다.

반 친구들보다 친밀한 3년지기 두 친구들과의 관계가 더 옹골차다.

늘 붙어다니니 공부방도 같이, 학교에서 동아리도 같다.

3명 트라이앵글~ 아이들은 더 잘 안다. 상처받고 상처주는 일을 서로가 은연중에 겪어봤기에.

친구의 기분도 헤아릴 줄 알고 풀어주기도 한다. 몸이 자란만큼 마음도 자랐다.

「귤의 맛」처럼.... 제한된 영양분으로 덩치를 키우고 맛을 채우며 자라고 있다.

 

책에서는 4명의 아이들, 소담 해인 은지 다윤 이야기를 하고 있다.

중학교 1학년때 영화동아리와 학교 축제 준비를 하면서 아이들은 서로에 대해 알아가기 시작한다.

늘 아픈 동생 때문에 부모님의 사랑과 관심이 고픈 아이, 아빠의 사업 실패로 쫒기듯 서울에서

변두리 신영진으로 이사온 아이, 맞벌이 부모님으로 인해 늘 마음이 허기진 아이,

부모님의 이혼 그리고 바쁜 엄마로 인해 홀로 있는 아이......

사는 환경도 성격도 다른 아이들 무엇보다 어릴 적 친구들과의 관계로 인해 크고 작은 상처받은 아이들이었다.

친구라고 해서 모든 말들을 주고받는 것은 아니었다. 혼자만의 비밀도 있다.

그것으로 인해 의심을 하고, 받고 관계가 틀어지기도 한다.

아이들의 속사정이다. 공유하는 것은 마음껏 하되, 나를 건너뛰는 정보만은 공유하고 싶지 않다.

뒤에서 호박씨 깐다는 아이들의 말은 아프게 들린다.

 

책은 성장기 청소년들의 이야기를 담았지만 관계라는 틀 속에서 우리나라 교육에 대한 민낯이 보인다.

중학생인데 고등학교(자사고, 특목고, 외고...)에 대한 고민을 시작하고 그에 맞춰 공부를 하고 학원을

다녀야 하는 아이들의 일상이 그려져있다. 좋은 고등학교를 많이 보내기 위해 경쟁적으로 아이들을 코치해주는

중학교와 아무런 거리낌없이 위장전입 문제 등 모두 대입을 위한 전략이다.

이런 와중에 아이들도 고민을 한다. 함께 같이 갈 것인가? 아니면 나중을 위한 선택을 할 것인가?

제주도에서, 은지네 집에서의 파자마 파티 때 한결 같았던 그들의 마음도 변했을까?

고등학교 입학식 때 강당에서 '축 입학' 표지판 옆에서 소담 해인 은지 다윤이는 환하게 웃고 있었다.

그리고 또 한 번 그들의 관계를 위태롭게 할 변수가 오겠지. 대입이란 크고 막막한 산~~~

4명의 아이들이 어떻게 고등학교 3년 이야기를 엮어낼지 궁금하기도 하다.

제 맛을 끝까지 키우며 자란 귤처럼 생각들이 꽉차 영글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절박하고 뒤틀리고 아슬아슬한 약속. 그 선택으로 인해 대학이, 진로가, 미래가, 인생이 뒤집힐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았다.
  알지만 감수했다고 할 수는 없다. 그냥 순간의 여러 감정과 계산이 빚어낸 결과였다.
겨우 열여섯, 밤이었고.
  충동적 판단... 그렇다고 해서 아무것도 아닌 것은 아니었다. 진심이 아닌 것도 아니었다.
  각자의 계산과 계획이 있었다........... 모두 스스로에게 최선의 선택을 했을 뿐이다.

 

아이는 아직 혼란스럽고 당황스럽지 않은 날들을 보내고 있다.

지나가는 말로 고등학교 어디로 가야할지 살짝 고민은 내비친다.

집과 가까웠으면 좋겠다고 말하는데..... 집 가까운 곳에 여고가 한 군데 있지만 뺑뺑이 돌린다.

1지망으로 지원해도 그 곳에 못 갈 수 있다.

공부로 순위 매겨 가지 않아서 다행이지만, 친한 친구들과 같이 갈 수 없음에 염려하는 듯 하다.

그렇지만, 아이가 지금이란 시간을 소중히 잘 보냈으면 좋겠다.

친구들과 만나 수다떨고 먹는 즐거움에 기뻐하고, 함께 이야기하는 이 순간에 행복했으면 좋겠다.

숱한 시간을 보내면서 좋은 날도 있겠지만 우울하고 답답하고 힘든 날도 있을 터....

그 때의 고민은 그 때 족하다.

엄마, 나는 겨울이 제일 좋아. 입동이 언제야? 귤은 또 언제 쏟아져나와?

제주도에서 바로 올라온 귤의 맛은 먹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제주도 감귤 농장에서 바로 따서 먹는 그 톡 튀는 과즙의 싱싱함을 모르듯이.....

초록색일 때 수확해서 혼자 익은 귤이든 나무와 햇볕에서 끝까지 영양분을 받은 귤이든

계속 자라는 중이니, 천천히 답을 찾아갔으면 좋겠다.

효진이에게 넌지시 읽어봐라고 말해봐야겠다.

물론 효진이는 거의 안 읽겠지만^^

사춘기 청소년기 아이의 마음을 읽기에 딱 이 책만한게 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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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빗살무늬햇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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