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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23.06.17 광암해수욕장에는 벌써 여름~!
  2. 2023.06.16 「위로하는 애벌레」낯설지만 좋았다 2
  3. 2023.06.14 앗, 깜짝이야~ 게릴라성 호우!
  4. 2023.06.11 둘러보고, 들여다보다!
  5. 2023.06.10 바빴던 주말 아침 나절
  6. 2023.06.09 「공방의 계절」밤가시마을 소요에서♥
2023. 6. 17.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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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인데 낮의 더위가 30℃ 이르렀다.

굵직한 장대비도 많이 내렸고, 더위도 일찍 찾아왔다.

올해 장마는 조금 늦다고 한다. 

한낮의 기온은 높지만 6월의 공기가 숨 막힐 정도는 아니다. 

집 안에서는 바람이 통한다.

완연한 여름이라 하기엔 2% 부족하다.

이른 아침에 널은 빨래는 잘 마르겠다. 뽀송뽀송하게~~~

 

한낮의 땡볕이 오기 전에 산책을 나섰다.

더울 땐 물 있는 곳으로... 진동 광암해수욕장으로 갔다.

바다를 가로질러 바다길을 잘 만들어놨다는데.

 

 

바다 위를 걷는 느낌은 차창을 열고 바람을 맞이하는 듯 상쾌했다.

산책길로 엄지척~~ 바닷 바람에 온통 푸르름이 짙다.

아이스아메리카노 마시면서 걷는데, 바다의 짠 내음이 섞인 듯 나쁘지 않았다.

사람들이 거의 없었고, 아비토끼랑 둘이서^^

 

 

역시 바다는 실망시키지 않는다. 가슴이 펑~ 뚫리는 것 같다. 

여름은 짙은 파랑이다. 

잔잔한 수면은 마음을 쉬어가라고 하는 듯 속삭인다. 

바다를 좋아하기 시작한 지점이다. 

 

 

바닷물이 드나드는 지점, 어느 식당에서 오리를 키우나보다.

덩치 큰 오리떼가 물에서 놀며 더위를 피한다.

방목하는 오리인가보다. 

낯선 풍경...

 

 

산책 오기 전에 지금은 때가 아니라서 우리들만의 조용한 바닷길 산책을 생각했는데....

역시 우리 생각은 빗나간다. 

미리 찾아온 더위로 인해 아이들과 함께 놀러 온 가족들이 많이 눈에 띄었다.

광암해수욕장은 그렇게 크지 않다. 아담한?!

아이들이 놀고, 가족과 한나절을 보내기에 안성맞춤일 듯.

3년 동안의 코로나19 이후 본격적인 휴가와 피서철을 맞이해 새롭게 깨끗하게 단장한 것 같다. 

더위가 몰려오지만 하늘은 유달스레 파랗다.

바다처럼.... 바람도 분다. 

쉬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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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빗살무늬햇님
2023. 6. 16.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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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을 건넨다. 그리고, 잠잠히 듣는다. 

유,무형의 모든 생명있는 것과 없는 것에 대해 바라본다. 

관심이자 호기심의 출발점이다. 

아주 작고 사소한 것에도 관심과 호기심으로 바라보는 것으로 편견은 줄어든다.

아, 다르구나! 거기에서 다시 관계가 시작된다. 

매순간 이런 삶의 모양으로 살아간다면 평안해지지 않을까?!

따뚯한 환대로 서로에게 다가간다면 몸과 마음이 피폐해지지 않겠구나...

 

 

어렸을 때 자연관찰과 실험하는 것이 지루하고 재미없었다. 관심 없어서. 

깊이 생각하는 것도 어려웠고 힘들어했다.

점점 시간이 흘러 지금은 말보다 머릿속으로 생각하는게 좋다.

그 생각을 글로 적는게 습관이 되고 익숙해졌고 행복을 느끼는 시간이다. 

관심의 대상도 옮겨져가고, 생각하는게 깊어졌다.

낯선 세상과 마주하는게 익숙하지 않지만 깊이 볼수록 다르게 생각하게 되고

내 생각이 머무는 곳에 마음이 닿아있다. 탐험을 나가는 시간!

자연 속에 거하는 생명과 삶 속에서 보이는 사물들을 이제는 무심하게 바라보지 않는다. 

그 속에서 오히려 나를 위로하는 법을 배운다.

각자 자기의 터 위에서 주어진 삶을 살아내고 있구나! 

오늘은 책 「위로하는 애벌레」를 읽고 잠시 무뎌졌던 감정을 재충전해본다. 

 

 

애벌레는 탈피라는 과정을 통해(미라) 나비가 되고, 나방이 된다. 

그 과정을 무사히 통과하기까지 적으로부터 침입과 세상 밖의 위험을 온 몸으로 막는다. 

생의 끝 지점에 이르기까지 튼튼하게 집을 지음으로 모든 힘을 다 쏟아붓는다. 

맞서기보다 자연에 순응하며 묵묵히 자기의 일을 감당한다. 

할 일을 마치면 화려하게 날개짓(비상)을 준비한다.

애벌레의 한살이를 들여다보면서 생생하면서 치열한 삶을 살아내는 것은 비단 인간만이 아니었다.

인간은 쉽게 만들고 부수고 모나고 각지게 다듬는데 삶을 소비하는데 반해 애벌레의 삶은 단순했다.

그 단순함이 살아낼 때 강력한 자기방어막이 된다는 것을 알았다.

 

애벌레에 대한 애정 가득한 시선이 느껴지는 책이다.

버드나무 축 늘어진 곳에서 꼬물꼬물 움직이는, 소나무를 오르락내리락하는 검은색 바탕의 흰색

송충이 생각만 했는데 다양한 종류의 애벌레들을 알게 되었다.

애벌레들이 좋아하는 나무와 영양분을 어떻게 섭취하고, 어떤 방법으로 집을 짓고, 한 생을 마무리하는지...

나무와는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라는 것과 특유의 위장술로 살아남는 방법은 상상 그 이상이었다.

인간보다 더 오랫동안 살아남은 애벌레들만의 지혜를 배운다. 

 

 

이제 걸을 때 마다 나뭇가지를 집중해서 봐야겠다.

사람 눈에 잘 드러나지 않도록 카멜레온처럼 옷을 입은 애벌레가 보일지 모르니깐.

처음 발견하면 저자처럼 애벌레가 사랑스러워 보이지는 않을 것 같다.

애벌레와 함께 한 시간과 깃든 사연이 있지 않으니 꼬물꼬물 움직이는게 징그러울 듯.

특유의 궁금증으로 꽃 이름을 찾아보듯 애벌레 이름을 찾아보지 않을까?

그렇게 눈에 띄이는 횟수가 많아지고 낯선 외계의 애벌레들이 자연과 더불어 살면서

해롭지 않다는 것을 알기에 징그럽다는 편견이 깨어지는 날이 있겠지. 

 

이 책 「위로하는 애벌레」는 중력의 힘으로 버티고 살아남은 애벌레를 위한 찬가이다.

한없이 낯선 애벌레를 친절하게 다정하게 소개하고 있다.

마치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을 다른 사람에게 막 자랑하고 싶은 것 처럼.

알수록 더 궁금해지고 끌린다.

미물이라고 생각하는 존재도 얼마나 가치있고 존중받아야 될 소중한 생명인지 깨닫는다.

이 땅에서 쓸모없는 존재는 아무것도 없다. 

마음을 열고 따뜻하게 바라보는 시선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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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빗살무늬햇님
2023. 6. 14. 2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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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르르쾅~~쿵~번쩍~!

마른 하늘에 날벼락처럼 번개와 천둥치는 어제와 오늘이다.

무슨 일일까?

올해 6월은 유달스레 날이 이상하다.

아침 저녁으로 선선함이 아닌 찬 바람이 스며든다.

겨울 이불이 아닌 봄 홑이불을 덮고 자는데, 아직 겨울 이불과 함께다. 

후덥지근함 대신 나무에 바람이 살랑거린다.

한낮의 볕이 하늘에 위풍당당 쨍쨍했는데, 소나기가 내린다.

소나기 정도가 아니라 국지성 호우? 게릴라성 호우다.

좁은 지역에 돌발적으로 많은 양의 비가 내린다.

장마도 아닌 것이...

 

비가 창문을 때린다.

번개가 번쩍이며 천둥소리 울어댄다.

어제는 이런 비가 오후에 내리더니, 오늘은 오후와 밤에 두 차례 내린다.

올해는 여러가지로 이상 기후일거라고 호된 신고식을 하는건가?

게릴라성 호우로 인해 날이 찬가 싶기도 하다. 

퍼붓는다. 꼭 하늘이 화 난 듯...

 

학교 여사님이 작은 텃밭에서 땅을 갈며 키운 부추를 첫 수확하셨나보다. 

조금 나눠주셨다. 어리고 푸릇푸릇하며 먹음직스러웠다.

깨끗하게 캐주셔서 그냥 2,3번 흐르는 물로 씻었다.

주말에 오징어 사서 넉넉하게 오징어 2마리 넣고 부추와 양파 청양고추 송송송~

손이 크다. 부추전 반죽을 너무 많이 했다.

오늘 수요일 다같이 모이는 날,

같이 밥 먹으면서 남은 반죽이 있어서 노릇노릇하게 구워먹었다. 

딱... 비가 오네~!

 

 

지금 나오는 양파와 오이, 부추까지 같이 넣어 오이무침도 했다.

아삭아삭 씹히는 맛들이 좋았다.

양파는 달고, 오이는 아삭하고, 부추는 신선함 그 자체다.

액젓으로 오이무침을 하니 새콤달콤 식초로 할 때와 다른 감칠맛이 좋았다.

햇으로 나오는 채소들로 음식 만들면 건강해지는 느낌이다.

제철 채소의 탁월함이다. 

 

이제 비가 조금 잦아든다.

국지성 호우와 천둥과 번개는 사람을 갑자기 놀라게한다.

아무래도 대기가 불안정한가보다.

3단 우산을 늘 가방 안에 넣고 다녀야겠다.

어느 때든지 비가 올 수 있으니깐.

 

여름 속으로 들어왔나보다.

장마도 시작되는데.

후덥지근함과 무더위에 건강하게 이 여름을 보내야할텐데...

모두 무탈하고 평안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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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빗살무늬햇님
2023. 6. 11.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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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일 아침 잠깐 비가 왔다.

오전 나절에 비 그치고 볕이 나왔다.

볕이 따가워지기 시작하고, 집 안은 시원하다.

아비토끼의 뒷목에 빨갛게 따가움의 흔적이 남았다.

여름인가보다. 

 

오늘의 산책은 밖은 더우니 나가지말고 차로 여기저기 눈으로 둘러보기!

가야 함주공원-악양 뚝방-대산-법수-칠북으로...

낮의 여름 열기가 올라오니 사람들이 없다. 

모를 심은 논에 물이 찰방찰방~

수확을 끝낸 양파가 망에 가득 담겨 밭에 있다.

일을 마치고 점심 먹고 볕을 피해 정자나 나무 아래 그늘 속에서 쉰다. 

 

 

노랑 괭이밥과 자주 괭이밥이 돌 틈에서 피었다.

길을 걷다보면 자주 보는 풍경이다.

풀밭에서 핀 꽃들보다 돌 틈 아스팔트 사이로 핀 꽃들에게 시선이 간다.

피고 살려고...

비와 공기, 볕의 양분을 먹고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자란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 김영랑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테요

 

모란이 뚝뚝 떨어져 버린 날

나는 비로소

봄을 여읜 설움에 잠길테요

 

오월 어느 날, 그 하루 무덥던 날

떨어져 누운 꽃잎마저 시들어 버리고는

천지에 모란은 자취도 없어지고

뼏쳐 오르던 내 보람 서운케 무너졌느니

 

모란이 지고 말면 그뿐

내 한 해는 다 가고 말아

삼백 예순 날 하냥 섭섭해 우옵내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기다리고 있을 테요

찬란한 슬픔의 봄을

 

 

페튜니아, 돌이 아니라 녹슨 쇠붙이 곁에서도 삐쭉 자리잡고 나와 핀다. 

생명 없는 곳에서 생명을 피워낸다. 

꽃이 아닌 그저 풀이라도 대단한데... 꽃으로 핀다. 

도저히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찬란한 슬픔의 봄이 이런걸까!

 

 

민들레 피고 지고, 홀씨 되어 바람따라 날아가고

그 자리에 머쓱하게 꽃대만 남았다. 

녹슨 쇠붙이마냥 처연한...

 

봄 여름은 아래로, 가을 겨울은 위로 자연스레 시선이 옮겨진다.

보고 있는, 보여지는 사물과 자연 속에서

의미를 부여하는 행간을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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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빗살무늬햇님
2023. 6. 10.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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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휴가 포함되어 있어서 이번주는 수요일부터 한 주 시작이었다.

더위와 함께 다시 주말이다.

아침에 21℃,22℃로 시작되고 한낮에는 28℃이상으로 기온이 오른다.

아침에는 찬 바람이 스며들고 아직까지 겨울 이불을 덮고 있다.

해마다 확연히 달라지는 날들이다. 

 

아침에 분주하게 움직였다.

부산 엄마집에 갔다.

물김치와 묵은 김치 가져가라고 하신다.

자주 들렀는데도 시간이 흘렀다.

사위와 딸이 와서 아침밥 같이 먹는다고 장어조림을 올려놓았는데, 

기다린다고 불을 켜고 끄기를 여러번 했나보다. 

자식 기다린 시간만큼 장어조림이 짜다. 

그래도 모처럼 엄마가 해준 밥상이라 두 그릇으로 뚝딱~!

맛있게 먹었다. 

 

엄마가 아직도 딸들한테 이것저것 다 챙겨준다.

딸들이 홀로 남은 엄마를 챙겨야하는데...

빈 손으로 갔다가 양 손 가득 들고 온다.

김치며 양파와 오이...

그리고 이맘때 생각나는 산딸기.

 

 

산딸기를 해마다 아는 사람에게 구입을 한다.

산딸기의 맛은 밍밍하지만, 얼마나 싱싱하고 싱그러운지.

딱 이때만 나오는 제철 열매라 맛이 아닌 건강을 생각한다. 

엄마가 생각나는 열매다. 

 

오래 놔두면 물러지니깐 생으로도 먹고,

우유와 꿀을 섞어 산딸기 라떼로 만들어 마시기도 한다.

옆자리 교행샘이 자기가 산에서 땄다고 통에 담아왔다.

생각해주는 마음이 고맙다.

 

아침에 서둘러 부산 엄마한테 갔다가 돌아오면서 부림시장에 들렀다.

베개가 너무 오래되고 낡아서 5개 새로 샀다.

고려당에 들러 먹고 싶은 빵과 효진이 밀크쉐이크도 샀다.

옷 수선집에 효진이 교복바지 허리 줄이고, 밑단도 떨어져 맡겼다. 

일주일치 장을 보러 마트 3군데도 갔다.

마트마다 주력 품목이 따로 있으니까. 

오후 반나절이 훌쩍 지났다. 

주말은 차암 바쁘다.

따로 산책하지 않았는데도 산책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돌아댕겼으니까^^;;;

일 하고 쉼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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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빗살무늬햇님
2023. 6. 9. 2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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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읽어내는데, 쓰는 일이란 참 어렵다.

읽은 책은 생각과 느낌이 사라지기 전에 적음으로써 정리되어져야 하는데, 쉽지 않다.

어떻게 시작해야할지 생각이 많아지고, 쓰고 지우기를 반복한다. 

읽어낸 글을 나만의 방식으로 새롭게 쓰고 싶은데 멍하니 그냥 앉았다.  

뜸 들이는 시간이 늘어난다. 

 

쉬어가는 시간에 대해 생각한다.

강박적으로 해야 될 일들은 쌓여가고, 몸은 지쳐가고, 자아는 잃어간다.

조급한 삶의 시간을 느릿느릿 맞춰본다. 그리고, 괜찮다.

남의 삶을 엿보며, 그들의 삶 속으로 발을 들여놓는다.

소설 읽는 시간이다. 「공방의 계절」이다.

 

 

여름의 무더위와 닮은 소설이다.

치열하게 살았던 삶 속에서 상처받은 몸과 마음은 기댈 곳 없다. 

한 여름의 더위를 식혀주는 도로변의 차양막은 잠깐이라도 피할 공간이다.

그 차양막과 같은 공간처럼 몸과 마음이 쉬어가는 공간이 삶 속에서 필요하다.

사람이 될 수 있고, 장소가 될 수 있다. 

'밤가시마을'과 도자기 만드는 공방 '소요' 그리고 각자 나름의 고민과 상처를 가진 사람들.

가을볕에 잘 여문 밤과 밤을 둘러싼 가시와 고슴도치....

상처받을까봐 속마음을 잘 드러내지 않는 사람들과 자기 안에서만 맴도는 사람들은 닮았다.

사람과의 관계 단절에서 오는 고립과 고독은 자의 반 타의 반이다.

더욱 밖으로 볕 씌러 나가야한다. 이왕이면 마음을 굽는 공방, 소요로.

 

중심 잡기라는 건, 어쩌면 가장자리부터 살펴야 하는 것일지도 몰랐다. 
그동안 정민은 자신의 주변을 돌아보지 않았다. 
쉽게 손을 놓았고, 쉽게 손을 내밀지도 않았다. 
말 한마디에도 토라졌으며 깊은 굴 속에서 나오지 않았고 다가오는 사람을 경계했다.
타인에게 내어줄 주먹만 한 공간도 허락하지 않았으며
오로지 자신의 마음을 촘촘히 걸어놓은 외딴 전시실에 홀로 앉아 있었다.
시선을 받지도 못하고 팔리지도 않는 마음들은 정민의 전시실에서 썩어가고 있었다.

 

도자기 공방에서 손물레의 처음은 중심 잡기라고 한다.

타이밍과 힘 조절과 속도가 맞아야 흙과 함께 춤출 수 있다고... 모양잡는 일은 나중의 일.

흙기둥을 높였다가 다시 뭉개고 높였다가 다시 뭉개는 작업을 반복해서 꼬인 흙의 결을 풀어주는 일.

하물며 삶과 사람 사이에서 중심잡기는 얼마나 중요할까? 

가장 어렵기도 하다. 그래서 매번 상처받고 아프고 곁을 내어주지 못하고 맴돈다.

나와 타인, 호흡 있는 것과의 꼬인 관계를 풀고 회복하는 일은 우리네 삶의 우선순위다. 

 

"도자기를 굽는 건 마음을 굽는것과 같아요.

애정어린 눈으로 바라볼수록 예뻐지고 소중해지죠.

꺼내 보기도 싫은 못난 마음도 계속 시선을 주면 그 안에 무엇이 있는지 제대로 보이잖아요.

미움만 있는 줄 알았던 마음 안에 애정과 연민... 그러면 그 못난 마음도 소중해지는 순간이 와요."

 

물레를 차면서 흙으로 중심을 잡은 후 모양을 만들기까지 정성은 사람의 손이다. 

이후 1,250도라는 뜨거운 가마의 온도를 버티고 나와야 도자기가 된다. 

내 손으로 정성을 다해 만들었다고 해도 뜨거운 온도를 버티는 것은 오롯이 도자기의 몫이다.

정성을 다해 서로를 인정하고 배려하는 끈끈한 관계는 쉬이 깨어지지않는다. 

내 마음에 먼저 다가가 손 내밀며 솔직해지는 연습이 필요하다. 

내 마음 보듬어안듯 타인에게 조금씩 다가갈 수 있으니까. 

 

심하게 가슴앓이를 했던 여름이 지나가고 있다.

조금은 평안해졌다. 가을 밤가시마을에서 나를 찾았으니까. 

그 겨울에 나를 있는 그대로 인정해주고 따뜻하게 받아주는 사람들을 만났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봄을 맞이한다. 

다시, 「공방의 계절」이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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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빗살무늬햇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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